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정보카르텔’ 의혹에 기관투자자 출자심사도 도마…“운용역 네트워크까지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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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정보카르텔’ 의혹에 기관투자자 출자심사도 도마…“운용역 네트워크까지 봐야”
  • 한순구 기자
  • 승인 2026.10.0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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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대응단, 명문대 경영동아리 출신 미공개정보 이용세력 적발
M&A 정보 공유로 2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PEF업계 내부통제 비상
연기금·공제회·정책금융 출자금 위탁운용에도 네트워크 리스크 확산 우려
금융당국, PEF 표준내부통제 기준 넘어 LP 출자심사·이해상충 관리 점검 필요
여의도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금융가 사진=연합뉴스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업계가 이른바 ‘정보카르텔’ 의혹으로 술렁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출신 인사들이 미공개 M&A 정보를 공유해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포착하고 강제수사에 착수하면서다.

단순히 일부 운용역 개인의 일탈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PEF 업계는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각종 공제조합, 정책금융기관, 농협·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자금까지 위탁받아 운용하는 시장이다. 폐쇄적 학연·직장 네트워크가 투자정보 유통과 인력 채용, 출자 영업에 과도하게 작동할 경우 공적·준공적 자금의 운용 공정성까지 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PEF·상장사 임원까지 수사선상

금융위·금감원·거래소 합동대응단은 지난달 29일 명문대 경영동아리 출신 정보카르텔을 적발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혐의자 재산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당국 발표에 따르면 핵심 혐의자들은 상장사 공개매수 등 지배구조 개편 또는 M&A 정보를 이용해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동대응단은 혐의자들이 명문대 경영동아리와 글로벌 컨설팅회사 출신으로 일종의 정보카르텔을 형성하고, 상장사 내부정보를 공유했으며 가족·지인까지 가담시킨 장기간 조직적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혐의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재산 동결 조치도 병행했다.

MBC 보도에 따르면 핵심 혐의자들은 5명 안팎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나 상장사에서 임원급으로 근무하며 공개매수나 인수합병 정보를 서로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가족과 친인척, 지인에게도 정보를 전달해 5년간 5개 종목에서 200억원 넘는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합동대응단은 확보한 자료와 증거를 분석해 추가 조사를 마무리하고, 고발과 함께 부당이득의 최대 2배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등 후속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내부자의 미공개정보 이용행위를 주가조작과 동일한 중대 범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PEF 업계로 번진 불씨…“개인 일탈 넘어 내부통제 문제”

이번 사건은 PEF 업계 내부통제 문제로 번지는 분위기다. 혐의자 일부가 국내외 PEF 운용사와 IB업계에서 근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안에서는 내부정보 접근 권한과 임직원 자기매매 관리 체계가 충분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PEF 운용역은 투자 검토 과정에서 상장사의 지배구조 개편, 공개매수, 블록딜, 인수금융, 인수합병 일정 등 주가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접한다. 해당 정보가 내부 검토 범위를 넘어 동문·동아리·전 직장 네트워크로 흘러갈 경우 일반 투자자와 기관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이 극단적으로 커질 수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PEF와 IB 업계는 소수 인력이 거래 정보를 다루고, 선후배나 전 직장 네트워크가 좁게 연결돼 있다”며 “친분 네트워크가 투자정보 공유 창구로 오인되기 시작하면 내부통제는 사실상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특정 학교나 동아리 문제가 아니라 미공개 중요정보를 다루는 조직에서 정보 차단 장치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라며 “운용역 개인의 계좌뿐 아니라 가족·지인 계좌, 외부 네트워크와의 접촉 관리까지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공적·준공적 자금…연기금·공제회 LP도 리스크 노출

PEF 업계 내부통제 논란이 커지는 이유는 이들이 운용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연기금, 공제회, 정책금융기관,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자 자금이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교직원공제회, 행정공제회, 경찰공제회, 군인공제회, 농협·기업은행 등 금융기관과 정책자금은 국내 PEF 시장의 주요 출자자다.

기관투자자는 통상 트랙레코드, 운용인력 안정성, 펀드 성과, 투자전략, 리스크 관리체계 등을 기준으로 위탁운용사를 선정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기반 영업력이 출자 과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특히 블라인드펀드 출자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운용사와 출자기관 간 접촉, 전직 인력 네트워크, 자문사·컨설팅사 경유 접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 대체투자 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자 출자 사업은 공식 제안서와 정량평가만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누가 어떤 LP를 알고 있느냐, 누가 과거 어느 기관에서 일했느냐가 영업 경쟁력으로 작용한다”며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내부정보 사건이 터진 이상 네트워크 기반 영업과 정보교류의 경계를 다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PEF업계 관계자는 “운용성과와 리스크 관리 능력으로 경쟁해야 할 시장에서 학연·직장 인맥이 과도하게 작동하면 신생 운용사나 독립계 운용사에는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며 “공제회나 정책금융기관이 출자하는 펀드라면 심사 과정의 투명성 요구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PEF 내부통제 기준 마련…실효성 점검 단계로

