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올랐는데 카드는 안 나온다...신용사면 이후 남은 금융 접근성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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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올랐는데 카드는 안 나온다...신용사면 이후 남은 금융 접근성 과제는?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09.1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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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지원 대상 292만8000명…신규 카드 발급은 3만8000명
점수 회복과 카드 발급은 별개…현재 소득·부채·상환능력 등이 변수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네컷 만화.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네컷 만화.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신용사면으로 과거 연체 이력에 따른 금융상 불이익은 완화됐지만 신용점수가 회복된 대상자 중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사람은 10%남짓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신용점수 개선에 따라 신용카드 신규 발급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 인원은 29만명이었지만 실제 발급자는 3만8000명에 그쳤다. 연체정보 정비와 현재의 상환능력은 별개의 문제인 만큼 신용회복 이후에도 카드 발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신용점수 회복 지원…카드 발급 가능 인원 29만명 전망

1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9월 30일 소액 연체금을 전액 상환한 서민·소상공인의 연체정보 관련 불이익을 정비하는 '신속 신용회복지원' 조치를 시행했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8월 사이 5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했지만 2025년 말까지 연체금을 모두 갚은 개인과 개인사업자가 대상이다. 당시 금융위는 개인 295만5000명, 개인사업자 74만8000명 등 최대 370만명가량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가운데 신용점수 개선에 따라 약 29만명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카드 발급 실적은 정부의 예상에 크게 못 미쳤다. 금융위가 올해 1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회복지원 혜택을 받은 사람은 총 292만8000명으로, 개인 257만2000명과 개인사업자 35만6000명이다. 이 가운데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개인은 3만8000명에 그쳤다. 정부가 전망한 29만명의 약 13% 수준이다.

발급 실적만으로 탈락 규모 판단은 어려워

그렇다고 해서 실제 발급자와 정부 전망치를 단순 비교해 25만명 이상이 카드 발급에서 탈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29만명은 신용정보 정비로 카드 발급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한 규모로 실제 카드 신청자나 심사 완료자를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 발급을 신청하지 않았거나 체크카드·정책서민금융 상품 등을 선택한 사람도 포함될 수 있어 발급 실적만으로 정책 대상자의 카드 이용 제약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신용점수 회복이 실제 금융 이용으로 이어졌는지는 정책 효과를 평가할 때 살펴볼 부분이다. 금융위 자료에 따르면 신용회복지원 대상 개인 257만2000명의 신용평점은 평균 29점, 개인사업자 35만6000명은 평균 45점 상승했다.

신용점수 상승 폭은 기존 점수 구간에 따라 차이가 났다. 금융위가 인용한 NICE평가정보 자료를 보면 조치 전 신용점수가 601~700점이던 차주의 평균 상승 폭은 63.4점으로 가장 컸다. 701~800점 구간도 평균 50.4점 올랐지만, 600점 이하 차주의 평균 상승 폭은 14.3점에 그쳤다.

점수 회복에도 카드 발급 심사는 별도

문제는 이렇게 점수가 올랐어도 모든 대상자가 일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신용사면은 과거 연체정보에 따른 불이익을 완화하는 조치이지, 현재의 소득이나 부채 수준, 상환능력까지 보증하는 제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 발급 심사에서는 신용점수 외에도 신청자의 소득과 재산, 결제 능력, 기존 대출과 카드부채 등 금융거래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가처분소득이 부족하거나 과도한 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다중채무나 최근 연체가 있는 경우에는 연체정보가 정비됐더라도 발급이 제한될 수 있다. 카드사 내부 신용평가 기준도 심사에 영향을 미친다.

금융감독원도 과거 연체 이력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카드 발급이 자동 거절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반대로 연체정보가 정비됐다고 해서 발급이 자동 승인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의 연체를 정리했다는 사실과 앞으로 카드대금을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융 접근성과 건전성 관리 사이의 과제

이 같은 심사 기준은 카드사 입장에서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신용사면 대상자라고 해서 카드 발급 이후의 연체 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카드사는 카드 이용한도와 연체 위험을 관리해야 하는 만큼 외부 신용점수 외에 자체 위험평가를 적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용사면의 취지를 고려해 금융 접근성을 넓히는 것과 부실 위험을 관리하는 것 사이에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실제 카드 발급 단계에서 어떤 제약이 발생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은 정책 효과를 평가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당국은 카드 신청 건수와 승인·거절 건수, 거절 사유별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발급 가능 인원과 실제 발급 실적 사이의 격차가 신청 부족 때문인지 심사 탈락 때문인지 다른 금융상품 선택 때문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카드사도 곤란한 위치에 놓인다. 신용사면 이후 카드 발급이 제한됐다는 사례가 부각되면 카드사가 신용회복자의 금융시장 복귀를 막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거절 사유가 현재 소득과 부채 수준, 상환능력 등에 따른 것인지, 과거 연체정보가 여전히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인지는 공개된 자료만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신청부터 승인·거절까지의 과정이 드러나야 신용점수 회복이 실제 금융 접근성 개선으로 이어졌는지 평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반 카드 발급 어려운 계층…정책금융으로 단계적 복귀

정부도 신용사면만으로 모든 대상자의 일반 신용카드 시장 복귀가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 분위기다. 금융위는 신용회복자가 정책서민금융을 이용하며 신용을 다시 쌓고 제도권 금융에 안착하도록 하는 '크레딧 빌드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채무조정 이행자와 저신용 개인사업자를 위한 별도 카드상품도 마련했다. 채무조정 중인 사람도 일정 요건 아래 체크카드에 후불교통 기능을 붙일 수 있게 하는 재기지원 후불교통카드와, 보증을 기반으로 저신용 개인사업자에게 신용카드 이용 기회를 제공하는 개인사업자 햇살론카드가 대표적이다.

이는 신용회복 이후에도 일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계층이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용사면을 통해 과거 연체정보에 따른 불이익을 줄이는 것과 현재의 금융 이용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은 구분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사면의 실효성을 평가하려면 신용점수 상승뿐 아니라 실제 카드 발급 과정에서 어떤 제약이 발생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대상자의 카드 신청·승인·거절 현황과 거절 사유를 표준화해 공개해야 금융 접근성 개선 효과와 카드사의 건전성 관리가 어느 지점에서 충돌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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