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리스크 속 구조금융·ESG 채권 등으로 수익 다변화 추진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우리은행이 리테일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금융·투자금융(IB) 강화로 체질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리차 축소로 예대마진 수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은행 수익 구조를 ‘이자 중심’에서 ‘솔루션 중심’으로 옮기려는 전략이다.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은 기업·투자금융을 그룹의 핵심 성장 축으로 재정의했다. 올해 본점 조직 개편을 통해 기업금융본부와 IB본부를 통합한 기업투자금융그룹(CIB Group) 을 신설했고, 대기업·중견기업·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자문·금융주선·프로젝트파이낸싱(PF) 기능을 한데 묶었다. 본점 조직도에서도 기업·투자금융이 명확히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부동산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우리은행은 대체자산·구조금융·ESG채권 을 중심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과거 개발형 PF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물류 인프라, 신재생에너지 등 실물기반 프로젝트로 자산구성을 다변화하고 있다. ESG채권 발행 및 주선 실적 또한 그룹 차원에서 꾸준히 확대 중이다.
중소·중견기업 고객 기반 강화도 병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단순 여신 중심의 영업에서 벗어나, 결제·외환·투자자문 등 거래 기반 비이자 수익 모델로 중소기업 고객군을 재편 중이다. 공식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중소기업 거래 비중 확대를 그룹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업금융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베트남·인도네시아·캄보디아 등 주요 동남아 법인에서는 교역금융(Trade Finance)과 기업대출, 외화 결제 서비스를 결합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 중이다. 특히 베트남우리은행은 현지 외은 중 상위권 자산 규모를 유지하며, 한국-베트남 교역 기업을 연결하는 금융 네트워크로 자리매김했다.
우리은행은 IB 역량을 키우기 위해 국내외 전략적 제휴 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 CIB)와 손잡고 대체투자·구조금융 분야 공동협력에 나섰고, 그룹 내에서는 우리금융투자와 협업을 통해 인수금융·M&A 딜 공동주선 체계를 구축했다. ‘은행-증권 시너지’로 IB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리스크 관리 체계도 병행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AI 기반 기업여신 심사 시스템을 도입해 기업의 재무정보뿐 아니라 산업별 리스크 지표, 거래 패턴 등을 종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심사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는 PF 부실률을 조기에 식별하고, 기업별 맞춤 한도 산출을 자동화하려는 시도다.
다만 과제도 남아 있다. 국민·신한이 이미 IB 시장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후발주자인 우리은행은 전문 인력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이 필수적이다. 또 PF 리스크가 여전히 금융권 전반에 부담으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확장보다 리스크 통제 능력이 실적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리은행이 그룹 차원에서 IB를 성장축으로 삼은 것은 명확한 방향 전환”이라며 “다만 속도보다 리스크관리·전문성 축적이 선행돼야 시장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은행의 승부는 단순한 ‘3위 은행의 반격’이 아니라, 국내 은행업 구조 재편의 실험무대에 가깝다. 예대마진 시대가 저물어가는 가운데, 우리은행이 기업·투자금융의 균형 모델을 완성할 수 있을지가 향후 5년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