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중소기업 지원 '간접 방식' 위주...상생금융지수 도입 시 '과제 산적'
상태바
5대 은행, 중소기업 지원 '간접 방식' 위주...상생금융지수 도입 시 '과제 산적'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06.20 08: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정기획위,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검토...주담대 위험가중치 25% 상향 방안
- KB·신한·농협은행 등 올 상반기 정책자금 연계·비금융 서비스 확대 위주 지원
- 은행권 '중소기업 대출 확대 압박' 우려...기술력 평가 시스템 구축 과제 남아
지난 10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왼쪽부터)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박미경 하이서울기업협회장,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가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글로벌 선도기업 도약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지난 10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왼쪽부터)배연수 우리은행 기업그룹장, 박미경 하이서울기업협회장, 남기천 우리투자증권 대표가 ‘미래 성장동력 확충과 글로벌 선도기업 도약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이재명 정부가 은행권에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을 본격 추진하면서 부동산대출 편중을 줄이고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강화하려는 정책 의지가 구체화되고 있다. 시중은행들도 이 같은 정책 방향과 궤를 같이해 중소기업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주로 비금융 서비스와 정책자금 연계 분야에 집중돼 있어 실질적인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국정기획위원회는 금융권에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수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을 위한 은행의 노력을 계량화하는 제도로, 담보 위주 대출 관행을 개선하고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에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대출을 장려하려는 취지다. 국정기획위는 "민간자금이 부동산과 가계대출 부문에 과도하게 몰려 기술 발전이나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자본 적립 부담을 높이고 관련 규제 비용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중소기업과의 상생 노력을 평가해 은행의 주담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부문별 경기대응 완충자본과 부문별 시스템리스크 완충자본 도입이 거론되며, 주담대 위험가중치를 현재 15% 수준에서 25%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주담대 의존도가 높은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로의 급격한 포트폴리오 전환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지만,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본지가 올해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직접 대출보다는 정책자금 연계와 비금융 서비스 확대가 주를 이뤘다. 금융지원 분야에서 KB국민은행은 올해 1월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에 1050억원을 특별 출연해 2조7000억원 규모의 정책자금을 조기 공급했으며, IBK기업은행도 올해 5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과 600억원을 특별출연한 1조원 규모의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NH농협은행은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과 1조300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이들 지원책은 모두 보증부대출을 통한 간접적인 자금 공급 방식으로, 은행 자체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와 상생지원금 사업을 통해 노란우산 가입 소상공인 2만5000명에게 25억원 규모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직접 금융지원을 실시했다.

비금융 서비스와 플랫폼 지원 분야에서도 은행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우리투자증권, 하이서울기업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서울시 인증 유망기업에 기업금융 전담 조직인 'BIZ프라임센터' 매칭과 디지털 공급망금융 플랫폼 서비스인 '원비즈플라자' 무상 제공을 시작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다우기술과 임베디드금융 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NH임베디드플랫폼'을 구축해 중소기업의 경영시스템 내에서 직접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교육과 컨설팅 서비스 강화도 두드러진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수출역량 강화 아카데미'를 개최해 중소기업의 해외 마케팅 역량 강화를 지원했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수출 중소기업 실무자 100여명을 대상으로 '수출역량 강화 아카데미'를 개최하며 바이어 발굴부터 환리스크 관리까지 실무 중심 교육을 제공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2월 기업 인터넷뱅킹 내 'ESG 라운지'를 신설해 ESG 컨설팅 신청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시스템 ESG 교육 영상을 중소기업에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논의의 배경에는 기존 상생금융의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3월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중소기업의 64.3%가 은행권의 상생금융 활동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23.3%는 알고 있지만 이용하지 않았거나 이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생금융을 알면서도 이용하지 못한 이유로는 '일반 대출 대비 장점 없음'과 '까다로운 자격요건'이 각각 42.9%, 35.7%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실적 한계가 상생금융지수 도입 논의의 핵심 동력이 됐다는 해석이다.

은행권에서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에 대해 복합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의 성장을 돕는다는 상생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점수를 매겨 대출 확대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은행마다 경영 환경과 기업금융 비중이 다른 상황에서 중소기업 여신을 단기간에 확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실제로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국내 4대 은행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평균 0.34%로 2021년 말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무리한 대출 확대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중소기업 금융 확대를 위한 종합적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중소 금융회사들을 위한 공급망금융 플랫폼을 구축하고 초대형 투자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중소기업 등에 투자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울러 금융그룹 계열사의 중소기업 투자-융자-정보생산을 결합해 시너지를 제고하고 정책금융기관의 중소기업 지분 보유를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히 정부는 초대형 투자은행이 발행어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 이상을 중소기업 스타트업 벤처 등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나 유동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특수목적법인 대출 등은 중소기업 투자에서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이 은행 경영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은 위험가중치가 높아 자기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이 되는데, 지수 평가까지 받게 되면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딜레마가 심화될 것"이라며 "특히 현재 연체율 상승 추세에서 무리한 대출 확대는 장기적으로 은행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계에서는 상생금융지수 도입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의견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45%가 상생금융지수 도입 시 중소기업 금융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상생금융지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부분으로는 '은행의 적극적 제도 안내'(69.0%)가 가장 많았으며, '상생금융지수 평가·공시'(45.0%)가 뒤를 이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