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밸류업과 콜래트럴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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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밸류업과 콜래트럴 데미지
  • 이준성 기자
  • 승인 2025.06.02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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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트럴 데미지, 군사 작전에 따른 민간 피해 뜻하는 군사용어
국내 금융권에도 콜래트럴 데미지 발생... 밸류업 정책으로 기업대출 축소 우려↑
정책적 보완 서둘러 밸류업發 콜래트럴 데미지 최소화 해야
국내 금융권에서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이 금융권에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함에 따라 그 여파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Pixabay]
국내 금융권에서 콜래트럴 데미지(부수적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 정책이 금융권에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함에 따라 그 여파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Pixabay]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는 작전 수행과정에서 일어나는 민간의 인적·물적 피해를 뜻하는 군사용어다. 미국 정부가 베트남전 등 전쟁에서 발생한 민간인 피해 등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완곡히 설명할 때 활용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우리말로는 주로 '의도치 않은 희생'이나 '부수적인 피해' 등으로 번역된다.

문제는 타국의 전장이 아닌 국내 금융권에서 콜래트럴 데미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을 위해 추진 중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이 금융권에 주주환원 확대 등을 요구함에 따라 그 여파로 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이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군사적으로 표현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고가치표적(HVT)' 확보를 위해 실시 중인 정부의 '밸류업 드라이브' 작전이 기업들에게 콜래트럴 데미지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밸류업 정책이 초래한 부수적인 피해는 숫자로 뚜렷하게 드러난다. 주요 금융지주 등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지난해 3분기 이후 이들 지주의 핵심 자회사인 시중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이 적잖이 줄어든 것이다. 대출 잔액이 감소했다는 점은 은행이 기업에 새로 내준 대출 규모가 기업의 기존 대출 상환액보다 작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556조4000억원에서 올 3월말 552조7000억원으로 3조7000억원 감소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 탓에 자금난을 호소하던 중소기업들이 더 어려워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즉, 중소기업들이 밸류업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은행권은 주주환원 확대 등을 이유로 '최대 먹거리'인 대기업 대출도 줄이려 하고 있다. 밸류업 정책 추진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가 중소기업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NH투자증권 등이 추산한 5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의 올해 예상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1조6976억원으로, 이는 지난해 말 대출 잔액(154조7723억원) 대비 2% 가량 줄어든 규모다.

이처럼 은행들이 밸류업을 위해 기업대출을 줄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모회사인 금융지주가 밸류업의 핵심인 주주환원 등을 확대하려면 자본비율을 개선해 주주환원 여력을 끌어올려야 하는데, 가계대출 등에 비해 '위험한' 자산인 기업대출이 늘어날 경우 자본비율이 하락해 주주환원 규모가 축소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자본비율을 일정치 이상으로 유지해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밸류업 정책이 발생시키는 콜래트럴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부족하다고 꼬집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4월 '자본비율 규제 완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기업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를 위해 은행권이 위험가중자산(RWA) 관련 규제 완화를 요청했지만 (금융위는) 감감무소식"이라며 "규제 완화가 더뎌질수록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 위축 현상이 한층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 정부가 브리핑 등에서 콜래트럴 데미지라는 말을 꺼낼 때면 종종 날카로운 비판이 따라붙곤 했다. "대의명분을 앞세워 작전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를 정당화·합리화한다"는 일침이었다. 이 같은 비판은 우리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정부는 밸류업 정책의 대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의 자금줄이 폭격을 맞고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콜래트럴 데미지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 보완책이 없다면 밸류업 작전은 목적 달성 이전에 그저 실패한 전략으로 남을 수 있다. 정부의 조속한 해법 마련을 기대해 본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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