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경험 중심 ‘하이브리드 상담’ 전략…효율성과 만족도 동시 추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최근 금융권에서 인공지능(AI) 상담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지만,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답답하다”,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계좌 이체 오류나 복잡한 금융상품 해지 등 세부 상담이 필요한 경우, AI 상담이 반복적으로 안내문구만 읽어주는 데 그치면서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불만 속에서 주목받는 곳이 바로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고객센터 상담 인력 규모가 업계 최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인력 규모가 크다는 점은 물론, 여전히 상당수 상담을 사람 상담원으로 진행하는 정책이 소비자 만족도 측면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AI 상담원은 콜센터 운영비 절감을 위해 은행권이 적극 도입하는 솔루션이다. 인력 채용 및 교육 비용을 줄이고, 24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순 잔액 조회나 비밀번호 변경과 같은 ‘정형화된 업무’ 외에는 고객 요구를 완전히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특히 음성 인식 오류, 복잡한 인증 절차, 반복적인 안내 문구 등은 고령층 고객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민은행은 최근까지도 대규모 상담센터를 직접 운영하며, AI 상담을 보조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고객이 상담 연결을 요청하면 비교적 빠르게 사람 상담원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강점이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복잡한 금융 상담일수록 사람이 직접 듣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라며 “국민은행이 대규모 인력을 유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고객센터 인력 규모는 경쟁사 대비 큰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국민은행 전체 고객센터 직원 수는 약 900명으로, 경쟁사와 비교해 많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인력 비중과 고객센터 운영 방식을 고려할 때 국민은행이 업계 최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AI 상담 확대에 따른 고객 불만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상담 불만’ 민원 건수에서 AI 상담 관련 불만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람 상담원 연결까지 소요 시간이 길다”는 항목이 대표적인 불만 사유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은행처럼 대규모 상담 인력을 갖춘 은행은 상대적으로 민원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AI 상담의 한계를 인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상담이 단순·반복 업무에 효과적인 것은 맞지만, 금융 민원의 상당수는 복잡하고 상황별 변수가 많다”며 “AI만으로는 고객 만족도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AI 상담을 ‘전면 대체’가 아닌 ‘보조 역할’로 한정하는 은행의 전략이 다시 평가받고 있다.
국민은행은 향후에도 상담 인력을 유지하면서 AI 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상담원이 AI 시스템의 사전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도록 ‘하이브리드 상담’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건비 절감과 고객 만족도를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AI 상담이 장기적으로는 은행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지만, 소비자 신뢰를 해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 서비스의 본질은 신뢰”라며 “기술 효율성만 보고 상담 인력을 급격히 줄이면 오히려 고객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금융권이 AI 상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AI 기술 고도화뿐만 아니라 상담 인력 재배치, 맞춤형 서비스 설계 등 전방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한 비용 절감에서 벗어나,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둔 AI·인간 상담의 균형이 향후 은행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