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핸드랩' 이어 손·매니퓰레이터 집중…정밀조작 경쟁 본격화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민성장펀드의 다섯 번째 투자 대상으로 원익로보틱스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휴머노이드 범용화의 마지막 관문으로 꼽히는 '로봇 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원익로보틱스가 다지(Multi-fingered) 로봇손 '알레그로 핸드(Allegro Hand)'를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축적한 가운데 삼성전자도 별도의 로봇손 연구조직을 만들고 손·조작(Manipulation) 분야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성장펀드는 원익로보틱스에 약 3500억원을 직접 지분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는 27일 기금운용심의회에서 투자안이 의결되면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퓨리오사AI, 리가켐바이오에 이어 국민성장펀드의 다섯 번째 투자 기업이 된다. 금융위원회는 원익로보틱스에 저리 대출 형식이 아닌 직접 지분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안이 의결될 경우 로봇 기업에 대한 첫 국민성장펀드 투자 사례가 된다.
로봇 기업 가운데서도 원익로보틱스가 투자처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피지컬AI 산업에서 로봇손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점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로봇 기술 경쟁이 이동과 보행, 액추에이터 등 하드웨어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됐다면 휴머노이드가 실제 공장과 가정에서 사람의 일을 대신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집고 돌리고 끼우는 '조작'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익로보틱스, 알레그로 핸드로 정부 사업과 접점 넓혀
원익로보틱스는 국내에서 로봇손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기업 중 하나다. 주력 제품인 알레그로 핸드는 각 관절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다관절 로봇손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설계한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정책과도 일찌감치 접점을 넓혀왔다. 원익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용 로봇손 개발 국책과제의 총괄 연구개발기관을 맡는 등 로봇손과 정밀조작 기술을 축적해왔다. 연구용 로봇손에서 촉각센서가 결합된 차세대 제품, 이동형 매니퓰레이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도 정책자금이 주목하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최근에는 기존 위치 기반 제어에서 나아가 '감지-판단-제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물체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파지력을 조절하는 방식까지 나아갔다. 해당 기술을 적용한 '알레그로 핸드 V5 플러스'는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삼성전자 로봇 승부처도 '손', 핸드랩에 역량 결집
삼성전자도 로봇손을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판단하고 관련 연구 역량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래로봇추진단 내 로봇손 개발 전담조직인 '핸드랩(Hand Lab)'을 신설했다. 사람처럼 물체를 쥐고 조작할 수 있는 고성능·고자유도 로봇손을 개발해 삼성전자와 관계사의 제조라인 등에 적용하는 것이 주요 목표다.
이후 지난달 대표이사 직속 RX(Robotics eXperience)사업추진실을 출범시키면서 핸드랩을 비롯한 로봇 연구 역량을 RX 체계 아래로 결집하고 있다.
인재 영입에서도 로봇손과 매니퓰레이션에 무게가 실렸다. 삼성전자는 RX사업추진실 출범과 함께 지능형 자율로봇 시스템과 로봇제어 분야 전문가인 김현진 서울대 교수와 로봇 핸드 및 매니퓰레이션 분야를 연구해 온 김의겸 아주대 교수를 영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인 RX 출범 발표에서 특정 기술 분야로 '로봇 손 및 매니퓰레이션'을 별도로 명시한 만큼 휴머노이드 사업에서 정밀조작 기술의 중요도를 높게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부 투자에서도 관련 생태계와 접점을 만들어왔다. 삼성의 글로벌 투자조직 삼성넥스트는 2024년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1X 테크놀로지스의 1억달러 규모 시리즈B 투자에 참여했다. 1X 역시 사람 손에 가까운 정밀조작을 목표로 다자유도 로봇손과 힘 제어, 촉각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국가 거점 연구소의 한 로봇 기술 관계자는 "현재 로봇 산업에서 가장 수요가 큰 AMR(물류이송로봇)과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는 국내 기업들이 개발과 생산에 뛰어들면서 기술력이 어느정도 다져진 단계"라며 "이 다음 과제가 로봇 손 기술을 주축으로한 매니퓰레이터인데, 촉각 센서와 강도 조절을 위한 초정밀 액추에이터가 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