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알글로벌리츠, 캐시트랩 발동 이후 전단채 상환 실패
-“부채비율보다 약정 LTV”…감정가 하락 리스크 부각
-임대율·우량 임차인만으론 부족…현금흐름·차입구조 중요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400선을 돌파하며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부동산 리츠 시장에는 오히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회생절차 신청 이후 해외 오피스 리츠 전반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하면서 개별 종목은 물론 리츠 ETF까지 동반 약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순 임대율, 부채비율보다 감정가 기준 담보인정비율(LTV)과 캐시트랩 구조 등 실제 금융 약정 리스크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이알 회생 여파에 해외부동산 리츠 동반 약세…ETF까지 번진 불안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03분 기준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8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2000원선 아래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KB스타리츠는 7% 넘게 하락하고, 마스턴프리미어리츠(-2.30%),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0.54%) 등 주요 해외 리츠들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디앤디플랫폼리츠(+1.02%), 이지스레지던스리츠(+0.27%)는 이날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일주일간 각각 7%, 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가 강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도 해외 부동산 리츠 관련 상품 에 대해 전반으로 투자심리 위축이 번지는 모습이다.
임대율 높아도 안심 못한다…유동성 리스크·부채 부담 '이중 압박'
시장 불안의 중심에는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벨기에 브뤼셀 소재 오피스 빌딩인 '파이낸스타워'를 핵심 자산으로 편입한 국내 대표 해외 오피스 리츠다. 벨기에 정부기관이 주요 임차인으로 입주해 있고 임대율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한때 연 7%대 고배당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임대율은 96%를 기록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와 유럽 오피스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자산 감정가가 하락하자 담보인정비율(LTV)이 상승했고, 결국 대출 약정 기준을 위반하며 캐시트랩이 발동됐다. 임대수익이 막히면서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4월 27일 400억원 규모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상환에 실패했고 결국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근에는 자회사 제이알제26호리츠의 유로화 환헤지 계약과 관련한 약 800억원 규모 정산금 납입 기한을 기존 2026년 5월에서 2027년 11월로 연장했다. 당장의 유동성 부담은 일부 완화됐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근본적 재무구조 개선보다는 시간을 확보한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임대율이 높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다"라는 인식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실제 주요 해외 오피스 리츠들의 임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KB스타리츠의 임대율은 98%대, 미래에셋글로벌리츠와 마스턴프리미어리츠는 각각 100%, 디앤디플랫폼리츠는 99.8% 수준이다. 우량 임차인과 높은 임대율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감정가 하락과 금융 약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해외 오피스 리츠들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주요 리츠들의 부채비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19.2%에서 2025년 말 131.4%로 상승했다. KB스타리츠는 같은 기간 178.8%에서 454.4%로 급등했고, 디앤디플랫폼리츠 역시 180.5%에서 192.2%로 높아졌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52.7%→58.8%), 이지스레지던스리츠(27.7%→30.4%)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는 54.1%에서 25.8%로 낮아졌다.
운용업계 "단순 부채비율보다 LTV·캐시트랩 등 금융약정 리스크 봐야"
업계에서는 단순 회계상 부채비율만으로 해외 리츠의 리스크를 판단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회계 기준상 부채비율은 일정 기간 크게 변하지 않을 수 있지만, 대주단이 적용하는 약정상 LTV는 감정평가가 조정될 때마다 즉시 변하기 때문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회계상 장부가 기준 부채비율은 안정적으로 보여도 약정상 기준은 이미 위반선에 근접해 있을 수 있다"며 "이번 제이알 사례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싱가포르는 리츠에 aggregate leverage 50% 제한과 ICR 1.5배 요건을 적용하고 있고, 미국 상장리츠 평균 레버리지도 30%대 초반 수준에서 관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한국 일부 해외 오피스 리츠가 매입 시점에 LTV 60% 안팎으로 들어간 구조는 글로벌 기준에서 보면 안전마진이 얇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임대율과 이자보상배율(ICR)만으로는 해외 리츠의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실제로는 △감정가 기준 LTV와 캐시트랩 발동선 간 여유 수준 △차입 만기 구조와 단기 만기 집중도 △환헤지 정산금 부담 △배당가능이익 대비 실제 배당 수준 △잔존 임대기간(WALE) △임차인 집중도 △스폰서의 신용보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사례는 임차인이 정부기관이고 임대율이 높더라도 자리츠 단계에서 약정 LTV를 위반하면 모리츠 단계의 배당과 차환이 동시에 막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결국 중요한 것은 단순 임대 안정성이 아니라 해당 자산을 담고 있는 금융구조의 안정성"이라며 "앞으로 해외 리츠 시장은 단순 고배당 여부보다 차입 구조와 현금흐름 안정성 중심으로 재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