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도 못 만든다”…외국인 금융소외 우려 속 카카오뱅크의 과제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체류 외국인 250만 명 시대, 은행권이 외국인 고객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카카오뱅크만 여전히 발길을 멈춘 모습이다. 경쟁사인 토스뱅크와 주요 시중은행들이 외국인 계좌 개설과 대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잇달아 개시하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거주자의 가장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인 계좌 개설조차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약 256만 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5%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국내 장기 거주 외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결혼이주자 등 다양한 층에서 모바일 뱅킹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 금융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창구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기대가 특히 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토스뱅크는 지난해 외국인등록증, 국내 운전면허증 등 신분증 기반 본인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외국인 고객의 계좌 개설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고객 유치에 빠르게 드라이브를 걸며 모바일 대출 등 후속 금융서비스로 확장 중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2024년 중 외국인 대상 계좌 개설 서비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연말을 넘긴 지금까지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내국인에 한해 실명확인을 기반으로 계좌 개설이 가능하고, 외국인 고객은 비대면 실명인증을 위한 대체 절차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계좌 개설이 불가능하니 당연히 적금, 대출 등 여타 금융상품에 대한 접근도 제한적이다. 사실상 외국인 고객은 카카오뱅크에서 배제된 구조다.
이 같은 대응은 디지털 금융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가운데, 인구 구조 변화와 외국인 거주자 확대는 사실상 ‘새로운 내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나 유학생의 경우 매달 고정적인 소득과 금융 니즈를 가지고 있어 충성 고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뱅크 측은 “외국인등록증 등 신분증 기반으로 비대면 입출금 계좌 개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관련 당국과의 협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반년이 넘도록 구체적인 출시 일정조차 발표되지 않았다. 당초 계획이 연기된 원인이나 로드맵조차 공개되지 않으면서 외국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카카오뱅크가 높은 실명확인 기준과 내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외국인 대상 서비스를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토스뱅크나 주요 시중은행들 역시 같은 기준 하에서 이미 외국인 계좌 개설을 제공하고 있어, 이를 핑계 삼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계좌 개설을 넘어 외국인 대상 특화 상품 개발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선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모국으로의 해외송금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전용 기능, 다국어 지원 앱, 비거주자 대상 대출 상품, 정기적 금리 혜택 이벤트 등이 주요 과제로 거론된다.
특히 현재 금융소비자의 주류로 부상한 MZ세대 외국인 고객은 가격뿐 아니라 접근성, 사용자경험(UX), 금융 브랜드 이미지까지 함께 고려하는 경향이 강해 단순한 계좌 개설만으로는 이들을 잡기 어렵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가 향후 외국인 고객을 위한 시스템 도입을 얼마나 빠르고 정교하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디지털 금융 플랫폼 시장에서의 입지가 다시금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초기 인터넷은행이라는 이점을 등에 업고 시장을 선점했던 카카오뱅크가, 변화하는 국내 금융 환경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빠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