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비싸도 낭비는 줄인다’… 소포장 소비 확산
편의성의 대가로 높아진 단위 가격, 새로운 소비 격차로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국내 1인 가구가 800만 가구를 돌파하면서 소비시장 전반에 ‘싱글 프리미엄(Single Premium)’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혼자 사는 소비자가 늘면서 소포장 식품과 소용량 생활용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같은 제품이라도 단위 가격 기준으로는 대용량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것. 과거 대량 구매가 곧 절약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고, 편의성과 폐기 비용을 고려한 새로운 소비 경제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국내 1인 가구는 804만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36.1%에 해당하는 규모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800만 가구를 넘어섰다. 전년보다 21만6000가구 증가한 수치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세 집 가운데 한 집 이상이 1인 가구인 셈이다.
가구 구조 변화는 곧바로 소비 방식의 변화를 불러왔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 유통업계는 최근 수년간 1인분 밀키트, 소용량 채소, 반찬 정기배송, 미니 과일 세트 등 혼자 먹고 쓰는 상품을 경쟁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과거 가족 단위 소비를 전제로 설계됐던 상품 구성이 개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포장 소비 확대의 이면에는 역설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소포장 상품은 원재료비보다 포장비와 물류비 비중이 높다. 동일한 양의 제품을 여러 개로 나누어 생산·유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는 구매 시 부담하는 총액은 줄어들지만, g당 또는 ml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용량 상품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그럼에도 1인 가구 소비자들은 소포장 제품을 선택한다. 냉장고와 수납공간이 제한적인 데다, 대량 구매한 식품을 끝까지 소비하지 못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한 가격보다 보관 편의성, 신선도 유지, 폐기 비용 감소가 더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같은 원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소분과 맞춤형 구성, 프리미엄 패키징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점과 온라인 장보기 플랫폼들은 ‘1인 가구 전용 상품군’을 별도로 운영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경제 변화로 해석한다. 과거 대가족 중심 사회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소비의 핵심 원리였다면, 현재는 개인의 시간과 편의성이 가격 경쟁력을 대체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더 많은 돈을 내고서라도 자신에게 맞는 양을 구매하는 현상은 앞으로 고령화와 비혼 인구 증가에 따라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1인 가구 비중은 지난 2019년 30%를 넘어선 이후 매년 증가세를 기록해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과거에는 가장 저렴한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버리지 않는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며 “1인 가구 증가가 이어지는 만큼 소포장과 맞춤형 상품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영광 기자 marke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