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가 곧 처벌은 아냐…다만 수사·검사 압박 커질 듯
세일앤리스백은 배임보다 ‘경영판단 책임’ 쟁점
메리츠, 처벌보다 ‘금융회사 책임’ 추궁 가능성
조주연 대표는 왜 빠졌나…청문회 증인 채택 가능성 주목
롯데카드 매각에도 평판 리스크 부담
최종 쟁점은 ‘누가 알고도 위험을 넘겼나’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홈플러스 사태가 국회 정무위원회 청문회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한 지 사흘 만에 국회 정무위에서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금융그룹을 상대로 한 청문회 추진 요구가 공식 제기되면서다.
6일 오전 열린 후반기 국회 첫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홈플러스 사태를 두고 MBK와 메리츠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위원들이 원 구성 문제로 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여당 의원들은 회생절차 폐지로 파산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 사태가 노동자와 협력업체, 입점상인, 전단채 투자자 피해로 번질 수 있다며 청문회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MBK의 홈플러스 인수 이후 자산매각 구조와 자본시장법 위반 의혹을 거론하며 정무위 차원의 청문회를 제안했다. 박홍배 민주당 의원도 MBK의 홈플러스 인수 과정과 이후 경영 행태, 메리츠금융의 회생자금 지원 문제를 따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노동자와 입점업체, 협력업체, 전단채 피해자 문제를 거론하며 청문회를 미뤄선 안 된다고 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야당 간사가 선임되면 MBK와 메리츠를 포함한 홈플러스 사태 청문회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야당 협조가 지연될 경우 단독 청문회 가능성도 언급했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청문회 불붙였다
정치권이 홈플러스 사태를 다시 정조준한 직접 계기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신규자금 조달 방안이 현실적으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이 배경이다.
회생절차 막판 쟁점은 2000억원 규모 신규자금 조달이었다. 홈플러스 측은 회생절차 유지를 위해 신규 운영자금, 이른바 DIP 금융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은 기존 대출 익스포저와 담보가치 하락, 법적 리스크 등을 이유로 추가 지원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법원 결정문과 금융권 설명을 종합하면 MBK는 2000억원 대출이 이뤄질 경우 1000억원 수준의 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한 반면, 메리츠는 1000억원 이상 지원은 어렵다는 취지의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신규자금 조달이 성사되지 않으면서 홈플러스 회생절차는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무위 청문회가 열리면 단순히 회생자금 협상 실패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했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재무구조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가 곧 처벌은 아냐…다만 수사·검사 압박 커질 듯
청문회 자체가 MBK나 메리츠에 대한 처벌 절차는 아니다. 국회는 증인을 불러 질의하고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지만, 형사처벌은 검찰 수사와 법원 판단을 거쳐야 한다. 다만 청문회 과정에서 내부 보고자료, 자금조달 관련 문건, 회생 신청 검토 시점 등이 공개될 경우 검찰 수사나 금융당국 검사로 이어질 수 있다.
