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자회사 관리 강화...취약계층 지원 평가 범위도 확대
- 평가항목 17.4% 축소로 부담 경감...우수 등급 회사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의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평가 비중을 확대하고 중대 금융사고 발생 즉시 실태평가를 실시하는 등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제도를 대폭 개선하고 나섰다. 이번 조치로 금융회사들은 소비자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관련 리스크에 대응해야 하는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금감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2층 대강당에서 87개 금융회사 소비자보호 전담임원(CCO) 등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금융소비자보호 우수·미흡사례 설명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실태평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평가 비중이 현행 23.4%에서 26.0%로 2.6%포인트 상향된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이번 조치는 금융회사들의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체계 확립이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실시한 금융회사 내부조사에 따르면 현재 총 75개 실태평가 대상 회사 가운데 CCO의 임기가 1년 이하인 회사 비율은 61.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소비자보호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전담인력은 총임직원 대비 평균 0.67%에 불과했으며 특히 은행권의 경우 이 비율이 0.35%로 더욱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제도 변경으로 금융회사들은 중대한 금융사고 발생 시 평가주기와 상관없이 즉시 조기평가를 받게 된다. 기존에는 실태평가가 3년 주기로 이루어져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해도 다음 평가 시기까지 기존 등급이 유지되는 한계가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소비자보호와 관련하여 중대한 금융사고나 사회적 물의 등을 야기한 경우, 조기평가 실익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실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들은 더욱 엄격한 관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실태평가 대상 회사가 평가 및 자율진단 결과를 지주회사 등에 보고하는지에 대한 평가항목이 신설됐다. 금감원 조사에 따르면 실태평가 대상 회사 74개 중 51개(68.9%)가 지주회사의 자회사(31개)이거나 동일 대기업 계열사(20개)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금융회사가 지주회사 차원의 소비자보호 총괄 기능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지주회사의 자회사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회사들에게 다행인 점은 앞으로 평가 부담이 일부 경감된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그동안 신규 평가수요 등으로 크게 증가한 비계량평가 세부 평가항목을 현재 167개에서 138개로 17.4%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2021년 121개에서 2024년 167개로 38.0% 증가했던 평가항목을 조정한 것으로, 금융회사들의 평가 부담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복·유사 평가항목 통폐합(22개), 실질 이행 위주 평가항목 정비(4개), 변별력이 낮은 세부평가항목(3개) 삭제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거버넌스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회사에 대해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금감원은 우수 등급 회사에 익년도 자율진단을 면제하고, 소속 임직원에 대한 포상도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거버넌스 평가 우수 등급 획득이 회사 이미지 제고는 물론 실질적인 업무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금융회사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약계층 지원 노력 평가 범위도 확대되어 금융포용성 강화에 나서는 금융회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기존에는 고령자, 장애인으로 한정됐던 취약계층 지원 노력 평가가 격오지 주민, 외국인 등 기타 취약계층으로 확대된다. KB손해보험의 경우 저시력자,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거래 편의성 제고를 위해 큰 글씨 및 단순한 메뉴를 활용한 간편모드와 고령자 전용모드를 모바일 앱과 홈페이지에 구축해 우수사례로 선정 및 소개됐다.
금감원은 이달 중 실태평가 우수·미흡 사례집을 제작해 금융권에 배포할 예정이다. 5월 중순부터는 2주기 2그룹(29개사)을 대상으로 2025년 현장평가를 실시하고 12월 초 평가 결과를 공표할 계획이다. 금융회사들은 개선된 평가 기준에 맞춰 소비자보호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