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내용 사실과 다를 경우 법적 검토 불가피”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선수 권익 보호 단체인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KPFA)가 2024년 12월 한 달간 3385건, 1억9200만원을 '자선경기' 명목으로 집행했다. 31일간 하루도 빠짐없이 지출했다면 하루 109건, 620만원을 써야 가능한 속도다. 누가 돈을 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녹색경제신문〉이 2일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를 확인한 결과, 선수협은 2024년 총 3억1341만7590원의 기부금을 집행했다.
이 가운데 자선경기 지출이 1억9200만원으로 전체의 61%를 차지했다. 선수 지원은 9410만원(30%), WK리그 시상식은 2056만원(7%), 유소년 팀 지원은 640만원(2%)이었다. 선수협의 핵심 임무인 선수 지원보다 자선경기에 두 배 가까운 돈이 쓰인 셈이다.
자선경기 지출 1억9200만원 전액은 3387건의 개별 지급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3385건이 12월 한 달에 집중됐다. 1~11월엔 단 2건(10월 27만5000원, 11월 75만원)만 집행됐다.
공익법인의 결산 및 기부금 공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0조의3에 근거한다. 해당 조항은 공익법인이 사업연도 종료 후 일정 기간 내에 재무제표와 함께 기부금 모집 및 지출 내역을 국세청 홈페이지에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으며, 자산 규모 등에 따라 간편한 방식의 공시도 허용하고 있다.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공개된 ‘법인세법 시행규칙 별지 제63호의7서식’에 따르면 공익법인 기부금 명세서 작성 지침은 지급처명을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공란으로 둘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지급 금액과 구체적 지급 내용은 반드시 기재하도록 규정한다. 선수협 명세서의 자선경기 항목에는 '자선경기'라는 지급 목적만 표기돼 있을 뿐, 후원물품·용역비·대관료 등 구체적 지출 내역은 확인되지 않는다.
12월 집중 지출로 기부금 대부분이 연말에 소진되는 구조도 드러났다. 명세서에 따르면 12월 기부금 수입은 1억2119만원이었지만 지출은 2억105만원으로, 수입보다 약 8000만원 많았다. 기말 잔액은 50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명세서는 '얼마를 썼는가'만 보여줄 뿐, '누가 왜 결정했는가'는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전체 지출의 61%를 차지하는 자선경기 항목과 관련해 이사회 승인 여부나 집행 기준, 내부 절차 등 의사결정 과정은 문서상 확인되지 않는다.
명세서상 월별 지출 합계(3억1341만7590원)와 연도별 지출 합계(3억1307만5390원)도 일치하지 않는다. 같은 문서 안에서조차 숫자가 맞지 않는데, 이를 설명하는 주석이나 보충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법률 및 세무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지출 구조에 대해 법적 검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 로펌 변호사는 2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기부금 명세서가 사실과 다르게 작성될 경우, 공익법인 운영의 적정성을 둘러싼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돈호 노바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역시 “해당 지출은 공익 목적 달성에 직접 기여하고, 수혜자가 명확히 특정되는 구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공개된 명세서만으로는 자선경기 지출이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기준에 따라 집행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연도별 집계에는 자선경기 관련 지급이 3387건으로 기재돼 있지만, 이를 실제 수혜 인원으로 환산할 수 있는 정보나 개별 수혜자에 대한 내역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혜자와 집행 기준이 외부에서 확인되지 않는 공시 구조는 공익법인에 요구되는 투명성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경우 공익법인의 기부금 모집 및 활용 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법인세법 시행령 제39조 제5항 제3호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같은 날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자선경기와 같은 지출 방식이 선수 권익 보호라는 협회의 고유 목적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명확히 설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는 2일 본지와의 서면 질의응답에서 "자선경기 지급건수 3385건은 선수 및 관중 1600명에게 지급된 후원물품과 자선경기 관련 제반 비용"이라고 밝혔다. 답변서에는 1600명이 누구인지, '제반 비용'의 구체적 내용은 명시되지 않았다.
이사회 승인 날짜나 회의록 등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정보도 포함되지 않았다. 선수협은 "예산 규모 및 세부 지원 내역은 내부 운영 사항으로 공개가 제한된다"며 추가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답변서 하단에는 "원본 공개, 전문 인용, 이미지 노출 불가"라고 기재돼 있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0조의3은 공익법인에 기부금 지출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국세청 공시 서식에는 ‘대표 지급처명’ 기재란이 있으나, 자선경기 항목은 공란으로 남아 있다. 선수협은 답변서에서 명세서를 "간편 서식"이라고 설명했다.
선수협은 답변서에서 "정관 및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녹색경제신문>은 선수협 측에 정관과 예산 집행 관련 내부 규정 제공을 요청했으나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