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기금화 법안 발의…‘430조 시장’ 놓고 업권 경쟁 격화 전망
상태바
퇴직연금 기금화 법안 발의…‘430조 시장’ 놓고 업권 경쟁 격화 전망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5.10.13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430조 퇴직연금 시장, 기금화 법안 발의로 구조 재편
- 민주당, 원금 보장 구조로 전체 사업장 확대 추진
- 은행·증권·자산운용, 업권별 전략으로 경쟁 격화 전망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KB증권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지용현 KB자산운용 DB마케팅실장이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KB증권]
지난 7월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KB증권 퇴직연금 세미나'에서 지용현 KB자산운용 DB마케팅실장이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KB증권]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430조원 퇴직연금 시장에 구조적 변화가 임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기금형 전환 법안 발의로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의 시장 참여가 확대되면서, 기존 은행·증권 양강 구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2%대 저조한 수익률 개선과 신규 업체 경쟁이라는 이중 과제에 직면해 장기 운용 역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퇴직연금 기금화 논의는 저조한 수익률 문제에서 출발했다.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400조원을 돌파했지만, 최근 5년 및 10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각각 2.86%, 2.31%에 그쳤다.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30인 이하 중소기업에 도입된 기금형 제도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근로복지공단뿐 아니라 정부 인가를 받은 민간 퇴직연금사업자도 기금 운용에 참여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자산운용사 등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기금형 전환에 대비해 장기 운용 역량 확보에 나섰다. 최근 5년 2.86%, 10년 2.31%에 그친 수익률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이 민간 퇴직연금사업자의 기금 운용 참여를 허용함에 따라 자산운용사 등의 시장 진입이 가능해지면서, 업권 간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운용 능력 내재화, 외부 전문성 활용, 기존 상품 고도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최근 연속 정책토론회를 열며 한국형 기금형 퇴직연금 모델을 마련하고 있다. 민주당은 원금 보장에 가까운 구조로 설계해 손실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푸른씨앗 기금은 30인 이하 중소기업만 가입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이를 전체 사업장으로 확대하고 민간 전문 운용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을 개방한다. 이는 계약형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을 기금형으로 전환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업권별로 대응 전략이 엇갈린다. 은행권은 전국 지점망과 고객 접점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시장 방어에 나서는 한편, 자산운용 전문성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퇴직연금 전문 운용사 설립이나 외부 운용사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며, NH농협은행은 복수의 전문 운용사와 업무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증권사는 위험자산 운용 노하우를 앞세워 공격적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진입이 예상되는 자산운용사는 대규모 자금의 장기 운용에 강점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기금형 전환시 운용 역량 없는 금융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 마지막 준비 기회"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기금화 법안은 이번 국회 정기국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정부와 여야가 기금화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입법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기금형 전환이 본격화되면 430조원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고객 기반을 활용한 시장 방어, 증권사는 운용 전문성을 활용한 공격적 확대, 자산운용사는 대규모 자금 운용 경험을 활용한 신규 진입이라는 각기 다른 전략으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선제 대응에 성공한 금융사가 향후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