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도 9월 무신사 포함 패션플랫폼 세무조사…원가·특수관계인 거래 등 겨냥
조사 진행 중이던 7월엔 정부 주관 ‘소공인 판로개척사업’ 협업기관 선정
코스피 예심 진행 중…최근 구주가치 4조원대와 ‘8~10조 몸값’ 격차도 부담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 기자]
기업가치 최대 10조원을 목표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무신사가 올해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또 다른 시험대에 서게 됐다.
단순히 패션 플랫폼의 수수료 문제가 아니다. 무신사는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으로부터 각각 거래 관행과 세무·회계 문제에 대한 검증을 받고 있는 동시에 한국거래소에서는 상장예비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정위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7월 무신사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주관하는 ‘2026년 소공인 판로개척지원사업’의 민간 협업기관으로 선정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정부 한쪽에서는 납품업체와의 거래가 적정했는지 조사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무신사를 소공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파트너로 선정한 셈이다. 조사 단계라는 이유만으로 공공사업 참여를 제한할 수는 없지만, 협업기관 선정 과정에서 진행 중인 공정위 조사 등 거래 관련 리스크가 어떤 방식으로 검토됐는지는 국정감사에서 확인해 볼 대목이다.
공정위 조사 하나 끝났지만…별도 ‘납품업체 거래’ 조사는 남았다
무신사를 둘러싼 공정위 사건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지난 9월 무신사가 일부 입점 브랜드의 경쟁 플랫폼 거래를 부당하게 제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혐의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이는 2024년 시작된 이른바 ‘전략 브랜드’ 관련 공정거래법 사건이다. 무신사 입장에서는 IPO를 앞두고 규제 불확실성 하나를 해소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 4월 공정위가 새롭게 착수한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조사는 별개의 사안이다.
공정위는 지난 4월 27일 무신사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납품업체 거래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무신사의 직매입 등 거래 과정에서 대규모유통업법을 위반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로 알려졌다. 당시 함께 조사받은 업체에는 롯데하이마트와 CJ올리브영, 아성다이소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공정위가 CJ올리브영과 아성다이소를 대상으로 추가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무신사 등 먼저 조사받은 유통업체에 대해서도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확인된 무신사의 대규모유통업법 사건 최종 결론은 없다.
오는 12일 예정된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형 플랫폼과 납품업체 간 거래 문제를 다룰 경우 무신사 조사 진행 상황 역시 확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국감 일정상 공정위 감사 바로 다음 날인 13일에는 국세청 국정감사도 예정돼 있다.
국세청까지 무신사 겨냥…‘수수료’ 넘어 회계·특수관계 거래 들여다본다
무신사가 직면한 또 다른 변수는 세무조사다.
국세청은 지난달 무신사를 포함한 패션 플랫폼 2곳을 비롯해 생활물가와 연관된 41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국세청이 제시한 패션 플랫폼 조사 혐의에는 변칙적인 회계처리를 통한 매출 누락,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광고비·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 등을 이용한 원가 부풀리기 등이 포함됐다.
국세청은 플랫폼 이용률을 기반으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부담을 전가했는지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현재는 조사 단계로, 개별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 8월 무신사 본사에 조사 인력을 보내 세무·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무신사 최대주주인 조만호 총괄대표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라펠’과 관련한 거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라펠은 한남동 시니어 레지던스 개발사업 등을 진행해 왔으며 조 대표는 라펠의 자금조달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한 무신사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무업계에서는 특수관계인 간 거래와 자금 흐름, 주식 가치 평가의 적정성 등이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돼 왔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달 공식 브리핑을 통해 패션 플랫폼에 대한 원가·특수관계법인 거래 문제까지 공개적으로 거론한 만큼 오는 국세청 국정감사에서도 조사 기준과 선정 경위 등이 질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정부는 무신사를 ‘소공인 성장 파트너’로 선정
문제는 정부 부처 간 정책의 정합성이다.
