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CSS 고도화 두고 "대출 확대 가능" vs "제도 정비 우선"
카카오뱅크, 자체 대안 CSS로 중·저신용 대출 1.1조원 추가 취급
규제 완화·사회적 합의·건전성 관리 없이는 확산 한계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중·저신용자 대출 문턱을 높이는 현행 신용평가체계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안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의 사례처럼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CSS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모형 혁신에 앞서 관련 규제 완화와 사회적 합의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론도 뒤따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 실장은 최근 SNS에 업로드한 글을 통해 중·저신용자가 배제되는 금융 구조를 비판하면서 현행 신용평가체계가 중·저신용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취지의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금융거래 이력과 과거 상환 기록에 기반한 평가 방식이 중·저신용자의 미래 상환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이들을 고금리 대출이나 제도권 밖 금융으로 밀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대안 CSS의 활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존 신용평가체계가 금융거래 이력 중심으로 설계된 만큼 통신·공공요금 납부 내역, 플랫폼 이용 정보, 소비·거래 패턴 등 비금융 데이터를 함께 반영하면 신용이력이 부족한 차주를 보다 세밀하게 평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원회도 지난 1월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면서 대안 CSS 활성화와 인공지능(AI) 기반 CSS 내실화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사례는 이 같은 논의에 힘을 싣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중·저신용자와 개인사업자에게 누적 16조원 규모의 자체 신용 기반 신용대출을 공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조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500억원 규모의 중·저신용 대출을 취급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대출 잔액 비중은 32.3%, 신규 취급 기준 비중은 45.6%로 목표치를 웃돌았다.
이 같은 공급 확대의 배경으로는 비금융 데이터 중심의 대안 CSS인 ‘카카오뱅크 스코어’가 꼽힌다. 카카오뱅크는 이 CSS를 통해 기존 금융정보 위주 CSS로는 정교한 평가가 어려웠던 중·저신용자와 금융이력 부족자를 추가로 선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대안 CSS를 통해 추가 취급한 중·저신용 대출 규모는 누적 1조1000억원을 넘어섰다. 적극적인 중·저신용 대출 공급에도 올해 1분기 총 여신 연체율은 0.51%를 기록해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게 카카오뱅크의 설명이다.
이는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CSS가 단순히 대출 문턱을 낮추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평가체계에서 걸러내기 어려웠던 차주의 상환 가능성을 다시 평가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대안 CSS 고도화가 곧바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비금융 데이터를 폭넓게 활용하려면 개인정보 보호와 정보 제공 동의, 데이터 결합 절차, CSS 결과의 설명 가능성 등이 함께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CSS가 복잡해질수록 금융소비자가 자신의 신용평가 결과를 납득하기 어려워질 수 있고, 특정 데이터가 차별적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건전성 부담도 변수다. 금융사가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려면 부실 가능성을 정교하게 가려낼 수 있어야 하는데, 대안 CSS의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출 규모만 늘릴 경우 연체율 상승과 충당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대안 CSS는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의 필요조건이 될 수는 있지만, 규제 정비와 데이터 활용 인프라,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함께 맞물려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안 CSS가 기존 신용평가체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금융사는 대출을 실행한 뒤 부실까지 책임져야 하는 만큼 데이터 활용 범위와 CSS의 책임 소재, 소비자 보호 장치가 함께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를 금융권에 주문하려면 단순히 CSS를 고도화하라는 수준을 넘어 관련 규제와 인센티브, 손실 관리 장치에 대한 논의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