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뒷談]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IPO 막힌 로보틱스, 자금조달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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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뒷談] “국가 전략산업이라며…” IPO 막힌 로보틱스, 자금조달 ‘빨간불’
  • 김지윤 기자
  • 승인 2026.04.23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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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규제에 로보틱스 기업 직격탄..."LG엔솔 케이스와 달라"
“R&D는 늘어나는데 돈줄 막혀”…정책 불확실성에 업계 혼란
HD현대로보틱스의 산업용 로봇이 제조 현장에 적용된 모습 (사진=HD현대로보틱스 홈페이지 캡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정부가 상반기 중 중복상장 규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습니다. SK에코플랜트, 한화에너지, CJ올리브영, 넷마블네오 등 대형 딜들이 줄줄이 중단되거나 철회되면서 ‘IPO 대어’가 자취를 감춘 상황입니다. 금융권에서도 빅딜 실종에 탄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대기업 계열 로보틱스 기업들에도 영향이 큽니다. 사업화 초기단계로서 R&D 비용이 대거 투입되는데 IPO가 막히면서 자금조달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더해 이미 투자를 유치한 금액을 높은 금리에 물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기투자를 받은 기업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HD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상장을 기정사실화하며 준비에 착수했지만, 주관사 선정 단계에서 일정이 사실상 멈춰선 상태입니다. 회사는 올해 1월 KB증권, 한국투자증권, UBS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는데 킥오프 미팅을 전격 취소하며 추진 동력을 잃었습니다. 

HL로보틱스 역시 상황은 비슷합니다. HL로보틱스는 본격적인 상장에 앞서 약 500억~800억 원 규모의 프리 IPO 투자를 유치해 로봇 사업을 고도화하려 했으나, 재무적 투자자(FI) 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상장 실패시 투자금을 어떻게 회수하느냐"는 우려를 표하며 발을 뺀 것이죠.

한화로보틱스 역시 향후 성장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IPO가 필수적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현재로서는 상장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한화가 올해 7월 중 신설지주사를 설립하면서 김동선 부사장 산하로 식음료·라이프 부문화 테크 부문 계열사를 인적분할하는데요. 사업 구도 상 로보틱스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되며 독립성을 입증하기가 한층 더 어려워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로보틱스 사업 현황 상 중복상장 규제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아직 사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따로 상장을 하더라도 모회사의 가치에 큰 영향이 없을 뿐더러,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현 시점에 R&D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겁니다.

HD현대로보틱스, HL로보틱스, 한화로보틱스 모두 모회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0.5% 미만입니다. 중복상장 규제 논의의 원형이 된 과거 LG에너지솔루션 중복상장의 사례와는 체질부터 근원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업계 의견입니다.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모회사 LG화학 매출의 3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회사의 핵심 성장 동력이었습니다. 현재 로보틱스 사업은 이제 막 흑자 전환을 바라보는 단계인데, R&D 확대 및 생산라인 증축이 맞물리면서 실질적인 현금 창출력은 제한적입니다. 

상장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재무 부담도 커집니다. 특히 HD현대로보틱스의 경우 이미 사모펀드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상태로, 일정 기간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풋옵션(상환청구권)이 발생하면서 대규모 자금유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HL로보틱스의 경우에도 부채는 110억원에 달하는 반면 유동자산은 88억원 수준으로 R&D에 투입할 자금이 부족합니다. 회사는 영업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으로, 영업활동으로는 이자를 감당하기도 어렵습니다. 올해 프리 IPO과정에서 자금을 미리 조달하고자 했던 배경입니다. 

기술 경쟁 속도전도 문제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 하드웨어는 이미 중국이 너무 싸게 만들고 있고, 한국은 소프트웨어와 제조 현장에서 쌓이는 노하우를 로봇파운데이션모델(RFM)에 학습시키는 데이터 딥러닝에 투자하는 추세"라며 "R&D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데에 비해 현재 회사가 자체적으로 그만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고 있어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외부 자금이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모회사가 투자하면 되지 않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모회사는 모회사 나름대로 연간 R&D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로보틱스 사업이 언제 수익화에 성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회사가 계속 스폰서가 돼줄지는 불명확하다"며 내부 상황을 전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업계의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로보틱스 사업을 6대 국가 전략산업 중 하나로 지정하며 예외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상장 필요성 ▲독립 경영 ▲주주 보호 대책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할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독립경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주주보호 대책이 어느 수준이어야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기업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은 오는 4월 중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상반기 내 제도 정비를 마무리한다는 플랜을 밝혔습니다. 규제의 구체적인 적용 범위와 예외 기준이 어떻게 설정될지에 따라 로보틱스 기업들의 IPO 재개 여부도 판가름날 전망입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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