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바탕으로 투자 재원 확보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대덕전자가 AI 서버·데이터센터용 대면적 반도체 기판 증설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데 이어, 사상 최대 분기 실적까지 내놓으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 그동안 부채 활용에 보수적이던 회사의 재무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비유동부채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대덕전자는 최근 실적발표를 통해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010억원, 영업이익 703억원(영업이익률 17.5%)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매출 3754억원, 영업이익 629억원 수준을 웃도는 실적으로, AI 서버용 기판 판매 확대와 고부가 제품 비중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 3463억원, 영업이익 51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60.8% 증가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주목할 부분은 회사가 호실적을 바탕으로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에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대덕전자는 그동안 보수적 재무 운용을 고수해 온 제조사다.
대덕전자의 2분기 말 비유동부채는 826억원으로 직전 분기(301억원) 대비 174% 증가했다. 유동부채도 3083억원으로 직전 분기(2464억원)보다 25% 늘었다. 이 영향으로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30.1%에서 40.0%로 상승했다.
비유동부채의 급증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동안의 재무구조와 대비되기 때문이다. 대덕전자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말 301억원 수준의 비유동부채는 대부분 순확정급여부채 등 영업이나 설비 투자와 직접 관련이 크지 않은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장기차입금이나 회사채도 잡혀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2분기 들어 비유동부채가 한 분기 만에 약 525억원 증가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재원 조달이 본격화되는 과정이 재무제표에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다만 증가한 비유동부채가 장기차입금인지, 설비 관련 리스부채나 장기미지급금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가 투자 재원을 '자체 자금과 외부 차입 병행' 방식으로 조달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부 조달이 일부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향후 반기보고서를 통해 확인될 전망이다.
실제 대덕전자는 지난달 반도체용 제품 생산설비와 부대시설 확충을 위해 497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투자 규모는 자기자본의 55.39%에 해당하며, 투자 기간은 2027년 12월 31일까지다. 이번 투자까지 포함하면 대덕전자가 2020년 이후 반도체 기판 사업에 투입한 누적 투자액은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대덕전자가 이처럼 투자를 확대하는 배경에는 AI 가속기와 CPU, GPU 등에 적용되는 대면적 FC-BGA 시장이 있다. AI 반도체의 성능 경쟁이 심화되면서 칩 크기와 입출력(I/O) 수가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대면적·고다층 기판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앞서 대덕전자는 지난해 연구개발을 통해 가로·세로 120×150㎜ 크기, 26층(26L), 두께 2.7㎜ 이상의 대면적·고다층 FC-BGA 기판 기술 개발을 완료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AI용 대면적 FC-BGA를 안정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적인 만큼 공급 부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서는 장기공급계약(LTA)과 선급금 지급 등을 통해 생산능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으며,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기판 업체들도 증설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덕전자의 재무구조 변화 역시 이러한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생산능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AI용 대면적 FC-BGA는 고객사 인증부터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만큼 수요가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전에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대덕전자의 재무 레버리지 확대도 단기적인 차입 확대보다는 AI 기판 시장의 중장기 성장에 대비한 선제적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