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이용·개발자 유입…보안·규제 정합성·온체인 전환률 확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업비트가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기와(GIWA)’를 선보였다. 거래소 기능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네트워크와 지갑을 운영하며 서비스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업계 1위 거래량에 ‘기술력 1위’ 타이틀까지 노리는 행보다.
기와는 두 축으로 이뤄진다. 하나는 블록체인 본선의 혼잡을 덜어주는 보조망(일명 레이어2)인 ‘기와 체인’, 다른 하나는 사용자가 자산을 스스로 보관·이체할 수 있는 ‘기와 월렛’이다. 쉽게 말해, 더 빠른 우회도로와 그 도로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지갑을 한꺼번에 내놓은 셈이다.
‘기와 체인’의 목표는 비용과 속도다. 기존 이더리움에서 거래가 몰릴 때 발생하는 수수료 급등과 지연을, 별도의 보조망에서 먼저 처리한 후 본선에 정산하는 방식으로 낮추겠다는 취지다. 금융 서비스와 게임, 보상형 앱 등 일상형 서비스가 올라오려면 이 부분이 핵심이다.
지갑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뒀다. 복잡한 지갑 주소 대신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별칭(아이디)로 송금하고, 분실·오타를 줄이는 안전장치를 더했다는 설명이다. 거래소에 맡겨 두던 자산을 개인이 보관하려는 흐름(셀프 보관)도 지원한다. 사용성이 좋아야 생태계가 자란다는 계산이 깔렸다.
업비트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거래소는 ‘거래’를 묶는 데 강하지만, 결제, 포인트·티켓 같은 실물 자산의 디지털 전환(토큰화), 다양한 생활형 앱까지 품으려면 뼈대가 되는 네트워크를 스스로 통제하는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수료 정책, 개발 도구, 안전성 기준 등을 자체적으로 설계해 외부 프로젝트를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에선 이미 전례가 있다. 미국 코인베이스는 자체 네트워크 ‘베이스(Base)’를 운영해, 거래소에서 시작한 사업을 개발자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업비트도 유사한 방향을 택하되, 원화 결제 생태계를 갖춘 국내 기반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는 모습이다. 국내 결제·정산과 연결되면 활용처가 크게 늘 수 있다.
다만 기술·운영 과제도 만만치 않다. 보조망 특성상 거래를 최종 확정하기까지 대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데이터 저장 방식, 부정거래 감시, 외부 감사를 통한 보안 점검 같은 ‘보이지 않는 안정장치’를 얼마나 촘촘히 가져가느냐가 관건이다. 지갑 역시 편리함과 안전성의 균형이 중요하다. 아이디 송금은 쉬운 대신, 사칭·분실 복구 같은 세부 설계가 허술하면 사고가 커질 수 있다.
규제 정합성도 살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 자산 토큰화, 결제 연계 등은 전자금융법·특정금융정보법 등 여러 제도와 맞물린다. 네트워크–지갑–거래소가 한 회사 아래 놓이면 편리하지만, 이해상충 관리와 투명한 거버넌스 요구도 커진다. 향후 제도 변화에 빠르게 맞추는 역량이 성패를 가를 수 있다.
시장 측면에서 승부처는 ‘누가 먼저 올라타느냐’다. 개발자가 기와 위에 서비스를 올리고, 사용자가 실제로 쓰기 시작해야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위해선 낮은 수수료, 손쉬운 개발 환경, 빠른 온보딩(연동·심사) 같은 유인책이 필요하다. 거래소의 풍부한 유동성과 트래픽을 온체인 활동으로 얼마나 전환시키느냐가 초기 성적표다.
투자자와 이용자가 확인할 지표도 분명하다. 기와 체인에서 하루에 얼마나 지갑이 움직이는지(활성 지갑), 거래가 얼마나 처리되는지(거래 건수), 외부에서 유입된 자산 규모(TVL), 지갑 월간 이용자, 보안 사고와 외부 감사 결과 등이 대표적이다. 수치가 일정 수준 이상에서 안정적으로 늘면 ‘기술 1위’ 전망에 힘이 실린다.
종합하면, 기와는 업비트의 정체성을 ‘거래소’에서 ‘인프라 사업자’로 넓히는 선언이다. 이용자에게는 더 빠르고 저렴한 네트워크와 쓰기 쉬운 지갑이라는 이점이 돌아간다. 반대로 업비트는 보안·운영·규제 대응까지 책임 범위가 커진다. 향후 몇 분기, 어떤 서비스가 올라오고 실제 사용이 어떻게 늘어나는지가 ‘국내 1위’의 다음 타이틀을 좌우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