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의혹으로 3차례 압수수색 받은 대한전선
대한전선 모기업 호반, LS전선 지분 인수까지
시장 주도권 다툼으로 갈등 장기화 할 듯
[녹색경제신문 = 박성진 기자] 국내 전선 업계 1,2위 기업간 싸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허소송 2심과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에 따른 경찰수사, 호반그룹의 LS전선 지분 인수까지 전선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양사의 다툼이 본격화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지난 13일 특허법원 제 24부는 LS전선이 대한전선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2심)에서 LS전선의 청구를 일부 인용하며 손을 들어주었다. 배상액은 1심 판결의 4억 9623만원에서 3배에 달하는 15억원으로 높였으며, 대한전선 측이 보유 중인 해당 제품들을 모두 폐기하라고 판결했다.
두 그룹은 2019년 버스덕트용 조인트 키트의 특허를 둘러싸고 소송을 벌이기 시작했다. 버스덕트란, 건물이나 산업 시설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조인트 키트는 두 개의 버스덕트를 연결하는 데 사용되는 제품이다.
LS전선은 조인트 키트 외주 제작을 담당했던 직원이 대한전선으로 이직 이후, 대한전선에서 비슷한 제품이 출시됐다는 점을 들어 2019년 특허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1심 판결에선 특허권 침해를 인정하여 LS전선 승소 판결을 내렸고, 13일 2심 역시 재판부는 LS의 손을 들어주었다.
LS전선은 이에 대해 “향후 기술 탈취에 강력하게 대처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으며, 대한전선은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 존재하는, LS전선의 특허와 유사한 특허가 있다는 점이 재판에서 인정되지 않아 아쉽지만, 판결문을 검토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 또한, 선고결과로 인해 대한전선의 버스덕트 사업과 영업이 영향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LS전선, 기술탈취 수사요청... 세차례 압수수색 받은 대한전선
두 기업의 갈등은 특허소송 뿐만이 아니다. 대한전선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탈취했다는 의혹으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이에 따르면, LS전선의 해저케이블 동해 공장 건축 설계를 담당한 건축사무소가 대한전선의 당진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도 맡았는데, 이 과정에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 노하우가 유출됐다는 것이다.
LS전선은 국내 최초로 해저케이블 기술을 개발하고 2009년에 전용공장을 건설했으며,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 정보는 핵심 기술 노하우라는 점을 주장했다. 이후, 경찰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혐의로 대한전선과 사무소 관계자 등을 형사 입건하고, 세 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최종 수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LS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 경찰 수사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는 중”이라 언급했다. 반면, 대한전선은 “대한전선 역시 수십년 동안 쌓아온 케이블 제조 기술들을 집약해 공장을 만들었기 때문에 LS의 기술을 탈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선 모기업 호반그룹, 지난달 LS전선 지분 인수
성장 가능성 보고 투자 vs 법정 다툼 위한 포석
이 와중에 대한전선을 보유중인 호반그룹은 LS전선 지분 2%를 지난달 수차례에 걸쳐 1000억원에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LS전선은 비상장사로, 지분 92.26%를 LS가 보유하고 있다.
호반그룹이 LS지분을 3% 이상 확보하지는 않았지만, 많은 의미를 내포한 매입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왜냐하면 상법상 지분 3% 이상 확보가 특별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임시주총 소집청구, 이사와 감사 해임 청구, 회계장부 열람‧등사, 주주 제안이 가능해지는 최소한의 기준이 3%다. 3%를 확보하면, 재판시 증거 수집이 용이해지며, 경영권 분쟁 등에서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다.
호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케이블 시장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본 선제적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추가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에 ‘지분 매입을 통해 호반이 LS전선의 경영에 개입하고, 양사 법정다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투자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두 기업의 갈등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이날 호반의 지분 매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LS주가는 20% 이상 급등했다.
다툼의 이면에는... 국내 전선시장 포화상태, 양 기업간 점유율 격차는 줄고있어
떠오르는 해저 케이블 시장 선점 위해 경쟁… 앞으로 갈등 장기화 할 것
두 기업의 갈등 이면에는 포화된 전선시장과 두 기업간 줄어드는 점유율 격차, 그리고 떠오르는 해저케이블 시장 선점 등이 있다.
국내 전선시장 내수는 포화상태이고, 성장은 둔화됐다. 또한, 1, 2위를 다투는 두 기업간 시장점유율 차이는 빠르게 좁혀들고 있다. 2020년에는 LS 50%, 대한전선 22%로 두 기업의 차이가 28%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LS전선 37.6%, 대한전선 29.3%로 8.3%로 확연히 줄었다. 여전히 LS전선이 1위 기업이지만 대한전선의 추격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해저 케이블 시장이 신규 시장으로 떠오르고, 성장가능성이 높게 예측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해 기술 경쟁이 치열해 지는 상황도 갈등요인으로 꼽힌다. 전세계적으로도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기업만이 아니라 넥상스, 프리즈미안 등 글로벌 기업들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리서치 네스터에 따르면, 해저 케이블 시장 규모는 2023년에 290억 6천만 달러를 넘었으며 2036년까지 604억 8천만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재생에너지 공급 증가로 해상풍력발전 확대, 늘어나는 국가 간 전력망 연계 사업, 인터넷 데이터 트래픽 폭증으로 해상 케이블의 미래가 유망하다. 또한, 육상을 지나갈 때는 토지 소유권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있어 사업 속도를 내는 게 어렵지만, 해저로 가는 건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해저 케이블 시장이 발전할 것”이라 말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양사의 갈등이 단기간에 조정되기는 쉽지 않고, 더욱 가열하며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성진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