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QQQ·홍콩 하이닉스 2배 상품까지 거론…회원사 별도 건의는 없어
김용범, 다음날 “나스닥은 되는데 왜 못하나”…보름 뒤 금융위 도입 공식화
금융위 “단계별 필요한 절차 거쳐 추진”…정책 발의·위험성 검증 과정은 논란
김용범, 해시드 계열사 대표 3년…김서준 대표 부친과 20년 인연도 재조명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해당 상품 도입을 공식적으로 요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비공개 간담회보다 일주일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업계 실무진 사이에서 이미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가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입 논의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정책 결정 이전 시장 변동성과 투자자 손실 위험을 어느 수준까지 검증했는지가 다음 달 국정감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靑 회의 전부터 ‘단일종목 2배’ 논의…업계가 먼저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
17일 국회와 금융당국 관련 자료를 종합하면 금융위는 지난 1월6일 금융투자협회와 주요 증권사 등 업계 5곳 실무진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다.
당시 회의에서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증시 투자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상품 다양화 방안이 논의됐으며, 미국 나스닥100지수 일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TQQQ와 홍콩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상품까지 구체적인 사례로 거론됐다.
국내에서는 3배 레버리지와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등이 제한돼 있는 반면 해외에서는 거래가 가능해 국내 투자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논리가 논의의 배경이었다.
그러나 금융투자협회 측은 1월6일 회의에 앞서 회원사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을 별도로 건의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과 거래소 등도 당시 관련 규제 완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검토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공식적인 도입 요구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실무회의에서 어떻게 ‘단일종목 2배’라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의제에 포함됐는지가 쟁점으로 남는 이유다.
일주일 뒤 김용범 주재 비공개회의…자료엔 도입안 없었다
1월13일에는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대표 등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국회가 확보한 당시 회의자료에는 ‘국내 투자자의 해외 투자 현황 진단’과 ‘국내 시장의 투자 매력을 높이는 방향’ 등이 담겼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국내에 허용하자는 구체적인 제안이나 해당 상품의 시장 충격과 위험성을 평가한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자료에 등장하는 레버리지 관련 내용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에서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을 통해 단기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현황 분석 수준이었다.
참석 금융회사들이 회의 전에 제출한 의견 역시 ISA 등 세제혜택 확대와 가상자산 ETF 허용 등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이 중심이었으며,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를 공식적으로 요구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참석자 일부는 이후 김 전 실장이 회의에서 단일종목 ETF에 상당한 관심을 보였고 상품 허용을 먼저 언급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1월6일 금융위와 업계 실무진 회의에서 이미 단일종목 2배 상품이 논의된 사실이 확인된 만큼, 김 전 실장을 정책의 최초 제안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책의 출발점을 확인하려면 1월6일 회의 이전 금융위 내부 검토 과정과 청와대와 금융당국 사이의 사전 협의 여부까지 살펴봐야 한다.
김용범 공개 발언 뒤 보름 만에 금융위 공식화
정책 추진 속도는 빨랐다.
김 전 실장은 1월13일 비공개 간담회 다음날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나스닥에서는 거래할 수 있는 상품을 국내에서는 왜 허용하지 못하느냐는 취지로 금융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금융위는 1월28일 ‘비대칭 ETF 규제 해소 방안’을 통해 국내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 허용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후 관련 법령·규정 개정과 증권신고서 심사, 거래소 상장심사 등을 거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와 ETN이 5월27일 상장됐다.
금융위는 당시 미국과 홍콩에서는 거래 가능한 상품이 국내에서는 분산투자 규제로 출시되지 못하면서 국내 투자수요가 해외에서 충족되고 있다며 ‘국내·해외 ETF 간 비대칭 규제 해소’를 정책 도입의 주요 이유로 제시했다.
금융위는 상장 직전부터 이 상품이 특정 주식에 집중 투자하면서 해당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두 배 수준으로 추종하기 때문에 일반 ETF보다 손실 가능성이 크다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시장 횡보가 반복될 경우에도 ‘음의 복리효과’ 때문에 기초자산 수익률의 단순 두 배와 장기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상장 두 달도 안 돼 추가 규제…도입 전 위험성 검증 논란
논란이 커진 대목은 상장 이후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가 급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7월16일 보완대책을 내놨다.
