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기본법 초안에 '전환금융 면책'…금융사 금융배출량 공시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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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기본법 초안에 '전환금융 면책'…금융사 금융배출량 공시 의무화
  • 박지안 기자
  • 승인 2026.09.3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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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ESG포럼, ESG 기본법 초안 공개…4장에 지속가능금융 조항 집중
정부 가이드라인·모범규준 따른 전환금융 취급 시 임직원 제재 면책
금융사 금융배출량·적격자산 비율 공시, ESG 위험관리체계 구축 의무화
금융위 공시 담당 "자본시장법 공시와 관계 설정 중요"
29일 'ESG기본법 국회 간담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사진=녹색경제신문]
29일 'ESG기본법 국회 간담회'가 열린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 [사진=녹색경제신문]

[녹색경제신문 = 박지안 기자] 정부 가이드라인·모범규준에 따라 전환금융을 취급한 금융회사 임직원의 제재 책임을 면제하는 특례가 ESG 기본법 초안에 담겼다. 금융회사의 금융배출량 공시와 ESG 위험관리체계 구축 의무화, 금융감독원 검사 근거 등도 함께 제시되면서 은행권 기업금융 심사와 내부통제에도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초안은 아직 발의 전 단계다. 금융위원회 공시 담당자는 기본법과 자본시장법상 공시 제도의 관계부터 정리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29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ESG포럼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ESG 기본법 제정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 마련한 기본법 초안을 공개했다. 포럼은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국민의힘 정희용 의원이 공동대표를 맡은 의원 연구단체다.

초안은 8장 36개 조문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4장 '지속가능금융 촉진 및 생태계 지원'에 전환금융, 금융사 공시, 녹색분류체계, 수탁자책임, 위험관리·감독 조항이 집중됐다. 법안 명칭과 발의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민 의원은 "ESG 기본법이 기업에 규제를 하나 더 덧씌우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며 "규제는 예측 가능하게, 지원은 실질적으로 하는 방향에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환금융 '면책 특례'…모범규준 수준이 면책 범위 가른다

초안은 '전환금융 기반조성 및 지원 특례' 조항을 따로 뒀다. 정부는 기업 전환계획 작성·평가와 금융회사 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과 모범규준을 마련해야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이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면 제재 책임을 면제한다. 발제를 맡은 이종오 KOSIF 사무총장은 이런 면책이 있어야 전환금융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회사 지원책으로는 신용보증, 이차보전, 손실분담과 전환금융 전용기금 조성, 정책자금 우선 배정 등이 제시됐다. 정책금융기관 등 공공금융기관에는 세 가지 의무를 부과했다. 금융배출량 산정,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기반 운용자산 이행계획 수립, 전환금융 공급 실적 보고다. 기업이 허위로 신청하거나 전환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을 철회하고 지원금을 회수한다.

전환금융은 철강·화학·시멘트 등 고탄소 산업의 저탄소 전환에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올해부터 2035년까지 총 790조원 규모의 기후금융을 공급할 계획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5개 정책금융기관이 공급한 기후금융은 42조원으로 연간 목표의 74.1% 수준이다.

초안이 말하는 모범규준이 금감원이 10월 말 확정할 전환금융 실무 모범규준과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어느 쪽이든 모범규준이 요구하는 심사·사후관리 수준에 따라 면책 범위가 달라지는 구조다. 면책은 금융회사의 검증 부담을 덜어 전환금융 취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당한 업무처리'의 요건이 느슨하면 부실 심사의 책임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안은 전환금융 취급 단계별로 장치를 뒀다. 대출·투자 전에는 금융회사가 여신·투자 대상 기업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 정부는 기업 전환계획의 작성·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자금 집행 단계에서는 가이드라인·모범규준에 따라 정당하게 업무를 처리한 임직원의 제재를 면책한다. 사후에는 금융회사가 금융배출량과 적격자산 비율을 공시하고, 공공금융기관은 전환금융 공급 실적을 보고해야 한다. 기업이 허위로 신청하거나 전환계획을 이행하지 않으면 지원을 철회·회수한다.

다만 단계마다 빈칸이 남아 있다. 기업이 반드시 제출해야 할 정보와 심사 기준, '정당한 업무처리'의 범위, 사후 점검 주기와 검증 방식은 초안에서 구체화되지 않았다.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금융회사가 어디까지 책임지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최정윤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한국형 전환금융 가이드라인에 대해 "검증·공시·제재 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했다. 지원 이후 기업이 목표를 바꾸거나 달성하지 못해도 지원을 조정하거나 정보를 정정할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환금융이 성과를 확인하지 않는 지원 범주로 남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환을 명분으로 한 자금이 오히려 고탄소 설비의 수명을 늘리는 '탄소고착(carbon lock-in)' 위험도 짚었다. 이를 막기 위해 기준경로, 자금 일관성, 성과 측정, 탄소고착 여부 등 신뢰성 판단 요소를 법제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융사 금융배출량 공시·ESG 위험관리 의무화…금감원 검사 근거도

초안은 금융회사의 지속가능금융 공시를 별도로 규정했다. 공시 대상은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항목과 시기는 기관 성격과 규모에 따라 차등화한다.

