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발행 신종자본증권 만기 도래...재발행 부담 가중
- PBR 0.46배 저평가 지속...외국인 510억 순매도 전환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지주 회장들의 해외 투자설명회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달 사이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등이 잇따라 해외로 나선 모양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재원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이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현지 투자자들과 면담했다. 국내 상장사 이사회 의장이 직접 해외 IR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홍콩에서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 단독으로 해외 IR에 참석한 것은 2023년 3월 취임 이후 첫 사례인 셈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지난달 18일부터 23일까지 영국·독일·폴란드를 순회하며 현지 투자기관과 만났다. 황병우 iM금융지주 회장은 올해 5월 미국 보스턴·뉴욕·시카고를 찾았고,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난달 26일부터 29일까지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투자자들과 소통에 나섰다.
업계는 회장들이 직접 해외로 향하는 배경에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금융주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대 금융지주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46배에 불과해 만성적 저평가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지난주 은행주를 510억원 순매도하며 매도세로 돌아선 점도 이런 우려를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들이 직접 나서 해외 투자자들과 소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가 호조세에도 불구하고 회장들이 해외 IR에 나서는 핵심 배경으론 신종자본증권 재발행 부담이 꼽힌다. 2020년 코로나19 당시 저금리 환경에서 대량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5년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면서 금융지주들이 대규모 자금 조달 압박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들이 당시보다 높아진 금리로 인해 이자 부담 증가까지 떠안아야 하는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신종자본증권 재발행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해외 투자자들과의 관계 구축이 절실해졌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주가가 좋을 때 해외 투자자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향후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는 전략적 계산이 작용했다고 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앞으로 신종자본증권 재발행 등 불확실성이 많다"며 "지금 해외 투자자들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홍콩 IR에서 최근 금융당국으로부터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승인을 받은 것과 관련해 향후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도약 의지와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두 생보사가 우리금융 자회사로 편입되면 자산 규모만 53조원으로 생보업 5~6위권으로 단숨에 올라서게 되는 셈이다.
윤재원 의장은 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특히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한 이사회의 노력은 신한금융의 경영 효율성 및 투명성을 높여 기업가치 제고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이사회 운영을 통해 자본시장 신뢰 제고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유럽 출장 중 골드만삭스 경영진과 만나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 부문 성장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인터내셔널의 앤써니 굿맨 공동대표와 로넌 브린 금융산업 담당이사, 크리스 프렌치 골드만삭스 EMEA 개인자산관리 공동대표 등이 미팅에 참여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IR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 성과"라며 "장기적으로는 주주환원과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는 신중한 전망을 내놨다. 금융지주들의 해외 IR 열풍은 현재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미래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되지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구체적 성과 창출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