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 3명 중 1명이 계열사 3곳 이상의 등기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오현 회장 등 SM그룹의 겸직 수가 많았다.
13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4월 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중 오너가 있는 55개 그룹 2천106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총 374곳에 228명의 오너 일가가 등기이사를 맡은 것으로 집계됐다.
1인 평균 2.4곳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73명(32.0%)은 3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됐다.
등기이사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의사 결정 권한과 책임을 갖는다. 이사회 개최 건수가 연간 15차례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0곳 이상의 기업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경우 이사회만 150회가량 참석해야 해 부실경영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전체 오너 일가 중 겸직 수가 가장 많은 경우는 최승석 SM그룹 부회장으로 총 18개사에서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이중근 부영 회장(17곳), 우오현 SM그룹 회장(13곳), 곽정현 KG케미칼 대표(12곳),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10곳) 등도 10개 이상 계열사에 등재된 상태다.
이어 우연아 삼환기업 대표(9곳), 지성배 IMM 대표·김홍국 하림 회장 등(7곳), 조현준 효성 회장·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조현상 효성 사장(각 6곳) 등의 순이었다.
특히 우오현 회장을 비롯한 SM그룹 일가만 5위 안에 3명이 포함됐다.
SM그룹은 삼라건설이 전신으로 우방그룹 인수 등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SM그룹 계열사 수는 지난해 3월 말 68곳에서 올해 53곳으로 1년 새 15곳 줄었다.
이번 조사 대상 전체 228명의 32.0%에 해당하는 73명이 3개 이상 계열사에 등기이사를 겸직 중이었고 41명은 2곳, 나머지 114명은 1개 계열사에만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작년과 비교해 등기이사 겸직 계열사 수가 줄어든 오너 일가는 39명이었다.
우오현 회장의 경우 작년에는 68개 계열사의 절반인 34곳의 등기이사를 맡아 1위였지만, 올해는 13곳으로 21곳이 줄었다. 이에 따라 최승석 부회장이 등기이사 겸직 1위로 올라섰고, 우오현 회장은 3위로 내려갔다.
우오현 회장의 인척인 박흥준 경남기업 대표도 13곳에서 4곳으로 줄었고, 최승석 부회장 역시 25곳에서 18곳으로 7곳 감소했다.
1년 새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오너 일가는 지난해 은퇴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채승석 전 애경개발 사장 등 9명이었다.
반대로 겸직 수가 늘어난 오너 일가는 20명으로 대부분 승계 과정에 있는 자녀세대였다. 우명아 신화디앤디 대표가 7곳에서 10곳으로, 허준홍 GS칼텍스 전 부사장과 우오현 회장의 장남인 우기원 라도 대표는 각각 1곳에서 4곳으로 늘었다.
그룹별로는 GS그룹이 16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KCC(15명), 애경(11명), 영풍·SM(각 10명) 등의 순이었다. 반면, 미래에셋과 DB그룹은 1명도 없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