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레버리지’만 때리나…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가 키운 7월 수급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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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레버리지’만 때리나…국민연금 리밸런싱 유예가 키운 7월 수급 절벽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07.16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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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7%대 급락·매도 사이드카…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자릿수 안팎 하락
美 반도체주 조정·기준금리 인상 겹쳐…연기금 매도 부담도 시장 상단 눌러
국민연금, 상반기 리밸런싱 미룬 뒤 7월 정상화…“매도 시점 집중시켰다” 지적
전문가 “국내주식 비중 허용 상단 초과”…레버리지는 원인보다 ‘변동성 증폭 장치’
국민연금
국민연금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다시 급락하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책임을 돌리는 금융당국과 시장 일각의 진단이 지나치게 단선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레버리지 상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등락 폭을 키운 것은 맞지만, 주가를 아래로 밀어낸 대규모 현물 매도와 수급 불안의 원인까지 개인투자자의 레버리지 거래에서 찾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1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45% 내린 6960.50에 출발한 뒤 낙폭을 7%대로 확대했다. 장 초반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급락하면서 오전 9시10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낮 12시 전후 지수는 6730선까지 밀렸다. 삼성전자는 25만4000원 안팎으로 9% 넘게 떨어졌고, SK하이닉스도 184만원대로 내려서며 11% 이상 하락했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미국 반도체주의 조정과 인공지능 투자 둔화 우려, 중국 메모리 업체의 증설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올린 점도 고평가 성장주의 할인율 부담을 키웠다. 간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상승했지만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2.08% 하락했다.

다만 외부 악재만으로 최근 국내 증시에서 반복되는 극단적인 등락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3일 8.95% 폭락한 코스피는 15일 6.24% 급반등했다가 이날 다시 7% 이상 추락했다. 지난달 22일 기록한 종가 기준 최고치 9114.55와 비교하면 이날 장중 지수는 약 26% 낮아졌다.

 

상반기 매도 미룬 국민연금…7월 들어 ‘상시 매물’ 부담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리밸런싱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초 국내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더라도 기계적인 매도에 나서지 않도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유예했다. 이후 지난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높이고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확대했다.

기금위는 당시 국내 증시의 구조적 변화와 장기 수익성, 시장에 미칠 충격을 함께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일일 최대 리밸런싱 규모도 축소해 시장 영향을 줄이기로 했다. 다만 실제 적용되는 자산배분 허용 범위와 하루 매도 한도는 시장 안정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문제는 유예 기간 국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과 포트폴리오 비중도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보유액은 419조5000억원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25.1%를 차지했다. 이후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자 증권가에서는 국내주식 비중이 30% 안팎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지난달 19일 기준 연금 포트폴리오의 국내주식 비중을 31.4%로 추정하면서 “초과 범위가 확대된 만큼 차익 매물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코스피가 8500∼9000선에 머물 경우 허용 상단을 관리하기 위한 리밸런싱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영증권은 코스피 8500을 가정할 경우 국민연금이 허용 범위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순매도 규모가 14조7000억원에서 최대 51조2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현재는 지수가 당시 가정치보다 크게 하락한 만큼 이 추정치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주가 하락으로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과 비중도 낮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리밸런싱 대상 물량이 완전히 해소됐다기보다 지수 반등 때마다 출회될 수 있는 ‘상시 매도 대기 물량’으로 남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점에서 1조원 순매도…급락장에서도 매수판 역할 못 해

실제 연기금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시점부터 매도 규모를 늘렸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코스피가 9000선을 넘어선 지난달 18일과 19일, 22일 세 거래일 동안 총 1조99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26일까지 약 한 달간 연기금 순매도액은 2조8156억원에 달했다. 시장에서는 연기금 거래의 상당 부분이 국민연금 물량일 것으로 보고 있다.

급락장에서 장기 투자자인 연기금이 증시의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번번이 빗나갔다. 리밸런싱이 재개된 지난 2일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직후 연기금은 장 초반 순매수에서 순매도로 전환했고, 오전 한때 순매도 규모가 1700억원을 넘어섰다.

국민연금이 상반기 국내주식 상승분을 의도적으로 누리기 위해 리밸런싱을 유예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기금운용의 목적 역시 주가 부양이 아니라 가입자의 장기 수익률과 위험 관리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보면 상승장에서는 리밸런싱을 미뤄 국내주식 비중 확대를 허용하고, 주가가 고점에 도달한 뒤 유예를 끝내면서 매도 부담을 하반기로 넘긴 모양새가 됐다. 리밸런싱을 없앤 것이 아니라 시점을 뒤로 미룬 결과, 매도 수요가 특정 시기에 집중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레버리지는 ‘증폭기’…현물 매도 원인과 구분해야

금융당국은 최근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5월27일 상장된 단일종목 상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루 수익률을 정방향 또는 역방향으로 2배 추종한다. 금융위원회는 출시 전부터 특정 종목 쏠림과 손익 확대, 음의 복리효과를 경고했다. 기초 주식이 가격제한폭까지 하락하면 레버리지 상품은 이론적으로 하루 최대 60%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

레버리지 상품이 방향성이 강한 장세에서 투자 손실과 시장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지수 비중이 큰 종목에 상품이 집중된 상황에서는 파생상품과 현물 사이의 연계 거래가 장중 등락을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레버리지는 이미 발생한 가격 움직임을 확대하는 구조에 가깝다. 외국인과 연기금이 대규모 현물을 매도하고 반도체 업황 우려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만 제거한다고 매도 수급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증시 불안의 원인을 개인투자자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거래로만 좁힐 경우,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와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정책적 수급 충격은 논의에서 빠질 수 있다. 증시 변동성을 줄이려면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 관리뿐 아니라 국민연금의 매도 속도와 시장 충격 완화 장치가 실제로 작동했는지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당일 국민연금 매매는 확인 어려워…정책 검증은 필요

다만 이날 급락을 국민연금의 매도만으로 설명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거래소가 장중 제공하는 투자자별 매매동향에는 국민연금이 별도로 표시되지 않고 ‘연기금 등’으로 묶인다. 장 마감 전에는 연기금의 최종 순매수·순매도 규모도 계속 달라진다.

이날 시장에서는 미국 반도체주 하락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외국인 선물 매도 등 여러 요인이 동시에 작용했다. 국민연금의 당일 매도 규모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락의 직접적인 주체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국내 증시의 구조적인 매도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분명하다. 논점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상반기 매도를 미룬 결정이 향후 매도 부담을 얼마나 키웠는지, 유예 종료 전에 시장 충격을 충분히 계산했는지, 일일 매도 축소 조치가 급락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개인의 레버리지 투자만을 변동성의 원인으로 지목할수록 정책 책임을 개인투자자에게 돌린다는 반발도 커질 수 있다. 레버리지가 증시의 흔들림을 키운 ‘증폭 장치’라면, 국민연금 리밸런싱과 외국인 대규모 매도는 시장을 실제로 움직인 기초 수급이다.

증폭 장치만 손보면서 수급의 진원을 외면해서는 최근과 같은 급등락이 반복되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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