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법인에 25억·대표이사 땅에 18억 내준 조아제약…감사한 회계법인은 '적정'
상태바
청산법인에 25억·대표이사 땅에 18억 내준 조아제약…감사한 회계법인은 '적정'
  • 박한솔 기자
  • 승인 2026.03.26 15: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없어진 회사에 빌려준 돈 2년째 그대로…충당금 배분도 '깜깜'
대표이사, 본인 땅 팔면서 이사회 찬성…"배임죄 성립 가능성"
조아넷 등기사항일부증명서 일부. (출처=서울중앙지방법원)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죽은 회사에 돈을 빌려줄 수 있을까. 조아제약은 그랬다. 코스닥에 상장된 이 제약사는 상법에 따라 2011년 청산종결 처리된 법인 '조아넷'에 대한 25억원대 채권을 멀쩡한 자산으로 장부에 올려뒀다.

회사는 3년 연속 적자다.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885원까지 떨어졌다. 이 같은 사실은 사업보고서 주석 깊숙이 기재돼 있어 일반 투자자가 쉽게 인지하기 어려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지난 13일 공시된 조아제약의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 주석 32(특수관계자 거래)에는 조아넷이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돼 있다. 대여금 잔액은 25억5465만원, 기타수취채권은 2억2121만원이다.

금액은 전기말(2024년 12월 31일)과 당기말(2025년 12월 31일) 사이에 1원도 변동이 없다. 2년 연속 상환액은 0원이다. 조아제약은 특수관계자 채권 전체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했으나 조아넷 채권에 얼마가 배분됐는지는 공시에 명시돼 있지 않다. 사업보고서 어디에도 회수가능성에 대한 별도 설명은 없다.

같은 사업보고서에는 또 다른 거래가 기재돼 있다. 조아제약은 지난해 4월 21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경상남도 김해시 삼방동 105-3 토지 및 건물을 18억4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매도인은 조성배 대표이사다. 이 부동산은 1988년 조원기 회장이 매매로 취득한 뒤 2008년 1월 아들 조성배에게 증여된 땅이다. 조성배는 17년간 보유하다 자신이 대표로 재직 중인 회사에 팔았다.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이사회 활동내역에 따르면, 2025년 4월 21일 '김해 삼방동 부동산 매입 건' 의결에는 조성환·조성배·변정미 사내이사와 장은현·이한규 사외이사가 참석해 전원 찬성했다. 조원기 회장은 불참했다. 반대표는 없었다.

매도인인 조성배는 해당 안건에 직접 찬성표를 행사했다. 상법 제391조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고 있으나, 사업보고서상 이사회 활동내역에는 조성배가 이해관계인으로 분리된 흔적이 없다.

이돈호 노바법률사무소 변호사는 26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서면 질의에서 "코스닥 상장사 대표이사가 자신의 토지를 회사에 매각하는 행위는 상법 제398조 제1호에서 정한 이사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며 "이 경우 자기거래의 상대방인 이사는 상법 제391조 제3항에 따라 해당 이사회 결의에서 특별이해관계인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대표이사의 찬성표는 이사 3분의 2 이상의 요건 충족 여부를 계산할 때 제외돼야 하고, 이로 인해 유효한 승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면 해당 거래는 무효가 될 수 있다"면서 "이사회 승인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배임죄 성립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사회의 주요 활동내역. (출처=DART)
이사회의 주요 활동내역. (출처=DART)

조아제약은 매입 두 달 뒤인 지난해 6월 30일 이 부동산을 담보로 중소기업은행에 채권최고액 12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회사가 오너 일가 부동산을 사들인 뒤 이를 담보로 대출을 일으킨 구조다.

조아제약의 외부감사인 S회계법인은 2025사업연도 연결재무제표에 '적정' 의견을 냈다. 감사보고서 발행일은 지난 3월 13일이며, 당기 총 감사 투입시간은 1524시간이었다.

S회계법인이 공시한 외부감사 실시내용에는 채권채무조회를 실시했다고 명기돼 있다. 조아넷은 이 감사가 이뤄진 시점으로부터 14년 전인 2011년 청산종결된 법인이다.

〈녹색경제신문〉은 26일 S회계법인에 ▲청산종결 법인에 대한 채권의 실재성과 회수가능성을 어떻게 검토했는지 ▲채권채무조회를 실시했다면 회신 여부는 어떠했는지 ▲감사 과정에서 조아넷의 법적 상태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서면과 전화로 질의했지만 기사 송고 시점까지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이후 S회계법인 관계자는 28일 서면을 통해 "조아넷 관련 채권은 10년 이상 전부터 전액 대손충당금이 설정돼 있으며 순장부금액은 실질적으로 영(零)"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사인의 비밀유지 의무에 따라 질의에 답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업보고서 공시상 조아넷 채권에 대한 충당금 배분 내역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본지가 질의한 조아넷의 법적 상태 확인 여부는 법원 등기부 열람으로 누구나 확인 가능한 공개 정보로, 비밀유지 의무와는 별개의 사안이다.

한편 조아제약 소액주주들의 투자 가치는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2025사업연도 사업보고서 기준 회사의 누적결손금은 541억원(연결 기준)으로, 2023년 381억원에서 매년 불어났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는 387억원에서 217억원으로 2년 만에 170억원이 증발했다.

주가는 25일 종가 기준 885원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오는 7월 1일부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규정을 시행한다. 조아제약 소액주주는 1만6750명으로 전체 주주의 99.98%다. 

정기호 조아제약 홍보마케팅팀 차장은 26일 본지와의 서면 질의에서 "조아넷 대여금은 과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로 회계기준에 따라 적정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매입에 대해서는 "외부 감정평가를 포함한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매입가격이 결정됐다"고 답했으나 감정평가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조성배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결권 행사 적법성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조아제약 로고. (사진=녹색경제신문)

 

박한솔 기자  lycaon@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