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모니터링 실시·AI 이상행동 탐지 ATM 도입 등 '선제적' 시도 돋보여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은행장 시절부터 소비자보호 체계 구축에 구슬땀 흘려
![[사진=신한은행]](/news/photo/202503/324612_368942_2513.jpg)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지난 5일 서울시 소재 신한은행 모 지점. 창구 직원 A씨는 손님 B씨로부터 1억원짜리 자기앞수표 3매를 현금화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순간 11년차 은행원 A씨의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B씨가 이전까지 신한은행과 거래한 내역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즉각 자기앞수표의 출처를 조회했다. 그 결과 해당 자기앞수표들은 그날 신한은행 고객 C씨가 다른 지점에서 출금한 돈인 것으로 밝혀졌다.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A씨는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C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C씨는 "주택 계약 대금 지급을 위해 수표를 인출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A씨는 C씨의 목소리가 잔뜩 긴장돼 있었다는 점 등에 주목해 본점 소비자보호부 모니터링팀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C씨와의 통화를 이어갔다. 통화를 계속할수록 C씨가 '피해자'일 수 있겠다는 '합리적 의심'이 강해졌다.
A씨는 확신 속에 경찰 신고를 단행했고, B씨는 현장에서 검거됐다. C씨는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B씨는 해당 범행의 '인출책'이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C씨는 최근 공직에서 퇴직한 고객으로 수십년간의 근무를 통해 쌓아 놓은 퇴직금 등을 보이스피싱으로 한꺼번에 잃은 뻔 했다"면서 "A씨의 적극적인 대처와 본점 모니터링팀의 신속한 협업 등을 통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이 최근 연달아 수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을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신한은행장 시절부터 선도적으로 강화한 소비자보호 체계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경기도 파주시 소재 신한은행 모 지점은 2억원 상당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했다. 해당 지점은 한 고객이 1억원 상당의 예적금을 중도 해지하고 타행 신용대출 1억원을 실행했다는 점을 파악한 뒤 경찰 신고 등의 신속한 조치를 진행해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모 지점의 사례까지 더하면 신한은행은 최근에만 수억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차단 실적을 거둔 셈이다.
신한은행 영업 채널에서 '억' 단위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전까지는 수천만원 규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예방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최근 신한은행이 눈에 띄는 보이스피싱 차단 실적을 올린 배경에는 선제적으로 고도화한 소비자보호 시스템이 자리한다. 2021년 4월 금융권 최초로 보이스피싱 야간 모니터링을 시작하고, 그해 9월 주말 모니터링 또한 추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2022년 3월 은행권 최초로 '인공지능(AI) 이상행동 탐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도입하고 이를 같은 해 12월 전 영업점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해당 ATM은 AI 딥러닝을 통해 다양한 거래 유형을 학습한 뒤 이를 분석해 고객이 거래 중 통화를 하거나 선글라스 및 모자를 착용하는 등의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본인인증과 같은 추가 절차를 요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신한은행은 2023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 우수직원에게 포상하는 'B.T.S(Brave Thankful Shinhan)'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해당 제도는 수상 직원 중 최우수 직원을 별도로 선발해 해외 연수 기회까지 제공하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보이스피싱 피해 차단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BTS상을 받은 직원은 총 68명으로, 이들의 피해 예방 금액은 17억3000만원에 이른다.
금융권은 신한은행이 견고하게 소비자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데 진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보고 있다. 보이스피싱 야간 모니터링 실시, AI 이상행동 탐지 ATM 도입 등 굵직한 시스템 강화가 진 회장의 신한은행장 재직 시기(2019년 3월~2022년 12월)에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신한은행은 진 회장이 2023년 3월 지주 회장직에 오른 뒤에도 그룹의 든든한 지원을 바탕으로 소비자보호 체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자체 개발한 AI 탐지모델을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인 '안티-피싱 스마트 3.0'에 탑재해 이상거래 탐지 역량을 추가로 높이는 동시에, 시중은행 중 처음으로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모바일 신청 시스템을 오픈했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제도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로 고객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자율배상을 통해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하는 제도로, 기존에는 영업점 방문을 통해서만 피해 사실을 신청·접수할 수 있었으나 시스템 오픈으로 고객 편의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이 고객 편의로 연결돼야 한다는 것이 진 회장의 경영 철학 중 하나"라며 "이 같은 경영 철학이 금융업 전반의 기술 발전과 신한금융의 자체적인 디지털 경쟁력 등을 만나 보이스피싱 예방 등의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보호는 진 회장 체제의 신한금융에서 매우 중요한 경영 키워드"라며 "신한금융이 앞으로도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