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포스코 등 실적 악화 이어 생산설비 폐쇄까지 확대
고관세 고정에 전기료 부담 겹쳐 정부 차원의 대응책 요구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잇따라 관세 협상을 타결한 가운데,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서는 기존의 50% 관세를 유지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수출과 실적에 타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29일 업계와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3월 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6월부터는 이를 50%까지 상향했다.
반면, 일본과 EU는 각각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일부 관세 면제나 감축 혜택을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관세 면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별로 없다”고 밝히며 한국산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 고정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관세 인상 여파는 수출 지표에 바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줄었으며, 수출 단가(톤당 1295달러)도 9.4%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6월 전체 철강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감소한 약 24억달러를 기록했다. 7월 1일부터 20일까지는 전월 대비 9.7% 감소해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철강업체들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제철은 올해 2분기 별도 기준 매출이 4조68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감소했으며, 7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6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줄고, 매출은 18조733억원으로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포항을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 지역도 위기를 맞고 있다. 포항철강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 5월 포항 내 268개사 355개 공장의 생산 실적은 1조2064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7.2% 감소했고, 수출은 2억9505만달러로 6.0% 줄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철강 공급 과잉, 해외 저가 공세, 설비 노후화 등으로 지난해 1제강공장에 이어 1선재공장을 폐쇄했고,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을 철수한 상태다.
철강업계는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산업 생태계 붕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상승까지 겹쳐 국내 생산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전력 사용량이 많은 철강 업계는 1kWh당 전기요금이 1원만 올라도 연간 약 7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며, 일부 기업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약 1500억원의 부담이 추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는 관세 장기화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생산과 판매 전략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0%라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관세율에 일본제철의 미국 현지화까지 겹치면서 사실상 경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정부 차원의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없다면 국내 철강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