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투자 수요가 충분히 진정되지 않을 경우 투자자 요건을 추가로 강화하고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에는 장 마감 직전에 몰리는 리밸런싱 주문을 분산하고, 증권사에는 적정 수준의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28일 이 위원장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주요 증권사(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자산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신한자산운용) 등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들과 금융투자업권 간담회를 열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보완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이어지자 정부와 관계기관, 금융투자업계가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 배경과 관련해 해외시장에 상장된 유사 상품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투자가 빠르게 늘어난 만큼, 해외로 향하는 투자 수요를 국내 규율체계 안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용·미수거래 금지와 사전교육 강화, 기본예탁금 설정 등의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해 지난 5월 27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출시했다.
출시 이후 해외 상장 상품으로 향하던 투자 수요를 일부 국내로 돌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출시 시점이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거래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었다. 리밸런싱 과정에서 기초자산의 주가 변동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금융위는 이에 따라 지난 16일 투자자 보호와 상품 수요 안정에 초점을 맞춘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상품 상장과 광고는 발표 즉시 잠정 중단했다.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는 조치는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오는 31일부터 시행한다. 최소 매매단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조기 시행을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다.
사전교육은 평가 절차를 강화하고 사례 중심 교육을 1시간 추가한다.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사이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괴리율 관리 강화 조치는 다음 달 19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기본예탁금 강화 등 보완조치 시행 이후 거래 수요와 시장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방침이다. 수요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으면 주기적인 재교육과 모의거래 도입, 일정 수준의 선행 투자경험 요건 신설 등 투자자 진입요건을 추가로 높이는 방안도 검토한다.
개인별 투자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준비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상품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전체 투자금액의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예시로 제시했다.
예컨대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 총 투자금액이 1억원이라면, 이 가운데 20%인 2000만원까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 위원장은 시장 운영을 담당하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도 적극적인 안정 조치를 주문했다.
자산운용업계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주문이 장 종료 직전에 집중되지 않도록 매매 시점을 분산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밸런싱이 종가 부근에 몰리면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을 키우고 다른 투자자들의 예측매매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밸런싱 시점을 장중으로 앞당길 경우 펀드 수익률의 불확실성이나 추적오차가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다만 금융위는 종가 변동성과 예측매매를 줄일 수 있다면 펀드 수익률의 안정성을 높이고 운용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유동성공급자(LP) 역할을 맡은 증권사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적정 수준의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실시간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시장에 일률적인 유동성 규제를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증권사들이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동성을 자율적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기대가 흔들리고 있는 점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 보완방안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본시장 전반의 레버리지 관리와 거시건전성 유지, 코스닥시장 활성화, 장기투자 유도, 혁신기업 육성 정책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은 보완방안을 신속히 이행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 리밸런싱과 유동성 공급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업계 공동으로 리밸런싱 주문 분산과 적정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금융위와 관계기관은 오는 31일 시행되는 기본예탁금 강화 조치를 비롯한 보완방안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추가 규제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문가와 투자자 의견도 수렴해 추가 보완조치도 검토·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나희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