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열사 지분율 10% 부담…보통주 환원 제약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삼성전자가 올해 남은 주주환원 재원 55조~75조원을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할 계획인 가운데, 우선주 매입 비중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금산법상 지분 규제로 보통주 소각에 부담이 따르는 상황에서 우선주 중심의 환원이 주주가치 제고보다 금융계열사 지분 관리에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9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전체 주주환원 계획 90조~110조원 가운데 잔여 재원이 55조~75조원이라고 밝혔다. 남은 재원은 현금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환원 규모와 집행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자사주 매입 과정에서 우선주 비중을 조정할 수 있다는 언급이다. 박순철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컨퍼런스콜에서 “보통주와 우선주의 가격 차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우선주 매입 비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우선주 매입 확대 검토가 삼성전자 지분 구조와 금융계열사의 규제 부담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 합계가 금산법상 한도인 10%에 달해, 보통주 소각 확대 시 지분을 추가로 처분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보통주 지분율은 각각 8.51%, 1.49%로 합산 약 10%다. 삼성전자가 보통주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두 금융계열사의 지분율은 별도 주식 취득 없이도 상승한다. 금산법상 지분 규제 한도를 고려하면 보통주 소각을 확대할수록 금융계열사의 추가 지분 처분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지난 3월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에 앞서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를 처분했다.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이 금융계열사의 지분율 관리 문제와 맞물린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선주를 매입·소각하면 보통주 지분율 상승 부담을 피하면서 자사주 소각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에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선택이 주주환원의 실질적인 수혜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주와 우선주는 의결권 유무와 가격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주를 더 많이 매입하면 우선주 주주에게는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수급 개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주 주주가 기대하는 주식 수 감소와 주당 가치 제고 효과는 제한된다. 자사주 소각이 전체 주주에게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 만큼 매입 대상과 비중에 따라 환원 효과도 달라진다.
특히 삼성전자가 주주환원을 강조하면서도 보통주 소각에 따른 금융계열사 지분율 상승에 부담을 느껴 우선주 중심으로 재원을 배분한다면, 규제에 따른 지배구조 관리가 주주환원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마련한 재원이 회사의 지분 구조와 규제 부담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만큼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주식을 매입할 수 있고, 주주환원 효율성을 높일 여지도 있다. 다만 가격 차이만으로 매입 비중 확대의 타당성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보통주와 우선주 주주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금융계열사의 지분율 관리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은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단인 만큼 매입 대상과 비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전체 주주에게 돌아가는 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금융계열사의 지분율 관리가 주주환원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배경과 기준을 시장에 명확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창현 기자 lycaon@greened.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