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빵도 화장품도 키링도 ‘기다려서’ 산다...웨이팅 열풍, 한국인들은 정말 심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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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빵도 화장품도 키링도 ‘기다려서’ 산다...웨이팅 열풍, 한국인들은 정말 심심할까
  • 조아라 기자
  • 승인 2026.01.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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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있는 음식점, 가게 대기, '웨이팅' 해야 입장 가능해진 오늘
한국 여가를 위한 놀이문화 없다 또는 유행에 편승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대전 성심당 본점 매장. [사진=녹색경제신문]
대전 성심당 본점 매장. [사진=조아라 기자]

[녹색경제신문 = 조아라 기자]

최근에 ‘인파가 좀 붐빈다’ 싶은 일명 ‘핫한 지역’에 놀러 가면 대기 없이는 ‘의식주 활동’ 중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게 됐습니다. 팝업의 성지인 서울 성수역은 웨이팅 천국입니다. 사람들이 몰려 있어 눈길이 가는 팝업 스토어 직원에게 문의하면 사전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거나 인기 있는 팝업의 경우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은 현장 대기를 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도 모르는데 어떻게 정보를 알았는지 예약하고 팝업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국내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초 기자가 부산을 여행차 방문했을 당시 부산의 명소 중의 한 곳인 ‘이재모피자’ 본점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본점에서만 ‘김치볶음밥’ 메뉴가 주문이 가능하다고 해서 말이죠. 이재모피자 본점은 원격 대기도 아니고 오로지 현장 대기만 가능한터라 부산 중구에 위치한 본점 앞에서 잠시 내려 현장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부산 영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하며 두 시간 가량을 기다렸습니다.

몇 줄의 문장으로 적으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대기 명단을 작성할 친구를 잠시 내려주고 주정차가 어려워 또 한 바퀴 운전해서 빙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와야 했습니다. 이후에는 행여 우리 순서를 놓칠까 봐 대기 어플에서 눈을 뗄 수 없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더군요.

웨이팅 열풍은 최근에도 뜨겁습니다. 지금 기사를 읽는 독자분은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를 아시나요? 이름도 낯선 중동 지역 식재료인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이용해 만드는 해당 메뉴는 재고가 없어서 구매가 어려운 지경입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2주 만에 판매가가 널뛰는 가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두쫀쿠 열풍은 사그라들 줄 모릅니다. 유동 인구가 적은 베드타운 지역의 디저트 가게여도 두쫀쿠로 입소문이 나면 오픈런(매장 개점 시간 이전에 대기 줄을 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을 하러 가게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선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줄을 서는 것일까요? 이런 웨이팅 열풍을 두고 한국에는 여가 시간을 위한 충분한 놀이 문화가 부재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스포츠나 취미 등 여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없다 보니 비교적 SNS 인증샷이 가능한 팝업이나 유행, 트렌드에 따른 음식, 의류 구매에 대다수의 사람이 쏠리는 것이라는 이야기란 얘기입니다. 

저는 이 말을 듣고 “프랑스에서는 카페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 모두가 도서관에 간다. 카공족은 한국에서 처음 본다”던 한국 유학 생활을 하던 프랑스인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도로 블록 하나에 길게 줄 이은 카페 열풍, 카공족 문화 등 한국에 여가생활을 위한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아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말 충분한 놀이 문화가 없어서 놀 공간이 없어서 줄을 서는 것일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인증샷 문화, 유행하는 트렌드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같이 내수 시장이 큰 나라의 경우 해당 성향은 더 두드러지는 편이죠. 

현재의 웨이팅 열풍에 대한 적확한 분석을 내릴 순 없지만 이 현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 한때다”라면서 줄 서는 사람들을 한철 유행에 편승한다며 비판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것도 정말 한때이니 즐겨야 하는 것 아닐까요? 우리 인생에 한 번 뿐인 경험 중의 하나인 셈이니까요. 

새해를 앞두고 저는 대전 여행을 갔습니다. 대전에 간 김에 성심당 케이크를 사려 긴 대기 줄에 동참한 저는 앞뒤 대기고객들의 재미난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추우니 어머니와 딸은 근처 카페에서 기다렸다가 이따 나오라는 훈훈한 아버지의 이야기, 줄이 길어지다 보니 줄이 끊기는 부근에서 새치기가 발생해 싸움이 벌어질 뻔한 이야기 등 정말 추웠지만 제가 그 자리에 없었다면 알지 못했을 이야기입니다. 

저는 최근에 짧은 대기 끝에 구매한 ‘두바이 찹쌀떡’을 어머니와 나누어 먹었습니다. 평소에 단 것을 싫어하시던 어머니가 두바이 찹쌀떡이 맛있다고 한 반응은 의외였죠. 웨이팅 문화는 여름에 춥고 겨울에 덥고 그 대기시간으로 인해 막상 접하게 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함께 대기한 지인과 나눈 대화, 대기 끝에 먹은 음식에 대한 평가 등 그 순간의 추억은 우리 머릿속에는 오래 남지 않을까요. 

조아라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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