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증권사 간 자사주 소각 실천 의지 갈려
소각 ‘실행 선언’은 미래에셋·키움뿐…정례화로 신뢰 확보
신영·대신 등 다수 증권사 "소각 관련 별도 논의 없어"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새 정부가 코스피 5000 공약에 상법 개정을 통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권사 주가에도 기대감이 반영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환원 실천 의지를 둘러싼 증권사 간 온도차는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키움, 자사주 소각 정례화..."주주가치 제고 최선"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가운데 자사주 소각 계획을 구체적으로 밝힌 곳은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 단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증권사는 소각을 정례화하거나 중장기 계획에 반영하며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하고 있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1369억원 상당의 자사주(1500만주)를 소각했다. 더 나아가 2030년까지 총 1억주 이상을 단계적으로 소각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공개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2018년 이후 총 9829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약 6535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한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그룹의 철학인 정직과 신뢰를 바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15분 기준 주가는 1만8190원으로 연초(8030원) 대비 2배 이상 상승 중이다.
키움증권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자사주 209만5345주를 분할 소각할 계획을 세웠다. 이는 발행주식의 7.99% 수준이다. 지난해 3월 20일 646억원, 올해 3월 704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내년 3월 중엔 316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소각할 예정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이익 창출을 통해 주주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기준 주가는 19만500원으로 연초(11만2400원) 대비 69.5% 상승 중이다.
메리츠증권은 금융지주 차원에 2023년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 시행 중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자본 배치 변수로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이 11.6%를 기록해 회사의 요구수익률 10%를 웃돌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2023 회계연도부터 2025 회계연도까지 연결 당기순이익 50% 이상을 주주환원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같은 날 기준 주가는 11만2200원으로 연초(10만4200원) 대비 7.7% 상승 중이다.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실제 주가에 반영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주가 프리미엄의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미국 사례에서도 자사주 소각은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며 "특히 소각이 단발성 이벤트보다 지속적인 계획 아래에 이뤄지는지 여부가 투자자 신뢰와 시장 반응에 핵심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대신 등 다수 증권사, "구체적 계획 없어"
반면 다수 증권사들은 자사주 소각에 대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은 자사주 보유 비중이 업계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소각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없다"고 밝혔다.
신영증권은 전체 발행주식의 53.1%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증권주 중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대신증권도 25.1%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 중이다.
일각에서는 신영증권과 대신증권의 자사주 운용 전략이 주주가치 제고보다는 경영권 방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실제로 두 회사 모두 지배구조가 오너 중심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사주가 우호지분처럼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증권은 창사 이래 단 한 차례도 자사주 소각 이력이 없으며, 대신증권의 경우 2002년 한 차례 20만주를 소각한 이후 23년째 추가 소각 소식은 전무하다.
업계 관계자는 “보유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 자사주는 자본 효율성과 주주 신뢰 측면에서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특히 시장에서 밸류업을 요구하는 시점에선 소각 여부가 투자 판단의 주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사주 비중이 3%에 못 미치는 증권사들도 적지 않다. 다올투자증권(2.6%), 상상인증권(1.9%), NH투자증권(1.3%), 교보증권(1.0%), 한화투자증권(0.3%) 등은 일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증권·현대차증권·한양증권은 자사주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