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설치가 안된다구요? 지역이 어디십니까? 저희가 직접 찾아가서 설치해 드리겠습니다"
게임 설치가 안된다며 한 고객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 전화를 받은 게임 사업 총괄 PD는 여차저차 설치 방법을 설명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 PD는 프로그래머 한명을 대동하고 해당 고객의 집을 방문했다. 서울이었지만 동네가 비탈진 골목에 위치해 있어 꼬불꼬불 찾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3-4시간이 지나고 결국 문제가 해결됐다.
게임 개발자 몇 명과의 연말 저녁 모임에서 나온 얘기다. 물론 최근 얘기는 아니고 10년도 더 된 옛날, 짱구나 백구와 같이 어린이용 PC게임이 유행하던 시절 얘기다. 사연의 주인공은 하얀마음 백구2를 개발했던 한 개발자의 예기다. 당시 퍼블리셔는 손오공이었지만 따로 스튜디오가 있었다. 모임에 참석했던 개발자는 "주택가 2층이었던 것만 기억난다. 다이렉트엑스 설치하고, 설정 바꾸면서 그렇게 3시간 동안 있었다. 2-3만원짜리 게임 하나 샀는데 그렇게까지 해주니 아주머니가 감동을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 개발자는 지금 중견 개발사에서 기술 이사로 재직중이다. 당시 병역특례를 받던 풋내기 개발자에서 지금은 100명이 넘는 중견 게임사에서 게임 기술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에 올랐다. 당시 고객의 집을 직접 방문했던 그 총괄 PD는 지금은 업계를 떠나 작가 등단을 준비중이다. 당시 게임을 개발하던 개발자들은 저마다의 추억과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들은 이번 사연은 꽤 느낌이 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더욱 친숙하던 시절. 당시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이었는지 모르지만, 고객의 집까지 찾았갔던 그 적극성은 게임사와의 '소통' 때문에 답답해 하는 요즘과 비교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구가 주인을 생각하며 집을 찾아갔던 것처럼 고객을 생각하며 고객 집을 찾았을 그 개발자의 '큰 소통'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이재덕 게임전문기자 gamey@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