[작전주 X파일]작전의 시작 무자본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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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주 X파일]작전의 시작 무자본 M&A
  •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 승인 2024.11.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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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우리나라 증시 사상 첫 불공정거래 사례인 ‘광덕물산 사건’(1988년)이 적발된 이후 4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작전 세력’의 주가 조작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소위 말하는 '큰손 회장'들과 그를 비호하는 세력들의 수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작전 세력들은 불법과 합법, 편법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산을 불리고 있다. 작전 세력에 놀아난 회사는 껍데기만 남았다. '인사이트녹경'은 론칭 기념으로 개미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주가조작 세력들의 범행 수법을 짚어본다.

[녹색경제신문 = 박준형 인사이트 녹경 기자] 에디슨모터스와 영풍제지, 대우조선해양건설 사태 등 횡령, 주가조작 사건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있다. 바로 무자본 인수합병(M&A)이다. 무자본 M&A는 말 그대로 돈 없이 회사를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것을 말한다. 용어가 주는 불법적인 이미지와는 달리 합법이다. 다만 주가 조작 세력들은 이를 악용해 주가조작, 사기·횡령·배임 등의 범죄를 일삼기도 한다.

과거 무자본 M&A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으로 코스닥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회삿돈을 횡령하는 식이었다. 이후 주가를 끌어올려 시세 차익을 내면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됐다. 반면 최근 무자본 M&A는 사채업자의 돈이 아닌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을 활용한다. 

양상은 바뀌었지만 기업 경영보다는 ‘머니 게임’에 관심이 있다는 점에선 동일하다. CB와 BW는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사채를 말한다. ‘기업사냥꾼’ 주가조작 세력들은 M&A 후 시장 기대감이 큰 신사업 등의 호재를 띄워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시세차익을 거둔다. CB를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거나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차익을 취득하기도 한다.

무자본 M&A 세력들은 사채업자나 저축은행 등 외부에서 돈을 빌려 구주를 취득한다. ‘주식담보대출’이 주로 이용되는데 인수한 주식을 그대로 담보로 제공하는 식이다. 주식담보대출에는 로스컷(반대매매 비율)이 정해진다. 통상 150% 수준이며, 경우에 따라 200%에 달하기도 한다. 주가가 담보비율 아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무자본 M&A 세력들은 시세차익을 보기도 전에 주식을 잃게 된다.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서라도 인위적으로 주가를 부양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 발생한 영풍제지 사태도 무자본 M&A 세력의 수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영풍제지는 지난해 10월18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앞서 대양금속은 2022년 11월 영풍제지 지분 50.76%(1131만6730주)를 1289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무자본 M&A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인수대금 중 861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고, 이중 대부분은 영풍제지 주식 담보로 차입했다. 대양금속 자기자금으로 판단됐던 잔여 인수자금도 CB와 단기 차입금 등으로 조달됐다. 1300억원 규모의 영풍제지 인수에 실제로 투입한 자금은 60억원에 불과한 것이었다. 대양금속 인수 이후 영풍제지 주가는 크게 올랐다. 주당 3000원 수준이던 주가는 지난해 5만4200원까지 오르며 18배 급등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17일 주가 시세 조작일당 4명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주범과 공범들이 주식을 매도하며 주가가 급락했다. 피해는 개미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2조3000억원에 달했던 영풍제지 시가총액은 560억원대로 속락했다.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무자본 M&A에서 주가조작과 횡령 등 불법행위들이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무리한 차입 경영에 따른 필연적 귀결이라는 설명이다.

한 M&A전문 변호사는 “무자본 M&A는 자기자본 없이 자금차입을 통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데 고금리의 차입금을 상환하기 위해 회사 자금의 횡령이나 주가조작 등이 동반되곤 한다”면서 “결국 대상기업의 부실과 상장폐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영풍제지 최근 3년래 주가 추이. KRX 포털 화면 갈무리
영풍제지 최근 3년래 주가 추이. KRX 포털 화면 갈무리

 

 

박준형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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