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신규 발급한 OTP, 택배로 김포 거점 사무실에 집결…상선에 전달돼 수익금 세탁
확인된 계좌 거래 49건…경찰, 택배 이동 경로 CCTV 역추적해 잠복 끝 검거
"금융회사가 OTP 실물 요구하는 일 없어…피해 시 경찰 112·금감원 1332 즉시 신고해야"
[녹색경제신문 = 최정윤 기자]
대출 심사에 필요하다며 급전이 필요한 이들에게 은행 OTP(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를 새로 발급받게 한 뒤 이를 넘겨받아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수익 세탁 통로로 활용한 20대 3명이 구속돼 검찰에 넘겨졌다. 대출 절차로 믿고 OTP를 건넨 이들 역시 접근매체 양도에 해당돼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경기 파주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A씨(20대) 등 3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보이스피싱 조직 내에서 범죄수익 세탁에 쓸 계좌를 조달하는 역할을 맡은 점조직원이다. 올해 초 김포시에 거점 사무실을 마련하고 범행 계획을 세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노린 것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이었다. A씨 등은 소득·재직 서류 등을 꾸며 대출을 성사시켜 주는 이른바 '작업대출'이 가능하다고 접근한 뒤 "심사를 진행하려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OTP가 있어야 한다"며 계좌 접근 정보를 요구했다. OTP가 없는 피해자에게는 은행 창구에서 신규 발급받는 방법까지 안내했고, 피해자들이 택배로 부친 OTP 카드는 김포 사무실로 모였다.
지난 5월에는 피해자 B씨가 이 같은 수법에 넘어가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OTP 등 개인정보 일체를 일당에게 넘겼다. A씨 등은 B씨 명의 계좌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받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렇게 수거한 접근매체를 조직 상선에 전달해 범죄수익금이 흘러가도록 매개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해당 계좌들의 거래 내역은 49건이다. 경찰은 계좌를 거쳐 간 자금 내역을 분석해 전체 피해 액수를 산정하고 있다.
검거의 단서는 택배 이동 경로였다. 경찰은 OTP가 담긴 택배의 발송지부터 배송지까지 구간별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물건이 최종 도착하는 김포 사무실을 특정했고, 사무실을 드나드는 피의자들을 확인한 뒤 잠복수사를 벌여 이들을 긴급체포했다. 현장에서는 휴대전화 10대, 노트북 2대, 은행 OTP 기기와 카드 28장이 압수됐다.
보이스피싱은 개인정보(Private data)와 낚는다(Fishing)의 합성어로, 피해자를 속이거나 협박해 개인정보와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하거나 금전을 이체하도록 하는 범죄를 말한다. 금융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이나 문자로 가짜 사이트 접속을 유도해 보안카드 번호 등을 통째로 입력하게 한 뒤 금융정보를 빼내 범행계좌로 이체하는 피싱 수법과 결합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사건처럼 대출을 미끼로 접근매체 자체를 넘겨받는 방식은 탈취한 정보로 돈을 빼가는 것을 넘어, 피해자 명의 계좌를 다른 피해자의 돈을 세탁하는 도구로 쓴다는 점에서 피해가 이중으로 번진다.
이 같은 피해를 막으려면 '대출 심사'를 명목으로 한 요구의 정상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우선이다. 정상적인 금융회사는 대출 심사 과정에서 OTP나 통장, 체크카드 같은 실물은 물론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 이런 정보를 보내라거나 택배·퀵서비스로 전달하라는 안내를 받았다면 그 자체로 사기를 의심하고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
아울러 출처가 불분명하거나 금융기관 공식 주소와 다른 주소로 온 이메일·문자는 열지 말고 즉시 삭제하고, 전자금융 거래 시에는 OTP와 보안토큰 등 보안매체를 본인이 직접 보관·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서류를 조작해 대출을 받아주겠다는 '작업대출' 제안 역시 응하는 순간 본인도 범죄에 연루될 수 있는 만큼 처음부터 거절해야 한다.
이미 OTP나 통장 등을 넘겼다면 시간을 다퉈 움직여야 한다. 먼저 해당 은행 영업점이나 고객센터에 연락해 접근매체 분실·정지 신고를 하고 계좌 거래를 중지시킨 뒤, 경찰(112)에 피해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온라인으로는 경찰청 사이버범죄 신고시스템(ECRM)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민원상담(1332)과 금감원 홈페이지의 '보이스피싱 지킴이' 코너에서도 피해 상담과 대처 절차를 안내받을 수 있다.
경찰은 압수한 OTP 카드 28장의 명의자들을 상대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A씨 등의 여죄와 함께 접근매체가 흘러간 상선 조직에 대한 수사도 이어가고 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통장을 개설하거나 휴대전화를 개통해 넘기는 행위는 물론 OTP를 발급해 건네는 것 역시 중대한 범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사건 피해자라고 생각했다가 피의자가 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정윤 기자 financia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