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 부동산 PF 여파로 가계대출 집중 여력 있나
저축은행의 양극화로 상위권 회사들이 서민금융 책임지나
[녹색경제신문 = 유자인 기자] 올해 금융당국이 개별 저축은행마다 철저한 가계대출 취급 규제를 시행하면서 서민금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올해 개별 저축은행의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약 4~5% 수준으로 제한하기로 결정했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많이 취급한 일부 대형사는 이보다 높은 약 7% 목표치를 설정했다. 문제는 가뜩이나 저축은행들의 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가계대출증가치를 제한함으로써 서민 금융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2021년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업계의 가계대출 총 증가율이 21.1%를 넘지 않도록 운영하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있다. 다만 이번에는 회사별로 연간 계획을 받아보고 차등적으로 목표를 정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를 통제하는 방식으로 저축은행을 포함한 2금융권을 관리하겠단 전망이 나온다.
다만 지금도 저축은행들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딜레마다. 부동산 PF 부실화로 부실 위험이 높은 자산을 처리해야 하는 마당에 가계대출을 더욱 규제하면 저축은행들이 가계 대출에 더욱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민들이 제2금융권에서 대출이 어려우면 사채 등으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휘청이는 저축은행, 가계대출에 집중할 여력 있나
현재 저축은행들은 전반적으로 최근 몇년간 부동산 PF 부실화로 실적 악화를 겪는 상황에서 기업 대출을 줄이고 가계대출에 집중하려 해도 그럴 수 없는 상태다. 지난달 15일 나이스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한국 3대 신용평가사는 저축은행 총 30곳 중 17곳의 신용등급을 내리거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지난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들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3636억원에 달했다. 연체율은 전분기(8.36%) 대비 0.37%포인트 상승한 8.73%, 특히 기업대출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1.11%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말 기준 저축은행의 자기자본(BIS)비율은 15.18%로 금융당국의 내부 감독 기준을 넘어섰고 유동성 비율도 135.84%로 법정 기준(100%)을 상회했다.
저축은행은 업권 특성상 타업권과 비교해 고위험PF인 브릿지론·토지담보대출이 높아 부실 위험이 높은 편이다. 실제로 부동산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업은 수익성 부진 및 건전성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양호' 및 '보통'으로 분류된 저축은행 부동산PF 중 올해 상반기 내 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사업장 비중은 81.7%에 달한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지며 대출 만기가 연장된다면 저축은행의 손실 부담도 그만큼 커지는 셈이다.
이처럼 상반기에 부실 위험이 높은 자산을 빠르게 처리하지 못하면 손실 부담이 늘어난 저축은행들이 가계 대출을 더욱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양극화된 저축은행... 상위권 회사들이 서민들의 희망인가
다만 저축은행들 사이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 상위권 회사들이 실적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이런 상위권 회사들이 그나마 가계대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온다.
SBI저축은행의 지난해 3분기 누적흑자는 532억원으로 3분기에만 371억원의 순이익이 발생했고, 4분기에도 직전분기와 유사한 규모로 순이익이 났다. 애큐온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3·4분기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낮아진 조달금리를 바탕으로 예대 마진을 확보하고 투자 쪽에서 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SBI저축은행의 아파트담보 주택대출(변동금리)의 최저금리는 지난해 11월 5.80%에서 12월 5.77%로, 올해 1월 최저 5.35%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평균금리 역시 낮아져 이번 1월달 14.82%로 전월(15.60%) 대비 0.78%포인트 낮아졌다.
조달금리 여파로 앞으로도 업계의 대출상품 금리는 계속 떨어질 전망이다. 아직 부동산 PF 여파 때문에 적극적인 대출은 어려운 상황이나, 이처럼 낮아진 대출금리가 서민 금융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중소형 저축은행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동산 PF 여파와 자영업자 대출 등 부실 위험이 높은 자산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762억원의 누적적자를 낸 페퍼저축은행은 4분기에도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이에 지난 22일 페퍼저축은행은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내부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가계대출에 대한 집중은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때문에 사실상 상위권 회사들이 서민금융을 책임지는 가계대출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출 목표치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고 중저신용자 대출에선 취급에 여유를 두는 등 탄력적으로 규제를 운영하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다. 해당 규제가 총량을 규제하는 만큼 연말에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갑작스레 대출을 중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말에 갑자기 대출을 중단하는 돌발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제2금융권 가계대출액은 0.5조원 감소해 전월 2.4조원 대비 감소세로 전환됐다.
유자인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