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영업·미래 수익성 관리 측면에서 성과내...원수보험료·CSM↑
실적·건전성은 산불·집중호우에 '휘청'...보험손익·킥스 비율 '급감'
"자연재해는 이제 변수 아닌 상수...리스크 관리 등 강화해야"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다음달 임기 반환점을 맞는 송춘수 NH농협손해보험 대표의 입지가 자연재해로 흔들리고 있다. 보험영업과 미래수익성 관리 부문에서는 성과를 냈지만 산불 등 자연재해 리스크 탓에 실적과 건전성은 일제히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송 대표가 잔여 임기 동안 리스크 관리 및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송 대표는 올해 1월 전임 서국동 대표의 뒤를 이어 농협손보의 새 선장으로 취임했다. 농협손보 출범 이래 회사 내부 인사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것은 송 대표가 처음이다. 송 대표의 임기는 내년 말까지 총 2년이다.
송 대표는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이후 보험 분야에서만 2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보험맨이다. 자산운용 전문성은 높지만 보험산업에 대한 이해도는 비교적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 전 대표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송 대표 취임 당시 농협손보 안팎에서 실적 성장 등에 대한 기대감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보험영업 및 미래 수익성 관리 부문에서는 주변의 바람을 만족시키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농협손보의 원수보험료는 3조8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증가했다. 이 가운데 타 상품보다 수익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장기보험의 원수보험료(2조797억원)가 같은 기간 12.2% 늘어나며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는 점은 특히 고무적인 대목이다.
보험계약마진(CSM) 역시 지난해 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 등으로 인해 약 8000억원이 일시 증발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농협손보의 3분기 말 CSM 잔액은 1조6225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7.4% 증가했다. CSM은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떠오른 미래 수익성 지표로, 보험사는 CSM을 우선 부채로 인식한 뒤 매년 일정 비율로 상각해 수익에 반영한다.
그러나 송 대표의 이 같은 성과는 잇따른 자연재해 앞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올 봄 전국적으로 확산된 산불과 여름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농협손보의 실적과 건전성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다. 농협손보는 농작물재해보험 등을 정책보험으로 판매하는 유일한 손해보험사로, 사업 구조상 대규모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손익 등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농협손보의 손해율은 지난해 3분기 만해도 96.26%에 그쳤으나 올해 들어 '적자 기점'인 100%를 넘어서더니 3분기에는 109.6%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농협손보의 3분기 누적 보험손익(326억원)이 75.3% 급감하고, 순이익(1219억원)은 12.1% 감소한 배경이다. 이 기간 농협손보는 투자손익(739억원·94.59%↑)의 성장 덕분에 실적 감소폭을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여기에, 건전성은 그야말로 수직하강했다.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변경과 기준금리 하락으로 이전에도 하향세였던 농협손보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자연재해 피해까지 더해진 결과 한층 빠르게 곤두박질쳤다. 산불과 집중호우 이후 보험금 청구가 증가해 실적이 쪼그라들면서 킥스 비율 산출 시 분모가 되는 가용자본이 줄어든 영향이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보험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3분기 말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은 172.5%로 전년 동기 대비 117.6% 급락했다. 킥스 비율이 318.1%에 달했던 지난해 1분기 말과 비교하면 하락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농협손보는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4500억원 규모)과 올해 3월 후순위채(2000억원 규모)를 각각 발행하는 등 자본 확충을 통한 킥스 비율 상승을 노렸으나 '자연의 힘'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자연재해가 농협손보의 경영 전반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송 대표의 잔여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리스크 관리 및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이 떠오르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농협손보가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적인 취약점을 안고 있는 만큼 송 대표가 이를 개선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농협손보 입장에서 자연재해 리스크는 이제 변수라기보다는 상수에 가깝다"면서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기후재난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얘기하면 리스크 관리 강화나 상품 포트폴리오 재구축 등이 가속화되지 않을 시에는 수시로 찾아올 자연재해 탓에 농협손보의 실적 변동성이 계속해서 확대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농협손보 관계자는 "보험계약 인수 및 재보험 출재 관련 역량을 높이는 등 자연재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며 "상품 포트폴리오 개선 측면에서는 타사와 마찬가지로 장기·일반·디지털 보험 등에 대한 마케팅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