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값싼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종의 정부 보조금이라는 주장 기각
상계관세 부과 결정한 미국 상무부는 기존 입장 여전히 유지해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 국제무역법원(CIT)이 현대제철에 부과된 상계관세 결정에 대해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정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항소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일단 당장의 관세 부과 리스크에 대해서는 한 고비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CIT는 미국 상무부가 현대제철에 0.5%의 상계관세를 부과한 결정을 기각하며, 이를 재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정부 보조금에 해당한다는 상무부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핵심이다.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현대제철 등 철강업체에 낮은 전기요금을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는 이유로 상계관세를 부과했으나, CIT는 이에 대해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가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제공해 경쟁력을 강화한 경우, 수입국이 이에 대응해 부과하는 관세다. 이는 보조금으로 인한 불공정한 가격 경쟁을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미국 상무부는 현대제철이 한국 정부로부터 제공받은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일종의 보조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0.5%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국제 시장보다 낮게 설정해 국내 철강업체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대제철과 같은 대규모 철강기업들이 낮은 전기요금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철강업계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과 다르며,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는 특정 기업에 혜택을 주지 않는 합리적인 구조라고 반박해왔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의 상계관세 부과 주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잘못된 해석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의 전기요금 체계는 모든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에 따라 운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관세 부과는 국제무역 규범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 상무부의 근거 부족을 지적하며 상계관세 부과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 법원이 상계관세 부과의 근거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의미 있는 승리”라며 “앞으로도 철강업계가 국제적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상무부는 여전히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상무부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