법조계에서는 MBK와 홈플러스 경영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적 쟁점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우선 거론한다. 검찰은 앞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 등에게 이 같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핵심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나 회생 신청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전자단기사채를 발행했는지 여부다. 투자자 입장에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되거나 왜곡된 상태에서 단기자금이 조달됐다면 사기 또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처벌 가능성은 정치적 표현인 ‘약탈적 금융’ 여부가 아니라 투자자에게 제공된 정보가 충분했는지, 발행 당시 회사와 대주주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 그 정보가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는지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세일앤리스백은 배임보다 ‘경영판단 책임’ 쟁점
정무위에서 거론된 ‘껍데기만 남긴 약탈적 금융’이라는 표현은 MBK가 홈플러스 인수 이후 활용한 세일앤리스백 전략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일앤리스백은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해당 자산을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임대료와 리스부채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후 주요 점포와 물류창고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해왔다. 정치권은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영업 기반과 장기 투자 여력이 약화됐다고 보고 있다. 반면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자산 유동화 자체를 위법으로 볼 수는 없고, 당시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금 회수 필요성을 고려한 경영 판단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회생 절차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과 재임대 전략이 결과적으로 회사 부담을 키웠다고 해도 곧바로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당시 이사회 의사결정, 회사 손해와 대주주 이익의 대응 관계, 고의성을 구체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즉 청문회에서는 세일앤리스백이 도덕적·경영상 책임 문제로 집중 추궁될 가능성이 크지만, 형사처벌까지 이어지려면 별도의 입증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리츠, 처벌보다 ‘금융회사 책임’ 추궁 가능성
메리츠금융은 MBK와 법적 지위가 다르다. MBK가 대주주라면 메리츠는 홈플러스의 주요 채권자이자 담보권자다. 따라서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메리츠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쉽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다만 정무위 청문회에서는 메리츠가 금융회사로서 회생기업 정상화에 필요한 사회적 책임을 다했는지, 담보권자로서의 권리 보호와 민생 피해 최소화 사이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가 집중적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의 경우 형사처벌보다는 금융회사로서의 책임, 담보권 행사 과정의 적절성, DIP 금융 조건의 합리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메리츠가 단순 채권자를 넘어 홈플러스의 자금조달 구조나 회생 신청 전략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된다면 논의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조주연 대표는 왜 빠졌나…청문회 증인 채택 가능성 주목
이번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덜 거론되는 인물은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다. 조 대표는 한국맥도날드 대표를 지낸 뒤 홈플러스에 합류했고, 회생절차 신청 당시 김광일 부회장과 함께 홈플러스 공동대표 체제에 있었다.
정치권과 수사기관의 초점이 김병주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MBK 라인에 맞춰진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단순 영업 부진이 아니라 대주주의 차입 인수 구조, 자산 매각, 단기채권 발행, 회생 신청, 신규자금 조달 실패 문제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김광일 부회장은 MBK 부회장이자 홈플러스 공동대표로, 대주주와 회사 경영을 잇는 위치에 있었다.
다만 조 대표가 책임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될 수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이사로서 회생 신청, 협력업체 대응, 상거래채권 지급 계획, 대외 설명 과정에 관여했다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될 수 있다. 형사책임 여부 역시 조 대표가 전자단기사채 발행 과정,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회생 신청 검토 사실을 언제 보고받았고 어떤 의사결정에 참여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공동대표라는 직함만으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중대한 자금 조달과 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대표이사가 어떤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는 확인 대상”이라며 “조 대표가 운영·마케팅 중심 역할에 그쳤는지, 자금조달과 회생 전략에도 실질적으로 관여했는지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롯데카드 매각에도 평판 리스크 부담
홈플러스 사태는 MBK의 다른 포트폴리오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롯데카드다. MBK는 롯데카드 매각을 추진해왔지만, 홈플러스 사태로 국회 청문회와 검찰 수사 리스크가 재부각되면 인수 후보자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카드는 금융회사인 만큼 대주주 변경 시 금융당국 심사를 거쳐야 한다. MBK가 홈플러스 사태로 정치권과 수사기관의 집중 조명을 받는 상황은 매각 일정과 가격 협상에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롯데카드 매각이 법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매도자인 MBK의 평판 리스크와 향후 규제 리스크는 인수 후보가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며 “홈플러스 사태가 길어질수록 MBK의 협상력에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 쟁점은 ‘누가 알고도 위험을 넘겼나’
홈플러스 사태는 이제 단순한 기업회생 실패를 넘어 사모펀드의 책임 경영, 금융회사의 채권자 책임,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을 동시에 묻는 사안으로 커졌다. 정무위 청문회가 현실화하면 MBK의 인수 이후 자산매각 구조, 단기채권 발행 과정, 회생 신청 검토 시점, DIP 금융 협상 과정이 공개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청문회가 정치적 공방에 그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쟁점은 ‘사모펀드가 나쁘다’는 구호가 아니라, 홈플러스의 재무 위험을 누가 언제 알았고 그 위험이 투자자, 채권자,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어떻게 전가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사모펀드 전체를 일반화할 문제가 아니라, 홈플러스라는 개별 기업에서 자금조달과 회생절차가 어떻게 작동했는지를 따져야 하는 사건”이라며 “국회 청문회가 열린다면 정치적 책임론보다 사실관계 규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