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마요 쇼크]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난항 속 마주한 변수…'적과의 동침' 고민③
상태바
[알파마요 쇼크]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기술 난항 속 마주한 변수…'적과의 동침' 고민③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1.21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알파마요 등장에 전략 축 흔들, 투트랙은 선택 아닌 생존
자체 기술이나 오픈 플랫폼이냐… 기술력 판가름의 시간
포티투닷 로고 (사진=포티투닷 제공)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개발용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 알파마요(Alpamayo)가 완성차 업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단순한 기술 공개를 넘어, 완성차 OEM들의 자율주행 전략 자체를 재정의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 흐름에서 가장 복잡한 선택지를 마주한 곳 중 하나다. 오랜시간 자율주행 자체 기술 개발에 투자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알파마요를 배척할 수도, 자체 기술 개발을 중단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년간 자율주행 기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강조해 왔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자체 개발 기술과 알파마요를 활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가는 것을 기정 사실화한 가운데, 어떤 기술이 조직 내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을 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알파마요의 등장으로 곤란한 상황에 빠진 국면인데, 포티투닷 등으로 장기간 검증한 자체 기술을 스톱시키는 게 아니라 경쟁사와 시장 진입 속도를 맞추는 차원에서 차선책으로라도 알파마요 활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확성에 더해 속도도 전쟁'... 자체 기술에만 기댈 수 없어

초기에는 라이다(LiDAR) 중심의 모듈형 자율주행 방식을 채택했으나, 비용과 확장성, 상용화 속도 측면에서 한계가 드러났다. 글로벌 경쟁사들이 데이터 중심의 엔드투엔드(E2E)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사이, 현대차그룹의 전략은 반복적인 수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조직 안에서 자율주행 개발의 축이 여러 갈래로 나뉘며 기술력을 집중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내부 개발 조직, 포티투닷, 현대모비스, 현대오토에버 네 개의 축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각 조직 간 역할과 주도권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아 기술의 연속성이 흔들렸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 혼선도 이어졌다. 작년 12월 자율주행 전략을 총괄하던 송창현 사장이 물러났고, 올해 초 엔비디아와 테슬라 요직을 거친 박민우 사장이 새로운 리더로 부임했다. 현대차그룹은 박민우 사장 영입을 기점으로 흩어져 있던 조직의 역량을 결집하고 AI 알고리즘과 E2E(End-to-End) 소프트웨어 고도화에 기술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민우 포티투닷 신임 사장 (사진=현대차 제공)

알파마요는자율주행에 필요한 핵심 인지·판단 기능을 담은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개방형 개발 플랫폼으로, 이를 커스터마이징하면 완성차 업체는 비교적 손쉽게 자율주행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순위권에도 들지 못했던 메르세데스-벤츠가 알파마요를 등에 업고 올해 레벨2 이상의 자율주행 차량을 출시하게 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자체 개발이 계획대로 가지 않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보루가 생겼다”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도 알파마요는 더 이상 ‘남의 기술’이 아니라, 전략적 선택지로 검토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알파마요 활용 계획에 대해 “밝힐 수 있는 입장이 없다”며 공식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알파마요를 차선책으로 염두해두고 있다는 것은 업계에서 이미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알파마요를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체 기술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경쟁사와 속도를 맞추는 차원에서 차선책으로라도 알파마요 활용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자율주행은 기술 완성도 못지 않게 출시 시점과 학습속도가 변수인데, 자체 기술만 바라보고 있기엔 테슬라 FSD등 타 업체들의 압박이 거세다”고 말했다.

삼성은 살아남았고, 노키아는 사라졌다... 현대차 선택은

업계에서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상황을 15년 전 스마트폰 산업 초창기의 '플랫폼 대격변기'와 비교하고 있다.

당시 휴대폰 시장의 절대 강자였던 노키아와 신흥 강자로 부상하던 삼성전자의 운명을 가른 것은 결국 '플랫폼 개방성'과 '투트랙 전략'의 유무였는데, 미래 모빌리티도 스마트폰과 유사한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당시 세계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던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Symbian)'을 고집한 결과 폐쇄적인 개발 환경으로 인해 앱 개발자들의 외면을 불렀고, 결국 2013년 휴대폰 사업부를 매각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와 대비되는 전략을 보였던 곳이 삼성전자다. 삼성은 자체 OS인 '바다(Bada)'와 '타이젠(Tizen)'을 개발하며 독자 생태계 구축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적극 수용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쳤다. 결국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를 통해 글로벌 앱 생태계와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확보하며 시장의 승자가 됐다.  

현재 엔비디아의 '알파마요'는 오픈 파운데이션 모델로서 구글 안드로이드의 역할을 하며 기술 격차를 메우고 범용성을 확보할 수 있는 '치트키'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알파마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전략에는 한계와 반대급부가 따른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알파마요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생태계가 재편될 경우,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는 GPU 등 핵심 하드웨어 영역까지 엔비디아 중심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완성차 업체들은 사실상 엔비디아 제품 외에 대안을 찾기 어려워 특정 기업에 대한 공급망 종속 리스크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 “알파마요가 기술 장벽을 낮춰주는 대신, 장기적으로는 비용과 주도권을 엔비디아에 넘겨주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현대차그룹이 자체 기술력 확보를 포기할 수 없는 속내이기도 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독자노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교수는 21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대차그룹이 그간 부침을 겪긴 했지만 현 시점으로 봤을 때 자율주행 기술이 많이 올라와있는데, 모셔널 같은 경우 레벨4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 기술이 궤도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알파마요는 아직 상용화가 안돼서 기술력이 베일에 가려져 있지 않나. 현대차그룹의 자체 기술과 알파마요를 비교하는 것은 시기상조이고, 현대차그룹이 자체 기술력으로 독자 노선을 택할 여지는 아직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