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증권사 ESG 진단] 한국투자증권, 2조 클럽 눈앞인데 거버넌스(G) D등급…제재 누적·구조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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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증권사 ESG 진단] 한국투자증권, 2조 클럽 눈앞인데 거버넌스(G) D등급…제재 누적·구조 부담
  • 정수진 기자
  • 승인 2025.12.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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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거버넌스 '최하위' D...자기자본 상위 10위 중 '유일'
올해 기관경고 2번, 기관주의 1건...복수 제재가 심화평가에 반영
사내이사 중심 이사회 구조, 기본 평가에서도 부담 요인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브로커리지와 자산관리, 투자은행(IB), 운용 전반에서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이 ESG 평가의 핵심 축인 거버넌스(G) 부문에서는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자기자본 12조원을 웃도는 업계 최대 규모 증권사가 거버넌스 평가에서는 대형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하위 등급으로 내려앉은 것이다.

업계에서는 채권형 랩·신탁 관련 제재를 비롯한 복수의 내부통제 이슈가 누적된 데다, 이사회 구조 등 제도적 측면의 부담까지 겹치며 평가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기자본 상위 10위 중 '유일한 D등급'

30일 KCGS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2025년 ESG 거버넌스 부문에서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았다. 평가 대상 증권사 가운데 거버넌스 부문에서 D등급이 나온 것은 2023년 상상인증권 이후 3년 만이다.

등급 하락 흐름도 뚜렷하다. 연도별 공시된 한국투자증권의 거버넌스 등급을 살펴보면 2020년 B+(양호) 등급에서 2021~2023년 B(보통), 2024년 C(취약), 2025년 D(매우 취약) 등급으로 단계적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중대 규제와 내부통제 관련 리스크가 누적되며 심화평가에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평가에서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규모 대비 등급 격차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 12조2019억원으로 업계 1위다. 증권업계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2조 클럽' 진입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6761억원, 영업이익은 1조983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9%, 71.2% 증가했다.

반면 동일한 자기자본 상위 10위권 증권사들은 거버넌스 부문에서 한국투자증권보다 높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A(우수)등급, NH·KB·키움·하나증권은 B+등급, 메리츠·대신증권은 B등급, 미래에셋증권은 C등급을 받았다. 대형 증권사 대부분이 '양호(B+)' 또는 '보통(B)' 수준에 머무른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만 최하위인 D등급으로 내려앉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 외에 거버넌스 부문에서 D등급을 받은 증권사로는 자기자본 1조원 미만의 중소형사인 유화증권이 있다.

랩 돌려막기·공시 위반…'복수 요인'이 추가 감점

업계에서는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어진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관행에 대한 제재가 올해 2월 확정된 이후 3월 말 금융감독원 제재가 이뤄지면서 증권사 전반의 ESG 등급이 하향 조정된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단일 이슈가 아니라 복수의 부정적 사건이 누적 반영되며 등급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한국ESG기준원(KCGS) ESG 평가 및 등급 공표'에 따르면 KCGS는 2025년 1·2분기 등급 조정과 2분기 이후(7~10월) 확인된 ESG 위험을 반영해 정기 등급 조정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교보증권, 유진증권, 유안타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금융감독원 제재 발생을 이유로 등급 조정 사유가 발생했다. 

KCGS 관계자는 "정규 등급 기준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의 거버넌스 부문이 B에서 D로 조정됐다"며 "연도별로 보면 2023년 B등급에서 2024년 등급 조정으로 C로 하향된 뒤, 2025년 정규 평가에서 D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3월 말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관련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 손익을 다른 고객에 전가한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이후 4월에는 사모펀드 등 금융투자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추가 제재가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고객 적합성 원칙 준수의무 위반 ▲중요사항 누락에 따른 설명의무 위반 ▲부당권유 금지의무 위반 등을 확인하고, 해당 사안 관련해 한국투자증권에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또한 2020년 4월 국제유가 급락 당시 WTI 원유 선물거래와 관련해 고위험 상품에 대한 유의사항을 충분히 안내하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며 '기관주의' 제재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랩 계좌 관련 이슈 외에도 공시 위반·부실 공시 사안이 추가로 반영되며 감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해당 사안들이 내부통제 실패로 판단돼 거버넌스 평가에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적 거버넌스 이슈, '공통 문제'지만 부담은 상이

구조적 측면의 지적도 이어진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겸직, 계열사 간 수직적 지배구조 등으로 오래전부터 거버넌스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이러한 구조는 한국투자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제로 올해 29개 증권사 가운데 거버넌스 부문에서 유일하게 A 등급을 받은 신한투자증권 역시 대표이사·이사회 의장 겸직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 구성과 내부통제 장치, 이사회 내 견제 구조 등이 종합적으로 평가받으며 상위 등급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사외이사 비중이 축소되는 흐름을 보였다. 3분기 말 기준 이사회 8명 중 사외이사는 5명(63%)으로, 2023년 말 11명 중 8명(약 73%)에 비해 낮아졌다. 이는 금융권 전반의 사외이사 강화 흐름과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평가는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증권업의 특성과 항상 긴장 관계에 놓여 있다"며 "따라서 증권업계 특성을 감안하면 대표 중심 구조는 사업 측면에서는 강점이 될 수 있지만, 평가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거버넌스 평가는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전문성·독립성, 이해관계 충돌 관리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며 "이러한 요소에서 점수가 낮아질 경우 전체 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KCGS 관계자는 "거버넌스 평가는 제도·구조 중심의 기본 평가와 제재 등 부정적 이슈를 반영하는 심화 평가로 구성된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고 추가적인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으면 감점 요인이 해소돼 향후 등급 상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ESG기준원(KCGS)는 거버넌스를 일반상장자의 경우 G, 금융사는 FG로 구분해 평가한다. 한국투자증권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전면 적용되는 비상장 금융사로 분류돼 FG 평가 대상에 해당한다. 때문에 이사회 구성과 운영, 최고경영자 체계, 보수 정책, 위험관리, 감사기구 및 내부통제, 이해관계자 소통 등이 주요 평가 항목으로 반영된다.

주요 증권사별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G) 등급 추이
주요 증권사별 한국ESG기준원 지배구조(G) 등급 추이.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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