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여야 의원도 잇따라 주주가치 훼손 우려 제기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금융당국이 SK하이닉스의 솔리다임 상장을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저촉되는 사안으로 판단한 가운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정치권에서도 기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이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에 저촉된다는 판단을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이 모두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증권신고서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세밀하게 검토해서 적절한 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도록 할 것”이라며 “가능하면 SK하이닉스 쪽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사항을 전할 수 있도록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상장 자체에 대한 우려를 공식적으로 드러낸 만큼, 향후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와 주주보호 조치 등을 둘러싼 검토가 상장 추진의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8월부터 중복상장 원칙금지·예외허용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모회사가 자회사를 해외 거래소에 상장하는 경우도 원칙적인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국내 상장과 달리 해외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중복상장 심사를 거치지 않는 만큼, 일정 요건에 해당하면 모회사가 제출하는 증권신고서를 통해 주주보호 여부를 살펴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솔리다임 상장이 국내 증권신고서 심사 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유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해외 상장 과정에서 주주보호 조치를 어느 범위까지 점검하고 관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도 솔리다임 상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이날 발표한 논평에서 “솔리다임 상장의 본질은 이해상충”이라고 지적했다. 솔리다임 상장으로 외부 주주가 이익을 나눠 갖게 되면 SK하이닉스 일반주주의 몫은 줄어들 수 있지만, SK그룹 지배주주는 기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포럼은 솔리다임의 투자 재원을 SK하이닉스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의 향후 잉여현금흐름과 현금 보유 전망을 고려하면 자금 조달을 위해 손자회사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논리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손자회사인 솔리다임이 설비투자를 위해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해도, 현금이 차고 넘치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에 출자를 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솔리다임 상장과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가 기존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고 그 판단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금융당국에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을 막을 것을 요구했다. 안 의원은 “SK가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하면서도 상장 추진과 관련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며, 금융당국이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 상장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솔리다임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성민 인천지방공소청장에게 중복상장으로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할 경우 이사들의 선관주의의무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 질의했다. 박 청장은 지난해 7월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확대한 상법 개정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재직한 인사다.
지난해 개정 상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된 만큼 이사회가 주주 간 이해상충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박 청장은 개별 사안에 대한 판단은 적절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과 관련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는 앞서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수요가 늘면서 생산능력 확대와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이 필요해 자체 자금과 외부 자본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방안이든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SSD 사업을 약 9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확보한 미국 기업이다. 최근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내년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최대 10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과 정치권에서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잇따라 제기되면서 상장 추진 과정에서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증권신고서 심사 여부와 주주보호 조치의 범위가 정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판단과 SK하이닉스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향후 상장 추진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