금융당국도 이미 PEF 내부통제 문제를 제도권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PEF 운용사의 자율규제 강화와 윤리경영을 위해 표준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고 내부통제 워크숍을 개최했다. 해당 기준에는 내부통제조직의 권한과 책임, 정보교류 차단, 이해상충 방지, 금품·부정청탁 금지, 임직원 자기매매 점검, 내부고발자 보호·포상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도 PEF 투자자 및 시장 규율 강화를 추진하면서 정책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을 중심으로 PEF 투자원칙과 GP-LP 간 표준계약서를 담은 ‘PEF 위탁운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기준 마련과 실제 작동 사이의 간극이다. PEF 운용사는 일반 공모펀드 운용사나 증권사보다 폐쇄적이고, 기관투자자 중심의 사적 계약으로 운용되는 성격이 강하다. 정보 접근 권한과 인력 이동, LP 대상 영업, 외부 네트워크 접촉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사후 점검만으로는 위법행위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규제 전문가는 “표준내부통제 기준을 만든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번 사건은 실제 운용 현장에서 정보차단벽과 임직원 거래관리 시스템이 작동했는지를 묻는 사안”이라며 “금융당국이 PEF 운용사의 내부통제 실태 점검을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LP 출자심사도 점검 필요…“성과뿐 아니라 컴플라이언스 봐야”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관투자자들의 PEF 출자심사 기준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는 운용성과, 핵심 운용인력, 투자전략, 과거 회수 실적 등이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임직원 자기매매 관리, 미공개정보 접근 통제, 이해상충 방지, 외부 네트워크 접촉 관리가 더 중요한 심사 항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가 추진 중인 국민참여형 국민성장펀드의 자펀드 운용사 선정에서도 이해상충 방지체계와 핵심인력 보상·관리체계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정책자금이 투입되는 펀드에서 운용인력 안정성과 이해상충 관리가 핵심 심사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PEF 운용사 선정에서 성과와 평판은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내부통제와 컴플라이언스 체계가 더 큰 비중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공적 성격의 자금을 맡기는 경우 운용사 임직원의 정보관리 체계와 위법 전력,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더 세밀하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제회 관계자도 “PEF 출자 사업은 장기 자금이 들어가고 운용 과정이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며 “운용역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하는 시장인 만큼, 정보교류와 영업활동의 경계가 명확한지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금감원, PEF 전방위 점검 가능성

금융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PEF 운용사의 내부통제와 임직원 거래관리 실태를 전방위로 들여다볼 가능성도 거론된다. 당국이 이미 PEF 표준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만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제 운용사별 이행 여부를 점검할 명분이 생겼다는 것이다.

점검 대상은 임직원 자기매매 신고, 미공개정보 접근자 관리, 투자검토 자료 열람 권한, 외부 메신저 사용, 가족·지인 계좌 관련 모니터링, LP 영업 과정에서의 이해상충 관리 등이 될 수 있다. 특히 상장사 거래를 다루는 바이아웃·공개매수·블록딜 관련 운용사에는 더 엄격한 정보차단 기준이 요구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EF는 기관투자자 중심 시장이지만, 운용사 내부통제가 약하면 결국 상장시장과 일반 투자자에게 피해가 전이될 수 있다”며 “미공개정보 이용 사건은 자본시장 신뢰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관련 제도와 현장 관행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모든 네트워크를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PEF와 IB 업무는 거래 발굴, 인수금융, 회수 전략, 경영진 교체 등에서 다양한 시장 참여자와의 접촉이 필수적이다. 정상적인 네트워크와 위법한 정보교류를 구분하는 기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PEF는 원래 네트워크 산업이고 거래 발굴 자체가 사람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만 미공개 중요정보가 매매로 연결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업계도 이번 사건을 무겁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산업’과 ‘정보카르텔’ 경계 다시 그어야

PEF 업계는 그동안 소수 정예 인력, 빠른 의사결정, 폐쇄적 거래 네트워크를 경쟁력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네트워크가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특히 공적·준공적 자금이 PEF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는 상황에서 운용사의 윤리·컴플라이언스 수준은 단순한 내부 관리 문제가 아니라 LP의 수탁자 책임과 연결된다.

자본시장 전문가는 “PEF 운용사의 경쟁력은 좋은 거래를 발굴하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서 나와야지, 비공개 정보망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며 “기관투자자들도 출자심사에서 운용성과뿐 아니라 정보관리와 이해상충 통제 능력을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일부 혐의자에 대한 수사로 끝날 사안이 아니라 PEF 시장 전반의 내부통제와 기관투자자 출자 관행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이 미공개정보 이용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PEF 업계도 네트워크 기반 영업과 정보카르텔의 경계를 명확히 그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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