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기준 폐지로 소액 거래까지 확인, EDD 의무는 오히려 완화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두나무가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를 앞두고 시스템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만 남겨두면서, 국내 거래량 1위 사업자인 두나무가 이번 규제 변화의 최대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추진해온 특금법 시행령·감독규정 개정안은 지난 24일 규제개혁위원회 전체회의 심사를 거쳤다. 이후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 절차만 남은 상태로, 7월 중 개정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정안에서 위임한 세부 사항은 8월 20일부터 시행되며, 나머지 조항은 내년 1월부터 8월까지 순차 적용된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트래블룰 적용 범위 확대다. 현행 제도에서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간 100만원 이상 이전거래에만 트래블룰이 적용됐지만, 개정안은 금액이나 수량과 관계없이 모든 이전거래에 송신 사업자의 정보제공 의무를 부과한다. 수신 사업자에게도 고객 성명, 가상자산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받는 정보 수취 의무가 새로 생긴다.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하면 해당 거래를 거절해야 하는 만큼, 소액 입금이라도 확인 절차가 끝날 때까지 처리가 보류될 수 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점유율 약 75%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빗썸·코인원·코빗 등 나머지 3사를 합친 것의 약 3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본지 취재 결과, 100만원 기준이 폐지될 경우 두나무의 트래블룰 확인 대상 거래 처리량은 기존 대비 세 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두나무는 케이뱅크와 원화 입출금 독점 계약을 맺고 있어, 소액 거래까지 확인 절차가 추가되면 이용자들이 체감하는 입출금 지연 등 불편도 다른 거래소보다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번 규제 확대의 실질적 부담은 오히려 중소형 거래소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거래량 자체는 두나무가 가장 많지만, 시스템·인력 투자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거래소일수록 전 거래 확인이라는 새로운 의무를 감당하기가 더 버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대응 인프라를 갖추는 속도와 비용 부담 측면에서는 시장 지위가 다른 사업자들에게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이 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개정안이 규제 강화 일변도인 것만은 아니다. 강화된 고객확인(EDD) 의무는 오히려 완화된 방향으로 조정됐다. 당초 원안은 고위험 의심거래로 분류될 경우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까지 확인하도록 의무화했지만, 수정안은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강화된 고객확인을 실시하도록 완화됐다. 1000만원 이상 이전거래에 대한 의심거래보고(STR) 일괄 적용 방침도 최근 자율관리 방식으로 수정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공동협의체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개정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발해왔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권고하는 기준금액(1000달러 또는 1000유로)이나 미국의 적용 기준(3000달러 이상)과 비교하면, 국내 개정안은 모든 이전거래를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엄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를 포함한 업계는 1000만원 이상 일괄 STR 적용 재검토, 고객확인 검증 의무 완화, 수취 사업자 의무 축소 등을 계속 요구해온 상태다.
결국 두나무 입장에서는 트래블룰 확대라는 명백한 규제 강화와, EDD·STR 완화라는 부분적 후퇴가 동시에 담긴 개정안을 마주하게 된 셈이다. 8월 20일 시행이 임박한 만큼, 처리량 급증이 예고된 두나무는 물론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취약한 중소거래소들이 남은 기간 시스템 대응을 얼마나 매끄럽게 완료하느냐가 이번 규제 변화의 실제 체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박금재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