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 망분리 특례 부여로 도입 가능...신한은행도 자체 AI 개발 추진
- 업권 전반 확산 전망...책임 소재·개인정보 보호 등 후속 법제화 과제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권이 본격적인 인공지능(AI) 실무 투입 시대를 맞았다. 우리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외부 생성형 AI를 기업 여신심사 업무에 올해 안에 도입하고, 삼성화재는 보험금 지급까지 업무 전반에 AI를 적용해 심사 인력 검토를 55% 줄였다. 그동안 챗봇이나 상품 추천 등 비핵심 영역에 머물렀던 AI가 대출 심사와 보험금 지급이라는 금융의 가장 본질적 업무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권 AI 실무 전환의 기폭제는 금융위원회가 2024년 8월 발표한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이다. 망분리 규제는 은행 내부망과 외부 인터넷망의 연결을 끊어 보안을 확보하는 제도였으나, 외부 생성형 AI 활용을 원천 차단하는 구조적 장벽이었다. 금융위는 생성형 AI 활용 허용, 클라우드 기반 SaaS 활용 확대 등 단계적 완화 방침을 세웠고,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제도를 통해 개별 금융사에 특례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7월 이 제도를 통해 내부망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사용 승인을 받았다.
은행권에서는 여신심사 업무에 생성형 AI 도입이 본격화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안에 기업 여신심사와 사후관리 업무에 외부 생성형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기업의 상환 능력을 판단하고 대출 금리와 한도를 정하는 과정에 AI를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오는 11월까지 보안 평가를 마치고 연내 전면 도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내부망 여신심사 업무에 자체 개발 생성형 AI를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구체적인 시기를 조율 중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보증서, 계약서, 심사의견서 등을 점검하는 업무에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자체 생성형 AI를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화재가 AI 활용을 선도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가입설계부터 인수심사, 보험금 지급 등 일반보험 업무 전반에 생성형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 1단계 사업을 올해 4월 마무리했다. 현재 2단계 후속 사업을 진행 중이며, 특히 암 진단 보험금 심사에 문자 인식(OCR) 기술과 생성형 AI를 결합해 심사 인력 검토 비중을 약 55% 줄였다. 장기보험 청약 심사에 적용된 머신러닝 기반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은 심사 승인율을 71%에서 9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는 기존 인력 중심 심사 방식의 한계를 기술로 극복한 대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권이 생성형 AI를 핵심 업무에 도입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업대출 심사는 수년 치 재무제표를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고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었다. 방대한 데이터를 사람이 다 확인하기 어렵고, 심사역 개인의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컸다. 반면 생성형 AI는 주어진 모든 정보를 고려해 종합적인 판단을 즉시 내놓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하며, AI는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보조 역할에 그친다.
금융권에서는 AI 실무 투입이 은행·보험을 넘어 증권·카드 등 업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여신심사에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AI 여신심사 시스템이 오류로 부실 대출을 승인하거나 우량 고객을 거절했을 때 금융사와 AI 개발사 중 누가 책임질지 명확하지 않다"며 "이 때문에 최종 판단은 여전히 사람이 하고 있으며, 책임 소재 명확화를 위한 법적 기준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망분리 규제 완화가 첫 단추인 만큼, AI 책임 소재 명확화와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담은 디지털금융보안법 제정 등 후속 법제화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