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고금리에도 경기 견조...주식 비중 축소 이르다"
가계·기업 재무건전성 양호...고금리 충격 버틸 여력
AI 투자비 부담은 확대...현금흐름 우수기업 선별 주목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기자]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서며 증시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아직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일 시점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에도 경기와 기업 실적이 견조한 만큼 금리 상승만으로 위험자산을 회피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이다.
美 10년물 5.2%대까지 상승…"금리만 보고 주식 줄일 때 아냐"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전날 장중 5.25%를 넘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30년물 국채금리도 5.56% 안팎까지 상승했다. 중동 긴장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미국의 견조한 경기, 추가 금리 인상 전망이 맞물린 영향이다.
높은 국채금리는 통상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안전자산인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기업의 자금 조달비용도 커지기 때문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금리가 5%대로 올라섰다는 이유만으로 주식 비중을 크게 줄이는 전략에는 선을 긋고 있다. 경기와 기업 실적이 아직 꺾이지 않은 만큼 위험자산을 줄이기보다 실적과 재무여력이 뒷받침되는 기업을 선별하는 전략이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정현종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는 '베어 플래트닝'이 진행되고 있다"며 "과거 베어 플래트닝은 경기가 여전히 강한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긴축에 나설 때 주로 나타났고 이 기간 위험자산의 성과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금리 상승이 위험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지만, 아직 위험자산 비중을 크게 줄일 시점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홍철 DB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장기국채 금리 급등에도 미국 기술주 등 위험자산이 버티는 배경으로 민간의 재무건전성과 현금창출력을 꼽았다.
문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가계와 기업은 높은 소비력과 재무건전성, 현금창출능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정부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단순히 장기국채 금리가 높다는 이유로 건전한 민간기업에 대한 투자를 피하는 것은 오히려 실수가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주식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한다"며 "미국 기술주와 메모리 관련주는 중간선거 이후 상승세를 준비하는 기간을 10월 중 만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투자비 부담은 확대…지수보다 '현금 잘 버는 기업' 주목
다만 주식시장이 고금리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기술기업은 금리가 오를수록 자금 조달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S&P500 실적은 전년 대비 3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견조한 이익 흐름을 바탕으로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면서도 "금리 상승에 따른 AI 투자 조달비용 부담 증가와 지수 내 AI 관련주 쏠림 심화로 연초 대비 리스크도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AI 투자로 주요 기업의 예상 잉여현금흐름(FCF)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FCF가 줄어들면 고금리 상황에서 추가 투자와 주주환원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현금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이에 하 애널리스트는 S&P500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기보다 현금흐름이 우수한 기업을 선별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AI 투자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현금창출력이 우수한 에너지·헬스케어 기업을 비롯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배당을 꾸준히 늘려온 배당성장주, 가치와 퀄리티를 갖춘 기업 등이 대안으로 꼽힌다.
정수진 기자 insight@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