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치킨 판매 늘었지만 전국적 소비 확산은 제한적
고물가·소비 침체에 “예전 같은 월드컵 특수 없다” 평가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이 개막하면서 유통업계가 4년 만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 특수를 기대했지만 실제 효과는 예상보다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응원 상권에서는 편의점과 외식업체 매출이 크게 뛰었지만 소비 심리 위축과 고물가 여파로 전국적인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특수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월드컵 때와 같은 폭발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통업계는 월드컵 개막에 맞춰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편의점들은 맥주와 안주류 할인 행사를 확대했고, 대형마트는 간편식과 주류 기획전을 선보였다. 치킨 프랜차이즈 역시 배달 할인과 세트 메뉴 판매를 강화하며 월드컵 수요 잡기에 나섰다.
특히 이번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경기 시간이 과거 카타르 월드컵보다 상대적으로 시청하기 좋은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업계 기대감도 컸다. 거리 응원과 단체 관람이 늘고 관련 소비도 함께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실제 일부 상권에서는 월드컵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CU에 따르면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경기가 열린 지난 13일 광화문 인근 10여 개 점포 매출은 직전 주 같은 요일 대비 3.4배 증가했다. 품목별로는 맥주 매출이 310.1% 늘었고 얼음은 510.3%, 아이스드링크는 495.8% 증가했다.
GS25 역시 같은 날 광화문 인근 주요 점포 매출이 25.1% 증가했으며 맥주 매출은 490.6%, 안주류는 242.1%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업계는 이러한 수치를 두고 “월드컵 특수의 전면적 회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실제 매출 증가가 광화문과 강남 등 응원 수요가 집중된 일부 상권에 국한됐기 때문이다. 전국 단위로 보면 소비자들의 지갑이 예전만큼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고물가 장기화와 경기 둔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식품과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소비자들은 치킨과 맥주, 배달 음식 등 월드컵 대표 소비 품목에 대해서도 지출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분위기다.
과거 월드컵과 비교하면 분위기 차이는 더욱 뚜렷하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당시에는 한국 대표팀 경기 당일 편의점 맥주 매출이 200% 이상 증가하고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주문량도 평소 대비 2~3배 수준까지 늘어나는 등 전국적인 소비 확산 효과가 나타났다. 거리 응원과 단체 관람 문화도 활발해 관련 업종 전반이 수혜를 입었다.
반면 이번 월드컵은 응원 문화 자체가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처럼 수천 명이 한곳에 모이는 대규모 거리 응원보다 가족이나 지인 단위의 소규모 관람이 늘었고, 모바일과 OTT를 활용한 개인 시청 비중도 높아졌다. 소비가 특정 장소에 집중되기보다 분산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유통업계는 앞으로 한국 대표팀의 성적과 토너먼트 진출 여부에 따라 추가적인 소비 증가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과거 월드컵 때와 같은 대규모 소비 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에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월드컵이 여전히 중요한 마케팅 이벤트인 것은 맞지만 소비 환경 자체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며 “일부 응원 상권에서는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전체 업계가 체감할 정도의 특수로 확대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대표팀 성적에 따라 추가 수요는 기대할 수 있지만 예전처럼 월드컵만으로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