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부진과 관세 부담 속 비용 압박 겹쳐
업계 원가 통제 한계 지적, 경쟁력 저하 우려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올해 원·달러 환율이 연말을 앞두고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연중 평균 환율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철강과 석유화학업계의 체감 부담은 여전히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환율 등락과 무관하게 고환율 기조가 한 해 내내 이어지며 원가 구조에 상시적인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6일까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올해 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1.9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8년 평균 환율(1394.9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통계상 역대 최고치다. 올해 달러화가 연간 기준 약세를 보였음에도 원화 약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에서 국내 산업계의 부담은 더욱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업계는 연중 이어진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았다. 두 업계 모두 철광석, 원료탄, 납사 등 핵심 원자재를 달러화로 수입하는 구조여서 환율 수준 자체가 곧 제조원가 상승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평균치가 높으면 연간 손익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는 수요 부진과 글로벌 통상 압박 속에서 원가 부담까지 겹치며 수익성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환율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되면서 제조원가 비중이 확대됐고, 시장 상황상 제품 가격에 이를 충분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납사 가격이 국제 유가와 환율에 동시에 연동되는 구조인 만큼, 연평균 고환율은 원료 조달 비용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렸다. 글로벌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제품 가격 인상 여력은 제한적인 상황에서 환율 부담이 연중 누적된 셈이다.
외환당국의 개입과 수급 요인으로 연말 환율 종가는 지난해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업계는 단기 조정보다 연평균 환율 수준을 더 중요하게 보고 있다. 연말 종가는 재무제표상 외화 부채 평가에 영향을 미치지만, 실제 경영 현장에서는 연중 평균 환율이 원가와 손익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연평균 1420원대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이 고착화할 경우 원화 약세 인식이 굳어지며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철강과 석유화학업계 역시 고환율이 일시적 변수가 아닌 상시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비용 부담과 수익성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이틀 환율이 내려가는 것보다 연중 평균 환율이 높았다는 점이 훨씬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원자재를 달러로 조달하는 구조에서는 고환율이 상수로 굳어질수록 원가 관리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