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내 초기 태양광 패널 급증… 대책 마련해야 할 때
2000년부터 설치한 태양광 폐패널 규모가 앞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25년인 태양광 패널 수명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2016년 24톤, 2017년 34톤이던 폐패널 처리 규모도 2040년에는 8만522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의 핵심은 ‘태양광’이다. 전북 새만금에 조성될 2.1기가와트(GW) 수상태양광 단지가 대표적이다. 국내 태양광은 2000년대 초반 신재생 에너지 전력 생산단가 차액을 정부가 보상하는 발전차액지원제도(FIT)가 도입되면서 본격화했다. 이때쯤 지어진 태양광 모듈이 곧 25년이 된다. 폐패널 문제를 고민할 시점이다.
산업연구원에서 지난해 4월 내놓은 ‘국내 신재생에너지 재활용산업 현황 및 발전과제’ 자료를 보면 2040년까지 예상되는 태양광 폐패널은 전체 28만7669톤 규모다. 연구보고서는 2016년 24톤, 2017년 34톤이던 처리 규모가 2040년에는 8만5220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5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태양광 폐패널의 관리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에서 추정한 예측치도 비슷하다. 보고서에서는 올해 198톤으로 예상되는 폐패널(중고패널과 폐기패널의 합) 처리량이 2025년 4596톤, 2040년 11만2564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45년까지 증감을 반복하는데 2039년 이후부터는 10만톤 이상 꾸준히 배출되는 추세다.
한국에너지공단 관계자는 “소량으로 배출돼 오던 태양광 폐패널이 5년 정도 지나면 늘어날 때가 된 만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쏟아지게 될 폐태양광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관리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먼저 수도권과 호남권, 영남권, 충청권 등 권역별로 ‘폐패널 거점 수거 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거점별로 폐패널을 수거해 재사용·재활용을 위한 거점 관리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와 별개로 충북 진천에는 2021년 6월까지 ‘태양광 폐모듈 재활용센터’가 들어선다. 연 3600톤 처리 가능한 폐모듈 재활용센터를 구축해 재활용 기술을 확보해 새로운 시장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중에는 환경부와 산업부, 태양광 업계가 ‘생산자 책임 재활용 제도(EPR)’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다. EPR은 생산자가 재활용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인 만큼 태양광 업계 쪽에서는 비용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 관계자는 “태양광을 친환경 에너지라고 소개하는데 폐기물 처리가 문제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논리로 태양광 업계를 설득했다”며 “MOU를 체결한 뒤 올해 말까지 법령을 개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에서 태양광은 가정용과 산업용이 다르게 분류돼 있다. 가정용에서 쓰는 태양광 패널은 생활폐기물, 사업장 패널은 일반 사업장 폐기물이다. 인체에 유해하거나 폭발 위험성이 높은 폐기물은 지정폐기물로 분류돼 국가가 따로 관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장마와 태풍으로 청도 태양광 발전시설이 피해 입었을 때 중금속 범벅 등 논란이 있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검사해 보니 기준치 이하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앞으로 늘어날 태양광 폐패널 규모를 보면 이런 조치들만으로 완전하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폐패널 처리 기술과 전문 처리업체를 양성해야 할 필요성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보다 한 발 앞서 태양광 시설을 늘려간 유럽연합(EU)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EU는 태양광 패널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회비를 내 ‘PV CYCLE’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공제조합 형식으로 만들어진 이 단체가 태양광 패널의 수명이 다 했을 때 회수와 재활용을 도맡는다. 설치한 태양광 모듈 양의 일정 금액을 공제조합에서 미리 받고 수명을 다하면 회수하고 재활용하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태양광 패널은 유리 76%, 폴리머 10%, 알루미늄 8%, 실리콘 5%, 구리 1%로 이뤄져 있다. 재사용하거나 재활용할 여지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를 온전히 재활용하기 위해서라도 기술을 확보해 단가를 낮추려는 기술개발 노력이 필수적이다.
우리보다 형편이 어려운 개발도상국에 오래된 태양광 패널을 싼값에 수출하는 방법도 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보통 25년 정도 사용한 태양광 모듈을 폐패널이라고 부르기 아쉬운 게 80% 정도는 성능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어려운 국가에 이를 수출하면 우리는 자원을 처리하고 해당 국가는 에너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