금융회사 전체 차원에서는 두 가지를 공시해야 한다. ESG 위험을 투자·대출·보증 결정에 반영하는 현황과, 임직원 보수와 ESG 위험관리 성과의 연계 현황이다. 금융상품·운용자산 차원에서는 금융배출량과 감축 목표, K-택소노미 적격자산 비율, 그린워싱 방지 조치 등을 공개해야 한다. 공급액을 넘어 대출·투자를 통해 발생한 배출량까지 공시 대상에 넣은 셈이다.

ESG 위험관리체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한 대상 금융회사에 구축을 의무화했다. 금융위가 이행 실태를 정기 점검하고, 필요하면 금감원이 검사·조사하도록 했다. 중소형 금융회사에는 모범규준을 보급해 부담을 덜어주도록 했다. 부칙에는 금융회사 내부관리체계에 대한 경과조치를 뒀다. 금융회사가 투자·여신·보증·보험 대상 기업에 지속가능성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담겼다.

녹색분류체계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금융위원장이 공동 수립한다. 정책금융 배분과 ESG 채권·펀드 운용 시 공공금융기관은 의무적으로, 민간 금융회사는 자율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공적연기금과 정책금융기관에는 수탁자책임 원칙 수립을 의무화했다. 이행 실적은 기금평가·경영평가에 반영된다.

초안에는 형벌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다. 다만 ESG 금융상품 등의 워싱이 조사로 확인되면 시정명령·과징금·고발, 명단 공표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 공시 담당 "자본시장법 공시는 투자자 정보 중심"

이날 패널로 참석한 박보라 금융위 공정시장과 사무관은 금융위 차원의 입장 표명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기본법이 ESG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법이어서 금융위 차원에서 이 법안에 대해 어떤 말씀을 드리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 담당자로서 의견을 밝혔다.

박 사무관은 현재 국회에 ESG 공시 관련 법안 11건이 발의돼 있고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열심히 설득해 연내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시장법상 공시를 기후 리스크 중심으로 설계한 이유로 세 가지를 꼽았다. 투자 정보로서의 유용성, 투자자 수요, 표준화된 국제 공시 기준의 존재 여부다. 이미 수백 쪽에 이르는 사업보고서에 정보가 과도하게 더해지면 정작 필요한 정보가 전달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그는 기본법에서 공시를 논의할 때 자본시장법상 공시와의 관계 설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안이 공시 범위를 인권·노동·생물다양성 등으로 단계적으로 넓히는 방향을 제시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조율이 입법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 의무·제재는 금융관계법령으로" vs "기본법으로 사각지대 해소"

임성택 대한변호사협회 ESG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벌칙 조항이 없는 기본법안을 지지했다. 규제법이 아닌 생태계 조성법으로 가야 한다는 이유다. 다만 토론문에서는 금융회사 위험관리체계, 수탁자책임, 금융배출량 등이 기존 금융감독법제와 밀접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기본법에서는 원칙을 정하고 구체적 의무·감독·제재는 금융관계법령에 연결하는 방식이 더 안정적"이라고 밝혔다. 전환금융의 범위를 기후를 넘어 AI로 인한 일자리 소멸·양극화 등 산업·기술 전환 대응까지 넓히자는 제안도 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법의 핵심으로 부처 간 연결과 조정을 맡을 거버넌스를 꼽았다. 그는 지속가능성 규제가 기관별 개별법에 나뉘어 반영되면서 연기금·공제회처럼 주요 금융시장 참여자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기본법이 이런 규제차익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재계는 신중론을 폈다. 송재형 한국경제인협회 지속가능경영실장은 토론문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의 투자배제 사례를 두고 "법이나 규제가 아니어도 투자자와 고객사가 주도하는 시장 규율이 이미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국무총리 소속 ESG위원회에 대해서도 부처별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구조가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기업에 부담을 주기보다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법"이라고 설명했다. 부처가 ESG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를 따르지 않는 것을 막는 조항도 넣었다고 밝혔다. 부처는 30일 안에 수용 여부와 조치계획을 보고해야 하고, 이행하지 않으면 재권고와 국무회의 조정을 거친다.

ESG 기본법이 은행권의 기업금융 심사와 전환금융 사후관리를 바꾸는 제도적 기반이 될지는 향후 발의안에 달렸다. 면책 요건과 금융사 의무 수준, 자본시장법과의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관건이다. 국회ESG포럼은 이날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기본법의 주요 내용과 제도화 방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최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법률의 명칭이 아니라 책임의 연결"이라며 "누가 데이터를 만들고, 누가 확인하고, 오류나 피해가 생기면 누가 시정할지를 일관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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