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추위 20명→12명→6명 압축 과정서 구체적 평가·탈락 사유는 비공개
"관치 대신 소수 이사회가 돌아가며 지배권 행사" 비판 여전
사외이사 5년 임기 제한에도 "독립성 담보 부족" 지적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KB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후보군을 20명에서 12명, 다시 6명으로 단계적으로 압축했다. 압축 과정에서 구체적인 평가 방식이나 탈락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제는 숫자가 아니라 잣대다. 관치금융을 걷어낸 자리에 또 다른 형태의 폐쇄적 이너서클이 자리 잡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다시 제기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업무보고에서 "정부가 금융지주 지배구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다 보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발언 이후 8개월간 주요 금융지주 CEO 선임이 잇따르면서, 업계 인선 절차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회자돼 왔다.
10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지난 4월 내부 10명·외부 10명 등 총 20명의 후보군을 구성한 뒤, 6월 12명, 7월 6명으로 후보군을 좁혔다. 현재 숏리스트에는 양종희 KB금융 회장, 이재근·이창권 부문장, 이환주 KB국민은행장 등 내부 후보 4명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익명을 요청한 외부 인사 1명 등 외부 후보 2명이 포함됐다.
탈락 기준 비공개…"어떤 잣대로 평가했는지가 관건"
인선 과정의 공정성을 가늠하려면 후보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 기준에 따라 누가 남고 누가 탈락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회추위는 후보군을 20명에서 12명, 다시 6명으로 압축했지만 항목별 반영 비중이나 후보별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무 경험·전문성·리더십·도덕성 등 자격요건은 사전에 제시됐지만, 실제 심사 근거는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역량·리더십 같은 정성적 항목만으로는 탈락 사유를 납득시키기 어렵다"며 "재무성과, 리스크관리 이력, 조직 안정성 기여도 등 계량화 가능한 항목의 비중을 사전에 공시해야 사후 검증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KB금융 회추위는 지난달 숏리스트 확정 당시 "투명하고 객관적인 후보 검증과 평가 과정을 통해 주주와 고객의 신뢰에 부합하는 최고의 CEO가 선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외이사 5년 제한에도 "독립성 부족" 비판, 왜
회추위는 사내이사를 배제하고 사외이사 7명 전원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 사외이사진의 절반 이상이 최근 2~3년 새 새로 선임된 인물들이다. 조화준·여정성·김성용 이사가 2023년 3월, 이명활 이사가 2024년 3월, 차은영·김선엽 이사가 2025년 3월 합류했고, 2022년부터 자리를 지킨 이는 최재홍 이사 한 명뿐이다. 현직 회장 연임 심사를 사실상 그 회장 재임 기간 중 선임된 이사들이 맡는 구조인 셈이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재직기간을 최장 5년으로 제한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임기 순환제를 두고 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동일 회사 6년, 계열사 합산 9년 기준보다 강화된 수준이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기 제한만으로 회추위의 독립성이 확보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외이사 후보를 누가 발굴하는지, 현직 CEO 연임 심사에서 이해상충을 어떻게 차단하는지가 실질적인 독립성 판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우리금융이 최근 사외이사를 각 2명씩 교체하며 이사회 물갈이에 나선 것과 비교해, KB금융의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사회 운영 기조를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 CEO 연임을 한 차례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도 이런 문제의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외부 후보 잔혹사…최근 10년은 '김병호'뿐, 거슬러 올라가면 3명 더 있다”
외부 후보의 실질적 문호도 쟁점이다. 최근 10년간 최종 경쟁 단계까지 오른 외부 인사는 사실상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일하다. 김 전 부회장은 2020년 윤종규 전 회장 연임 과정과 2023년 양종희 회장 선임 과정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지만 두 차례 모두 최종 선임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보다 앞선 시기로 넓혀 보면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 임영록 전 재정경제부 차관 등 외부 출신이 역대 KB금융 회장 6명 중 3명을 차지한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윤종규 전 회장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3연임하는 동안 내부 승계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서 외부 후보의 입지는 오히려 좁아졌다는 평가다. 반면 공개 자료상 KB금융 출신 퇴직 임원이 외부 후보 자격으로 최종 경쟁까지 오른 사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처럼 후보 선발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회장 후보 공모제 도입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제한된 후보군에 의존하기보다 심사 기준을 사전에 공개하고 공개 모집 절차를 도입하자는 주장이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현직 내부, 전직 내부, 순수 외부 후보를 명확히 구분해 공시하고, 탈락 단계별 평가표를 사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이너서클 논란의 상당 부분은 해소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KB금융은 오는 27일 1차 인터뷰로 후보군을 3명으로 압축한 뒤, 9월 11일 2차 심층 인터뷰를 거쳐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한다. 이후 회추위와 이사회 추천을 거쳐 1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 검증 절차의 투명성과 정보 공개 수준이 이번 인선의 공정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