무신사는 지난 7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이 주관하는 ‘2026년 소공인 판로개척지원사업’ 민간 협업형 기관으로 선정됐다.
패션·뷰티 분야 제조 소공인을 대상으로 제품 개발과 생산부터 온라인 입점, 할인쿠폰, 마케팅, 글로벌 진출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무신사는 자사 플랫폼과 동대문 인프라 등을 활용해 소공인의 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선정 시점은 공정위가 무신사의 납품업체 거래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한 4월로부터 약 3개월 뒤다.
공정위 조사를 받는다는 사실만으로 법 위반 기업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실제 무신사는 별도의 타 플랫폼 거래 제한 사건에서는 지난달 무혐의 판단을 받았다.
다만 정부가 민간기업을 소상공인·소공인 지원 정책의 파트너로 선정하면서 해당 기업의 납품업체 거래 관련 조사 사실을 어떤 방식으로 검토했는지, 선정 평가에서 공정거래 관련 사항을 확인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소공인의 판로와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의 성격을 고려하면 협업기관 자체의 거래 관행과 입점업체 보호 체계를 어느 수준까지 검증해야 하는지도 이번 국감을 계기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10조 IPO’ 앞둔 시점…규제 문제는 곧 투자자보호 문제
이 문제가 금융시장에서 더 민감한 것은 무신사가 비상장 스타트업 단계를 지나 대규모 IPO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신사는 지난 9월 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상장 예정 주식은 2억2782만9016주이며 공모 예정 주식은 2660만주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상장을 주요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기업가치를 둘러싼 시각차도 크다.
시장에서는 무신사가 상장 과정에서 8조~10조원 수준의 몸값을 목표로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구주 거래에서 평가된 기업가치는 4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외시장에서도 최근 시가총액이 약 5조원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실적 역시 외형 성장과 수익성의 방향이 엇갈린다.
무신사의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82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5% 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523억원으로 11.2% 감소했다. 원가 상승과 운반비·지급수수료 증가, 해외 및 오프라인 사업 투자 등이 영향을 줬다.
한때 800%를 넘어섰던 부채비율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무신사는 지난달 투자자들이 보유한 RCPS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다. 올해 상반기 말 RCPS 관련 부채는 약 8499억원에 달했는데, 보통주 전환으로 자본으로 재분류되면서 812%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회계상 부채 문제가 정리됐다고 해서 상장을 둘러싼 모든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는 단순한 재무 수치뿐 아니라 기업지배구조, 내부통제, 이해관계자 거래와 투자자 보호 등 질적인 요소도 함께 들여다본다. 상장예비심사 이후에도 심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실이 발생하거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심사 결과의 효력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공정위와 국세청 조사의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는 단순한 유통업계 규제 이슈를 넘어 무신사의 IPO 일정과 적정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중요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무신사는 자체브랜드(PB)와 직매입 매출 비중이 커지며 전통적인 플랫폼 기업보다 유통·패션기업의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PB·직매입 관련 매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되면서 플랫폼 기업에 적용되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논쟁도 시작됐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확인해야 할 대목도 여기에 있다.
무신사가 실제 법을 위반했는지를 국회가 예단할 문제는 아니다. 다만 8조~10조원 규모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수천만주의 신주를 일반 투자자에게 내놓으려는 기업이라면 진행 중인 규제·세무 리스크와 특수관계인 거래가 시장에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는지는 별도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무신사의 거래 관행과 세무 문제를 조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소공인의 성장을 지원할 민간 파트너로 무신사를 선정한 과정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국감에서 무신사 자체를 넘어 금융당국과 공정위, 국세청, 중소벤처기업 정책기관들이 각각 보유한 정보를 얼마나 공유하고 있는지, 그리고 대형 플랫폼의 성장과 투자자·입점업체 보호를 어떤 기준으로 조율하고 있는지가 함께 점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순구 기자 pol@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