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진짜 사장 나와라"...원청 교섭 쟁취 투쟁 선포
- 200만 한국노총 조직화 사업단 선포식...하청 노조 확장
관세전쟁을 비롯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면서 '기업이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글로벌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친노조' 입법이 잇달아 강행 처리 되면서 '노조 리스크' 위기감이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대내외 경제 위기 속에서 바람직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중 기획으로 지속 조망해본다. [편집자 주]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 시행 첫 날부터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조합(노조)의 교섭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노조원 14만 명이 포함된 900여 개 사업장의 하청 노조가 이미 교섭 요구를 예고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의 하청 기업인 현대아이에이치엘 노조는 10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앞에서 현대모비스의 램프사업부 매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아울러 임금 인상을 위한 2026 단체교섭도 요구했다. 현대에이치엘 노조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에 소속돼 있다.
현대아이에이치엘 노조는 지난 1월 현대모비스가 램프사업부를 매각하기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직후부터 줄곧 반대 입장을 주장하고 있다. 램프를 납품하던 자회사인 현대아이에이치엘 직원들의 고용 불안이 우려된다는 것.
또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광양지회 등은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포스코센터 앞에서 '원청교섭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측이 하청노동자들과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조는 "포스코가 거의 모든 공정에서 약 2만 명에 달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해왔다"며 "위장하도급에 불과한 '불법파견, 불법고용' 범죄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포스코는 실질적 사용자임을 인정하고,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즉각 응하라" 촉구했다.
현대자동차와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이날 3번째 교섭 요구서를 보내는 등 원청을 교섭 테이블에 앉히기 위한 절차를 밟기로 했다. 현대차 하청노조는 정규직 전환 등을 주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하청노조는 임금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올해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을 우려한다. 하청 노조는 임금·성과급을 인상해 원청과 격차를 줄여줘야 한다고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수백개에서 수천개 협력사를 지닌 조선·자동차·건설업계는 천문학적 규모의 비용을 추가로 요구받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협력 회사가 약 8500곳에 달한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전체 직원 중 사내 하청 비중이 60% 수준이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 일대에서 "진짜 사장 나와라"를 외치며 원청 교섭 쟁취 투쟁을 본격 선포했다.
금속노조는 "현재까지 기업 147곳에 종사하는 조합원 1만명이 16개 원청에 교섭을 요청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원청 교섭 요구 조합원 수를 앞으로도 계속 늘려갈 것이고, 원청이 교섭에 응하지 않을 경우 투쟁으로 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소속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7개 산별노조의 원청 사업자에게 교섭 요구 공문을 순차적으로 발송할 예정이다. 900여 사업장 13만7000여명의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의 교섭 요구에 참여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1월부터 현대자동차, 한화오션,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 주요 원청 기업에 교섭 요구 공문을 보냈다. 공공운수노조는 10일부터 공기업, 주요 사립대 등 15개 원청을 대상으로 9600명의 하청 근로자가 교섭 요구에 들어갔다.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도 CJ대한통운, 우체국, 롯데, 한진을 대상으로 원청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공항노조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을 대상으로, 전국건설노조는 건설·플랜트 분야 상위 100개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교섭 요구 공문을 보낸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종로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진짜 사장'이 교섭에 나와야 한다"며 원청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가 결의대회를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상대로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대학 청소·경비 노동자들도 이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 본부를 상대로 원청 교섭을 요구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회관에서 '하청 노동자 원청교섭,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노동조합을! 200만 한국노총 조직화 사업단 선포식'을 열었다.
한국노총은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하청 노동자 조직화를 적극 확대할 계획이다.
또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와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 등 기존 노동법 보호 사각지대에 있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화를 추진해 '200만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는 목표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700만 명이 넘는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 환경에 놓여 있다"며 "이들이 노동조합의 울타리 안에서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직화 외연을 넓히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청 노조가가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권’을 가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쟁의 대상도 해외 투자나 공장 증설 등까지 가능해졌다.
따라서 법 시행 이후 원청 기업은 기존처럼 자사 노조와의 교섭뿐 아니라 하청 노조와도 별도의 교섭을 진행해야 한다. 교섭 요구가 있을 경우 원청 사용자는 이를 다른 하청 노조와 노동자에게 공고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 업체 노조의 교섭 요구가 빈발해 회사 운영에 극심한 혼란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법 시행 전부터 하청 노조가 원청이 교섭에 나올 것을 요구하며 사업장 점거 농성을 하는 등 불법적 실력 행사를 통해 회사를 압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며 "사용자 범위와 교섭 의제를 두고 노사 간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경총은 "노동계는 사용자성이 인정된 범위 외의 무리한 요구나 이를 관철하기 위한 불법행위를 자제해야 한다"며 "정부와 중노위( 중앙노동위원회)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