이어 7월24일에는 기본예탁금 상향과 대용증권 불인정을 조기에 시행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당시 보완책을 내놓으면서 국내 법규율 체계 안에서의 투자자 보호 필요성과 함께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우려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상품 도입 전에도 금융당국이 높은 손실 위험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헤지·리밸런싱 거래가 기초주식과 선물시장에 미칠 충격을 어느 수준까지 분석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단일종목 2배 상품은 운용 과정에서 목표 배율을 유지하기 위한 파생상품 매매와 재조정이 필요하다. 기초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날에는 이러한 거래가 장중 또는 장 마감 무렵 시장 변동성을 추가로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렇다고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급등락의 원인을 레버리지 상품 하나로만 설명하기도 어렵다. 외국인 현·선물 거래와 금융투자·사모펀드·투신 등의 현물 수급, 미국 반도체주와 HBM 업황 등도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독립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금융위 “필요한 절차 모두 거쳐…특정 사안 결정 위한 회의 아냐”
금융위는 이날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박했다.
금융위는 17일 설명자료를 내고 당시 회의는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도를 높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청취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으며 특정 사안의 찬반을 묻거나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역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과 금융투자업규정 시행세칙 개정, 상품별 증권신고서 심사, 거래소 상장심사 등 단계별·기관별로 필요한 절차를 거쳐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법령상 절차가 진행됐는지 여부와 별개로 정책 의제가 처음 만들어진 과정과 도입 전 위험성 검증 내용이 얼마나 충실했는지는 향후 국회에서 별도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자본시장 관료 출신…공직 떠난 뒤 해시드 계열사 대표
정책 추진 과정의 중심에 있었던 김 전 실장의 이력도 주목된다.
김 전 실장은 행정고시 30회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과 금융정책국장, 사무처장, 금융위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장 등을 거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지냈다.
자본시장 규제와 금융정책을 오랫동안 직접 담당한 정통 금융관료 출신이다.
공직을 떠난 뒤인 2022년에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회사 해시드의 리서치·컨설팅 계열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HOR는 해시드가 출자해 설립했으며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부친인 김용구 전 미래경영개발연구원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자신의 SNS를 통해 김서준 대표의 부친을 광산김씨 문중 모임을 통해 20여 년 전부터 알고 지냈으며, 이를 계기로 김서준 대표를 만났다는 취지로 합류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전 실장은 HOR 대표 취임 당시 민간 전문가와 금융당국 사이에서 디지털자산을 둘러싼 건설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김 전 실장의 해시드 경력이나 김 대표 가족과의 개인적 인연이 이번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에 영향을 미쳤다는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해시드와 HOR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발행한 회사도 아니다.
따라서 김 전 실장의 민간 경력과 이번 정책 결정 과정 사이의 연관성을 판단하려면 실제 회의·연락 또는 정책 제안 자료가 추가로 확인돼야 한다.
투자자 반응은 싸늘…“왜 고위험 상품 만들었나”
정책 추진 경위가 잇따라 공개되면서 온라인 투자자들의 반응도 거칠어지고 있다.
17일 관련 보도에 달린 포털 댓글에서는 “정치가 경제를 망친다”, “정부에서 도박판을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누가 처음 제안했고 누가 최종적으로 추진을 결정했는지 밝혀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특히 상품 상장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락하면서 개인투자자의 손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도입 과정에 대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다만 포털 댓글은 특정 기사를 읽은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남긴 의견으로, 전체 투자자나 국민 여론을 대표하는 통계로 볼 수는 없다.
국감 앞두고 남은 질문…‘1월6일 안건 누가 만들었나’
향후 쟁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찬반 자체보다 정책이 만들어진 과정으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1월6일 금융위와 금융투자업계 실무회의에서는 회원사들의 별도 도입 건의가 없는 상황에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상품이 논의됐다. 일주일 뒤 김 전 실장이 주재한 청와대 회의가 열렸고, 다음날 김 전 실장이 관련 상품 검토 사실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후 보름 만에 금융위가 제도 도입을 공식화했다.
반면 금융위는 관련 절차가 단계적으로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청와대 간담회 역시 특정 상품의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국회가 확인해야 할 것은 1월6일 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의제로 올린 주체와 그 이전 금융위 내부 검토 과정, 청와대와 금융위 사이 사전 협의 여부, 상품 도입 전 시장충격 분석 자료가 될 전망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도입 필요성과 별개로 국내 대표 종목의 수급과 변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금융상품이 어떤 검토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시장에 등장했는지는 정책 투명성 차원에서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