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공시 '자본시장법 체계'로 바뀌나…민주당 '법정화·확대·인증·면책' 4축 개정안 추진
상태바
ESG 공시 '자본시장법 체계'로 바뀌나…민주당 '법정화·확대·인증·면책' 4축 개정안 추진
  • 나아영 기자
  • 승인 2026.03.17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금융위 로드맵과 별개…특정 규모 이하 기업 공시 공백·거래소 행정규칙 한계 겨냥
- 공시 법정화·인증 의무화·세이프하버·대상 확대 4축…스코프3 시점은 미확정
- 국민연금 "공시 후발 기업 투자 불리"…글로벌 스코프3 시행 시점 제각각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기후 공시를 거래소 자율에서 법적 의무로 격상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대기업 58개사를 출발점으로 공시 체계를 설계하는 동안, 공시 의무의 법적 근거를 별도 입법으로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자산 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 58개사를 출발점으로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으로, 이달 말 의견 수렴을 거쳐 4월 중 확정할 예정이다. 2029년부터는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대상을 넓히지만, 그 이후 일정은 추가 논의 과제로 남겨졌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위 로드맵과 별개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준비하는 배경에는 이 같은 공백이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사례에 비해 우리나라가 많이 늦다"며 "특히 특정 규모 이하 기업에 대해서는 전혀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입법 준비는 지난해 12월 박 의원 주재로 열린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국제 토론회를 계기로 본격화됐다. 관계자는 "국제 정합성을 더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준비하게 됐다"며 "금융위 로드맵과는 별개로 준비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되며 핵심은 공시 법정화다. 현행 거래소 공시는 행정규칙에 근거해 위반 시 제재가 제한적이지만 법정 공시로 전환하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과징금·형사처벌이 적용될 수 있다. 의원실은 거래소 공시가 행정규칙에 불과해 공시 책임을 법으로 못 박을 수 없다는 점을 입법의 핵심 근거로 꼽았다.

공시 내용이 기준에 맞게 작성됐는지 별도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인증 기관과 자격 요건을 법령에 명시하는 인증 법정화도 개정안에 담길 예정이다. 고의가 없는 공시 오류에 대해 일정 기간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세이프 하버(safe harbor) 조항도 포함될 예정이다. 중과실의 경우 면책 여부는 "법안이 나오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는 말했다. 공시 의무 대상을 일정 규모 이하 상장사로 점진적으로 넓히는 근거 조항도 함께 담길 예정이다.

스코프3(기업 공급망 전반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 시행 시점을 두고는 기존 보도와 다른 내용이 확인됐다. 관계자는 "법안 자체에 스코프3를 2029년까지 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법안 내용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국제 정합성을 고려해서 정한다"는 것으로, 스코프3 시행 시점은 공시 기준 제정 과정에서 다룰 사안이라는 설명이다. 관계자는 "IFRS(국제회계기준)를 따르고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 맞춰 지속가능성 공시를 도입하는 국가들도 스코프3 도입 시점은 각기 다르다"며 "국제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해서 스코프3를 2029년에 무조건 도입한다는 것은 과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에서도 ESG 공시 조기 확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동섭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실장은 박 의원 주재로 열린 ESG 공시 토론회에서 "내부 기준상 ESG 공시를 시행한 기업에 대한 평가가 더 높고 이에 따라 투자 비중도 늘어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는 "공시 후발 기업들은 투자 유치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SG 업계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ESG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기준에 맞는 공시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면 국외 자본 유치와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스코프3는 수만 개 협력사의 배출 데이터를 수집·검증해야 하는 만큼 충분한 준비 기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주요국도 스코프3 시행 시점을 두고 엇갈린 선택을 하고 있다. 일본과 호주는 1년 유예를 적용해 2029년 시행할 계획이며, 홍콩과 싱가포르도 1년 유예를 적용하되 시가총액 상위 기업에만 공시 의무를 부여한다. 캐나다는 3년 유예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2029년부터는 국내 일부 대기업이 EU의 역외 공시 의무 적용을 받게 되는 가운데 4월 금융위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입법 논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